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심 칼럼] 지금은 언어 사대주의, 영어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야 할 때

오양심 2022-08-02 (화) 07:43 1년전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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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양심 칼럼니스트

 

언어는 생각이나 느낌을 말 또는 글로 표현하는 의사소통의 수단이다. 사대주의는 주체성이 없이 세력이 강한 나라나 그 나라 사람을 받들어 섬기는 태도를 말한다. 언어 사대주의는 모국어에 열등의식을 가진 사람이 자기 나라의 말과 글을 멸시하여 폄훼한다는 뜻이다,

 

한글과 한국어는 인류 최초의 발명품으로 AI 시대에, 현대문명이라는 공동체를 만드는데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세계 각국에서는 한국어 열풍, 한국문화 열풍이 세차게 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위상을 깨닫지 못한 언어 사대주의자, 영어 사대주의자들은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국제적으로, 재외 교포들에게도 강하게 비판받고 있다 

 

그 첫 번째 비판대상이 정치현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침 출근길에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기자들과 짧게 대화한다. 우리말 우리글로 ‘약식회견’이라고 하면 될 걸, 굳이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이라고 하여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모국어 사용의 모범을 보여야 할 국가 수장이, 영어 쓰기를 자처하여, 소통이 아니라 불통과 단절, 왜곡의 비판까지 받아가며, 언어 사대주의자라는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거버먼트 어토니(Gerberment Atony)', '메가포트(Megaport)',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 같은 낯선 영어도 남발하고 있어, 영어 사대주의자라는 낙인도 찍혀 지지율 하락에 원인제공을 보태고 있다. 

 

두 번째는 언론이다. ‘국어기본법’ 제15조(국어문화의 확산) 2항에는 “신문·방송·잡지·인터넷 등의 대중매체는 국민의 올바른 국어사용에 이바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여러 언론매체에서는, ‘윤 대통령 출근길에 기자들과 도어스테핑’, ‘윤석열 대통령 도어스테핑 중단’, ‘도어스테핑 중단 하루 만에 재게’ 등을 앞다투어 보도하며, 대통령의 올바른 국어사용을 권장하기는커녕, 낯뜨거운 영어 사대주의에 동참하고 있는 판국이다. 

 

세 번째는 관공서이다. 국어기본법 제14조 1항에는 “공공기관의 공문서는 어문 규범에 맞춰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공무원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서고, 모국어가 바로 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관공서의 행정용어는 허브(hub), 랜드마크(land mark), 벤치마킹(benchmarking), 인센티브(Incentive), 클러스터(Cluster), 태스크포스(task force), 허브 같은 용어가 난무하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글로벌 허브 도시를 실현하기 위하여, 부산을 영어 상용도시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부산을 상징하는 슬로건은 Dynamic BUSAN이다. 한국어와 영어를 병행해서 썼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 국민은 영어로만 쓰여있는 부산관공서 슬로건에도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데,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박형준 시장은, 공교육 소통에 중점을 둔 영어 국제학교를 설립하고, 외국전문대학을 유치하고, 영어교육센터를 조성하고, 영어 평생학습을 지원하고, 영어신문을 만들고, 영어방송 등을 강화하면서, 혁신적 영어 프로그램 도입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박형준 시장은, 부산을 영어 사대주의 도시로 전락시켜, 세계인과 소통하겠디는 취지보다는, 오히려 세계인을 유치하여 한국어 국제학교 설립, 한국문화체험, 한국영화 만들기, 한국방송, 한국웹툰, 한글 게임 등의 프로그램을 연구 개발하여, 세계 경제 10위권에 진입한 한국경제를, 세계 전역에서 강하게 불고 있는 한국방문 열풍, 한국어 열풍, 한국문화 열풍 등을 접목하여, 부산에서부터 세계 경제 5위권으로 진입시킬 역발상을,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권장한다.

 

그랬다. 이명박 정부의 취임 이후 우리나라를 방문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교육열과 교육제도를 주요 연설의 단골 소재로 삼은 한국교육의 예찬론자였다. 오바마는 2011년 1월 25일 미국 의회의 국정 연설에서도 정년 퇴임을 앞둔 8년 내내 한국교육을 극찬했다. 이명박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교육 예찬론에 보답하기 위해 영어몰입 교육을 실시했던 것이다. 

 

그때 우리나라 일부 학교에서는 영어 과목 외에도 수학, 사회, 과학 등을 전부 영어로 가르쳤다. 노무현 정부 때 뿌리내린 독서, 토론, 논술의 창의적인 학습 부재로 인재양성 교육은 붕괴 되었고, 영어 사교육 열풍이 가차 없이 몰아닥쳤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교육은 곤두박질쳤고, 도덕은 땅에 떨어져 세계자살 1위 국이 되었다. 

 

우리는 오바마가 말했던 한국교육의 본질과 현상을 되짚어 봐야 한다. 그는 임기 내내 한국교육을 칭찬으로 일관했고, 우리나라 교육부와 교사와 학부모는 영어몰입교육으로 오바마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말았다. 학교 현장에는 사제지간의 예의가 사라져버렸고, 대학입시만 난무했다. 그 결과 학생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스승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눈 있고 귀 있는 사람은 지금 당장 영어 유아원, 영어유치원 원생모집의 현장에 가보면 안다. 특히 서울 강남 한가운데를 가보면 그 경쟁률이 어떻게 되는지 짐작할 수가 있다. 유치원 재롱잔치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하물며 춘천이나 순천 같은 교육도시라고 자부하는 유치원 학부모에게 물어보면 금방 알 수가 있다. 우리말 우리글은 종적을 감추고 영어로 된 재롱잔치가 시종일관 진행된 한심한 작태들은, 미국인지 한국인지 분간이 어렵다, 시대정신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참으로 안타깝고 가관인 영어 사대주의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시대는 변해서 우리나라는 지금 경제선진국 10위에 진입해 있다. 세계인들에게는 문화선진국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세계 각국에서는 한국을 방문하고자 하는 식구, 한국어를 배우려는 식구, 한국문화를 공유하려는 지구촌 식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세계 언어학자들도, UN 6개국의 공용어(영어·중국어·아랍어·스페인어·러시아어·프랑스어)외에, 한국어가 일곱 번째로 세계공용어로 선정될 전망이다. 

 

우리 모두는 각성해야 한다. 인류 최초의 발명품 한글이 세계 각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시대적인 상황을 인지하고, 강대국의 꼭두각시놀음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 나라가 태평하고 국민이 살아가기 편안한,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위해, 하루빨리 언어 사대주의, 영어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