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심 칼럼] 세계 언어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한글

오양심 2022-08-29 (월) 11:50 1년전 1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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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오양심

 

우리나라 말은 중국말과 달라, 한자와는 서로 통하지 아니하여, 어리석은 백성이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이가 많으니라. 내 이를 딱하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누구든 쉽게 익혀 날마다 편안하게 하고자 함이라는 세종대왕이 애민정신으로 창제한 한글(훈민정음)서문이다.

 

한글은 조선 4대왕(재위 1418~1450)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으로 창제하여 1446년 반포한, 우리나라 고유의 문자이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글자가 없어서 한자를 사용했다. 지배층이 아닌 피지배층인 평민은 한자가 어려워서 감히 읽고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민족의 정서는 물론이고 정보기록과 소통이 불가능했다. 세종은 고심 끝에, 모든 사람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한글(훈민정음)을 만들었다.

 

세종은 지혜롭지 못한 백성들이 문자를 알면, 책을 통해 법과 도리를 배우게 되어,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려낼 수 있을 것이고, 법을 몰라 죄를 짓는 일도, 또한 억울하게 누명을 쓸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쉬운 글자를 빠르게 배우고 익혀서, 일생을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정보통신의 세계 으뜸글자, 한글을 만들었다.

 

한자가 어려운 것은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근대 중국의 지도자들은, 어려운 한자가 국력을 약화시켰다고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중국의 위안스카이(원세개)는 한글의 원리를 잘 알았다. 임오군란 때 조선으로 파견된 그는, 청일전쟁이 끝날 때까지 조선에서 생활하면서 한글의 우수성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다. 중국 초대 총통이 된 위안스카는, 중국인의 문맹률이 심각해지자, “조선의 한글을 도입하여 중국의 문맹을 퇴치하자고 신하들에게 제안했지만, 반대한 무리가 많아 뜻을 펼치지 못했던 것이다.

 

유엔은 전 세계에 6,500여종의 언어가 있다고 발표했다. 문자가 없는 언어는 약 3000여 종이다. 그중에서 한글은 읽기 쉽고 쓰기 쉬운 자음과 모음으로 만들어진 스물네 자(24)이다. 조선학자 정인지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훈민정음해례본 서문에 한글은 바람 소리와 학 울음소리와 닭 울음소리와 개 짖는 소리까지 모두 적을 수 있다고 또한 한글은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 반나절이면 배울 수 있고, 미련한 사람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고 기록해 놓았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 덕분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가 되었다. 대학졸업자도 70%를 차지한다. 한글로 인재를 양성한 대한민국은, 앞길이 창창한 중소벤처 창업가에서부터, 디지털 분야, 인공지능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디지털과학인재, 학식이 높은 세계적인 석학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재강국이 되었고, 정보통신기술국가로 세계인에게 인정받고 있다.

 

지금 세계 각국에서는 한국어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해 세종학당재단은 109개국, 3080개 기관에서 한국어를 교과목으로 채택했다고 발표했다. 경제대국 미국에서는, 한국어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고, 프랑스에서는 일부 중, 고등학교에서 한국어가 정규수업으로 이뤄지고 있고, 베트남에서는 호찌민을 중심으로 한국어가 제1외국어로 지정되면서, 남부지역에만 수십 개의 한국어과가 설치되었다. 13억 인구의 인도는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그 외 다른 여러 국가에서도 빠른 속도로 한국어를 채택하고 있다.

 

올해는 한글날 576돌이다. 한글을 창제했던 세종은 수백 년 앞을 내다 본 정보통신기술의 선구자였다. 컴퓨터 자판기에서, 24개의 자음과 모음만으로, 모든 문자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게 한글을 만들었다. 발음기관의 모양까지 본떠서 음성학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세계의 모든 언어를 자유자재로 표현해낸다. 하나의 글자가 하나의 소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한국인은 5초 내에 디지털로 못 만드는 문장이 없다.

 

반면에 중국인이 쓰는 한자는 3만개가 넘어서, 컴퓨터 자판기에 나열이 불가능하다. 중국어 발음을 영어로 병음하여 알파벳으로 입력한 후, 단어마다 입력키를 눌러야 화면에서 한자로 바뀐다. 같은 병음을 가진 글자가 20개 정도 되기 때문에 맞는 한자를 선택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일본인이 사용하는 컴퓨터 자판도 알파벳이다. 102개의 가나를 자판에 올려야 한다. 예를 들면 ''를 영어식 발음인 'se'로 컴퓨터에 입력해야 한다. 문장마다 한자를 가나로 변환해야 하므로, 속도가 더뎌서 인터넷 친화력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로 세계 언어문화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시대에 걸맞은 다종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세종학당 등의 국가단체, 한글세계화운동연합 등의 민간단체들이, 국경을 넘나들면서 한국어교육, 한국문화 보급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는 정책적으로 뒷받침을 선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