제목
서울에서 순천으로 이사를 오자마자마당에 교실 두 칸을 들여놓고개 코보다 작은 사무실을 들여놓고그 중간 윗부분에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순천본부라는 간판도 걸었다   심훈은 상록수에서한국의 농촌계몽운동으로교육에 열정을 바쳤고알퐁스도데는 마지막수업에서칠판에 프랑스 만세라고 써놓고뒤돌아서서 눈물을 삼켰다는데   나는 누구를 위해서남도 끝 여기까지 와서어쭙잖은 교실을 만들었을까?체면불고 텃밭에서 사람의 말을알아듣는 ‘ㅊ’ 자로 시작하고 ‘ㅊ’자로 끝나는청양고추에게 손나팔을 귀에 대고 물어보았다   …
가을 햇살이  곱게 피어오르면당신의 이름에서도국화 향기가 났습니다.  오늘은 무슨 그리움으로 당신이 싸리나무 대문 앞에서 마냥 서성이며 기다리고 계실 것만 같아막무가내 마음만 고향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마당에는 먹음직스럽게 홍시가 익어가고 담 너머 대추나무에도 가을이 주렁주렁 익어가겠지요. 장독대 모퉁이에서도알알이 익은 석류가 가슴을 빠개 젖히고 당신 대신 붉으스름한 피로 자식 사랑을 보여주고 있을…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 잎도 꽃도 열매도 모두 놓아버린 빈 몸이다 ​그 누구도 새 길을 가라고 등 떠미는 자도 행복의 수치를 높이라고 강요하는 자도 없다​다만 기나긴 헐벗음의 끝을 가슴에 품은 죄로 스스로 사방팔방 흰 눈 속에 갇혀서 영어(囹圄)의 몸이 되고 있을 뿐이다 ​이 땅에 다시 새해가 밝아오고 금빛 웃음을 웃어줄 화사한 봄이오고 나의 빈 몸에도 벌 나비가 꽃을 피우면 천지빛깔 한글 향기로 가득 차겠지                  &…
갑진 년 이월  스무 이튼 날이다새벽잠을 깨운 눈꽃이 창문을 열고 천지개벽(天地開闢)이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도를 넘지 않고 종심(從心)을 살아왔더니 자연과 하나가 된신선놀음으로 호사를 누리고 있다.  공자가 말한 논어 위정편이 생각나고 피카소 그림과는 견줄 수가 없는 조물주가 만들어준 걸작 앞에서 백년 넘은 집앞 소나무에 핀 눈꽃송이와 아파트 담벼락과 자동차 지붕에 핀 눈꽃들을 보면서도 경이로움을 …
삶이 울적해서 산 정상으로 올라간다   안쓰러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던 산이 두 팔을 벌려 반겨주며 귀띔을 해준다가슴 깊숙하게 품은 소원을 큰소리로 말하면 세계의 중심에 선 민들레 홀씨처럼 천지간에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산(山)이 가르쳐 준대로 목청껏 외쳤더니 난데없는 메아리가 널리널리 퍼트려준다   한글아 사랑한다!                            &n…
- 오양순 울산 소리터에서 ​그곳에 가면 영원의 소리가 있다 덕지덕지 눈물이 배어있다  북 장구 꽹과리민요 판소리 아리랑아픈 것들이 소리를 낸다그 소리 껴안고 함께 우는 것은 천상의 어머니와 뜨겁게 한 몸이 되어서이다 윽신윽신 빚어 낸 절묘한 조화 속에어깨춤이 난다 서러움이 복받친다 등 굽은 할매는 그대로의 몸짓으로丙申은 육갑이 풀리는 대로숫기 좋은 아저씨는 저 생긴 대로가락에 헝클어져야 살맛이 나는 닳도록 다 헤진 영혼 무궁의 소리 …
설날이 돌아오면 동네방네가 들썩거렸다   까치는 떼를 지어 감나무위에서 깍깍거렸고 조무래기들은 꽁꽁 언 미나리꽝에서 날이 저물도록 앉은뱅이 스케이트를 탔다 우리 집 발동기도 통통통 소리를 내며 몇날 며칠 잠을 자지 못했다   잡잡머더 마을마다 덕시루에다가 쪄낸 김이 펄펄 나는 쌀밥을 이고 와서 떡가래를 뽑았기 때문이었다 정미소 집으로 갓 시집을 온 나도 설맞이 채비로 분주했다 시어머니를 도와 가마솥 뚜껑에 여러 가지 부침개를 부치고 두부와 조청을 만들기 위해 하루 종일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폈다. …
모래시계는 1995년 1월 9일부터 1995년 2월 16일까지 방영되었던 한국방송사상 역대 시청률 3위를 기록한 SBS 24부작 드라마 배경음악이다. 가수 현미가 노래했다. 동남아시아 도심 한가운데서모국어로 노래하는 나비를 만났다 에스비에스 어느 드라마에서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다가 가슴을 뛰게 하다가 미어지게도 하다가 홀연히 사라진 그 훤칠한 보디가드? 생애 한번쯤 영혼으로 불멸의 사랑을 하고 싶었는데…… 올봄에는 메마른 꽃의 가슴에도핏발이 설 수 있을까?▲이광희 作/한글세계화운동연합 전속작가
아무도 보지 않은 것처럼 춤출 수 있어서누가 듣지 않은 것처럼 노래할 수 있어서오늘이 끝날 인 것처럼 사랑할 수 있어서 영혼으로 사랑하다가 눈속에 파묻혀 죽어버릴 수 있어서      
어릴 때 동생들 셋하고  모래밭에서 놀았다 가끔씩 손잡고 뒷걸음질로 바닷가를 걸었다  내 새끼들아! 하고 엄마가 부르는 것 같아서 와락 달려드는 파도가 엄마 품속 같아서  그때 물새들은모래밭에 약속을 욷었다 외롭고 힘들 때는 엄마가 가져간 발자국만 생각하자고   섬집아기작사 한인현  작곡 이흥렬 1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바다가 불…
어따정신을 팔고 다니다가 백발이 성성한 늦은 가을에야대문을 들어서냐고? 속 창시까지 뒤집어서 피멍이 든 가슴을 보여 주고 있는 그 심정 알아 ​뚝뚝 이파리 떨어뜨리면서 몸도 마음도 나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걸 잊어본 적이 없어 밤이 올 때마다 너에게 눈물이 닿아서 좋았어   ▲이광희 作 "You'll Never Walk Alone"(너는 혼자 걷지 않을 거야)는 1945년 로저스 앤 해머스타인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카루셀(회전목마)>에 등장한 곡이다. 리처드 로저스와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가 지…
어렸을 때 물에 빠져서 죽었다가 살아난 적이 있었어요이질에 걸려서 피똥만 쌀 때도 있었지요임신중독으로 사경을 헤맬 때도 있었구요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을뻔한 적도 있었어요 이병 저병 앓다보니 사랑하게 되었나봐요낮이 지나고 밤이 오면 오늘 하루도 무사했다고 정말 고맙다고 말해요  ▲이광희 作Nocturne Op.9, No.2_Fryderyk Franciszek Chopin   쇼팽은 폴란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이다. 폐결핵을 앓았고, 결혼해서는 남성의 기능까지 상실하여 가정불화로 이혼을 했다. 건강상태는 …
사랑은 나보다 먼저 왔다 내가 태어나서 생사를 알기도 전에 왔다   사랑은 나보다 먼저 갔다 내가 생 위에 서서 우여곡절을 알기도 전에 갔다   사람이 그립고 사람이 보고 싶다 누가 사랑이 뭐냐고 묻으면 가슴으로 빙그레 웃을 뿐이다   ▲이광희 作   ‘가을 낙엽들’은 냇킹콜이 불렀다. 냇킹콜(Nat King Cole, 1919, 3, 17~1965, 2, 15)미국의 재즈 피아니스트이고 가수 겸 배우이다. 20세기 중반 흑인으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감미로운 사랑 노래를 …
 하늘에 뜬 별을 올려다본다.  눈을 마주친 별이 나를 내려다본다.  하늘에서는 엄마가 별이고 땅에서는 내가 별이다.  엄마가 별이 되기 전에는 ‘별아!’ 하고 나를 부르기 전에는  땅에서도 별이 뜬다는 것을 몰랐다.  내가 삶을 놓고 싶을 만큼 지쳐있을 때 별이 된 엄마가 말해주었다.  딸아! 여그는 한숨이나 눈물이 없지만 가난도 찾아볼 수 없지만&nbs…
와온 바다에서 석양을 만났어요  따뜻한 시간을 사랑했고 하고 많은 공간도 사랑했고 살아있는 동안 많이 행복했다고 말했어요 콧날이 시큰하고 가슴이 뭉클했어요이별이 아프다는 것, 사랑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거든요할 수만 있다면죽었다가 다시 태어나서 전생에게 무수히 받은 사랑을 후생에게원 없이 나눠주고 싶다고도 말했어요  놀짱하게 물이 든 바닷물 속에내가 잠기고 있네요  ▲와온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