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형!복숭아 먹고 싶어복숭아가 어데 있노과수원집에 쌀이나 보리 가져가면 준다고 하던데…그 말이 떨어지기가 광으로 달려갔다얼마 전 탈곡을 마친 포대자루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에게 들킬까봐 간이 오마조마했지만 냅다 둘러메고 달음박질을 쳤다 중대가리처럼 털도 나 있지 않은 맨들맨들한 것은 복숭아가 아니었다 꿀맛이었다   동생과 둘이서 스무 개 남짓 먹고 말았는데 천도복숭아 세 개를 먹고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동방삭이가 생각나서 할아버지보다 아버지보다 오래 살까봐 와락 겁이 났다  ▲이광희 作  …
 부르고 싶은 노래가 참으로 많다   퇴근 무렵 쏟아지는 소낙비를 보면서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불렀던 ‘우산’을 나직하게 불러본다   중학교 국어책에 실려 있는 황순원이 쓴 ‘소나기’를 생각하면서 이성에 눈을 뜨고 가슴 설레었던 ‘첫사랑’을 소리 없이 불러본다   내 고향 신산을 그리워하면서 타국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고 가고 오고 할 것도 없다고 잊은 지 오래되었다고   꺽꺽대면서 껄껄대면서 ‘어머니'를 애타게 불러본다  ▲이광희 作…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 보니까 문이 아니었다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이었다 기쁠 때는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오고 수천 수 만 마리 새들이 날개짓하면서 놀았다 슬플 때는 바람이 일어나고 꽃이 떨어지고 동구 밖 성긴 별이 하나둘 사라지고 두견새 울음 끝에서 산도 멀어져갔다 그 산마루 모퉁이 길에 꽃상여가 하나 흔들리며 어농어농 지나갔다 해가 떨어지고 노을이 사라지고 땅거미가 모래톱에 당도하자마자 우수수 어둠이 쏟아져 내렸다 문을 닫고 나와서 보니 그것은 문이 아니었다 한바탕 꿈속이었다  ▲이광희&n…
일본 여름밤은 무덥고 후덥지근하다후지산 근처 피정지에서 만난 소나기가 선잠을 깨운다   이국의 외로움에 몸서리를 치고 있을 때 새 소리 물소리 풀벌레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잠재워 준다   퍼붓는 것이 비를 아는 마음이라면 나도 소나기가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쏟아지고 싶다   ▲이광희 作    
동당도드랑 동당 도드랑 아침 일찍부터 피아노 소리 들린다   건반위에서 춤추는 하얀 손은 보이지 않아도 그 애도 나처럼 보고 싶은가보다 편지를 쓰고 싶은가보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청포도처럼 풋풋했던 그날들이 섬돌위에서 지붕위에서추억의 선율로 흐른다                          ▲이광희 作     
  멀리서 보면 모양이 성글고 빛깔이 미미해서 쓸쓸하기 짝이 없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눈썹이 듬성듬성 빠진 것처럼 미모까지 적막하여 스산하고 을씨년스러운   생김새가 쩨쩨하다보니 비가와도 바람이 불어도 있는 듯 없는 듯 기척이 없었던   말없이 우주의 순환을 따르다가 광대무변한 죽음에 이르러서야 붉고 어여쁜 눈꽃을 피워낸 나의 인생 같기도 한 산수유 ▲이광희 作        
  할아버지 할머니가 오셨다외할아버지 외할머니도 오셨다삼촌도 오셨다   한복을 입고 세배를 했다주머니에 돈이 가득 찼다먹을 것도 많아서 좋다날마다 설날이었으면 좋겠다   ▲이혜성이다.▲이혜성 그림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손 편지를 우리나라 글 한글로 쓸 수 있어서   차례 상 앞에서윗사람에게는 음덕을 빌고 아랫사람에게는 세뱃돈을 챙겨주면서 배려하고 사랑하자는 덕담을 나눌 수 있어서   힘들었지!등 두드려 달래가면서 선한 웃음을 주고 받다보니 경이로운 새아침이 밝아오고 있어서 ▲이광희 作  
아버지는 선비셨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먼동이 트기도 전에 책상 앞에 앉아서 붓을 들었다   게으르기 짝이 없는 나는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귀신에 홀려 오대양 육대주를 싸돌아다니는 일에시간을 물 쓰듯이 쓰고 있다   모음 열자 자음 열네 자로 만들어진 살아서 움직이는 그분에게 나도 모르게 끌려 다니면서   하루에 한번은 아니더라도 이틀에 한번 열흘에 한번이라도 책상 앞에 앉아서 나를 들여다보면서 아버지처럼 마음을 갈고 닦아야 하는데   그래야 사…
갯벌위에찍어놓은 발자국을 보고서야 물새 두 마리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그것이 삶의 흔적인줄도 모르고그것이 사랑의 상처인줄도 모르고그 섬에 밀물이 밀려서 왔다퍼렇게 시퍼렇게 밀려서 왔다사람도 외로우면 물새가 된다물새처럼 사랑했던 그 사람이 보고 싶다-오양심시집 ‘詩서편제’중에서 ‘섬’ ▲이광희 作/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영상작가 메기의 추억(When you and I were young, Maggie)은, 케나다의 조지 W 존슨(George W. Johnson)이 작사(Author)하고, 영국의 제임스 오스틴 버터필드(Jam…
 아가! 일어나거라해가 중천에 떴다   사십년 전 하늘로 올라가신 어머니가 꿈결에 찾아오셔서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산도 희고 강도 희고 꿈꾸는 내 영혼도 하얗게 흰 섣달 그믐날 막차를 타고 새벽녘에 대문을 들어선 것이 화근이었다   아니다 한글보급을 한답시고 소문만 무성하게 앞세워놓고 누구랑 어떻게 이 세상을 이롭게 할 것인지 눈물로 베갯머리를 적시다가 잠을 설친 때문이었다.   새날 새아침 마당에 나와 보니 상서로운 어머니 질책이 머리위에서 온통 한글로 …
▲한국어로 읽은 인권 제1조이다. 홍익인간은 한국 사람을 말해요   ㅎ자로 땅 끝까지 구석구석 살고 있어요   한국 한글 한국어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해요   오대양 육대주를 ㅎ자로 휘두르고 있어요                  
  여의도 한복판에꽃봉오리가 올라와 있다. 나도 꽃대가 되어 그 옆에 올라와 있다. 눈이 복에 겨워 하늘을 쳐다보다가 동서남북을 둘러보다가 꽃봉오리 그 속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기적이 가득 차있다.  
그 사람이 보고 싶은 날에는 강으로 나갔다.   그 이름이불러보고 싶은 날에는 들판을 쏘다녔다.   그러고도 성이 차지 않은 날에는 나를 갈고 닦았다. ▲이광희 作<한글세계화운동연합 사진작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그 길 위에 내가 서 있다.   깨지고 터지고 날개 부러질지라도 불면의 밤을 지새울지라도   후회하지 않겠다뒤돌아보지 않겠다 눈물 흘리지 않겠다   오랜 폭설 끝에서 하늘이 이마를 드러내고나무들 눈꽃을 털어내는 날   백색 풍경이 된 한 마리 새가 되어 눈부시게 하늘을 날아오르겠다.   ▲이광희 作▲이광희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