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심 칼럼] 한복을 입고 국격을 빛낸 영부인은 천의무봉

오양심 2022-07-10 (일) 05:16 6개월전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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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오양심 

 

천의무봉은 ’선녀(仙女)의 옷에는 바느질한 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천의무봉은 앉은 자리 선 자리, 그리고 걸어온 발자취가 아름답고 깨끗한 사람을 말한다. 또한 한복을 입고 국격을 빛낸 영부인을 천의무봉이라고도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 취임식을 하면 영부인은 어김없이 한복을 입었다. 해외 순방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복을 입을 때는 흰색 한복을 즐겨 입었다. 백의민족인 우리 조상들은 고대부터 태양을 숭상했고, 그 태양 빛이 흰색이었기 때문이었다. 흰색은 깨끗함, 청결함을 나타내기 때문에, 시대가 바뀌어도 대통령 아내인 영부인은 취임식에도 해외 순방길에도 우리나라의 상징인 흰색 한복을 입은 것이다.

 

우리나라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아내 프란체스카 여사는 국적이 오스트리아였다. 그녀는 남편이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부터 한복을 입고, 대한민국을 알리는 일에 앞장섰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국의 독립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대한민국으로 국적을 바꾼 것은 물론, 이름도 이금순이라고 개명했다.

 

구멍 난 양말을 꿰매 신기까지 하면서, 한복을 즐겨 입은 영부인에게 “당신은 오스트리아 사람입니까?”하고 물으면 “아닙니다. 저는 한복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입니다. 우연히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을 뿐입니다”라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있다. 파란 눈의 프란체스카 여사는 인격과 교양을 겸비한, 그리고 내면이 더 아름다운 우리나라 초대 영부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육영수 여사는 제5대 박정희 대통령의 영부인이었다. 취임식 날 한복을 입은 육영수 여사는 학처럼 단아했다. 경제개발을 단행하고, 국가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남편을 위해 헌신한 육영수 여사는 빈곤퇴치에 관심이 많았다. 육영수 여사는 시간이 나는 틈틈이 불우 청소년과 빈자들을 위해 정수직업훈련원을 설치했고, 고아원과 보육원 등을 자주 방문하면서 어린이 보건정책을 펴기도 했다.

 

끼니가 없어 아카시아꽃을 따 먹는다는 가족을 위해 쌀을 보냈고, 청와대를 지키는 경찰들에게 간식을 챙겨줄 만큼 가슴이 따뜻했다. 하지만 자녀에게는 검소하고 엄격했다. 삼 남매 도시락에 보리를 섞은 밥을 싸주었고, 청와대에서 쓰는 물건은 국민의 세금으로 산 것이니, 종이 한 장도 개인용도로 쓰면 안 된다고 가르쳤다.

 

외국 순방길에서도 육영수 여사는 한복을 입었다. 서독 방문 기간 중 육영수 여사는 함보른 탄광에서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을 만나서 “비록 우리 생전에는 이룩하지 못하더라도 후손을 위해 남들과 같은 번영의 터전만이라도 닦아놓자.”고 함께 눈물을 흘리며 다짐했다. 숙소에 돌아온 육영수 여사의 두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우리나라가 지금은 세계 10위에 진입한 경제 대국이 된 것은, 육영수 여사의 내조 덕분이었다. 한복을 입은 육영수 여사의 자태는 우리 국민의 뇌리에, 해외동포들 그리고 세계 각국의 외국인에게도 우아하고, 품위 있는 영부인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하지만 한복에 대하여 곡절이 많다. 조선 시대에는 사치를 배격하고 검박함을 지향하는 유교적 인생 철학이 뿌리내렸다. 맑고 깨끗한 청결, 지조와 정조를 지키는 절개 등의 상징으로 가장 잘 어울린 옷이 흰색이었다. 인격적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학문과 덕성을 키우며, 세속적 이익보다 대의와 의리를 위해 목숨까지도 버리는 선비들은, 특히 흰색 한복을 선호했다. 그러나 민간신앙 담당자들은 빨강색을 입었고, 민속놀이에서는 노란색, 민속 연희에서는 무채색에 가까운 여러 의상을 입기도 했다.

 

일제강점기는 험난했다. 식민지를 살아가면서 말과 글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서, 흰옷을 입지 말라는 수난도 겪었다. 일본 사람들은 조선 사람들이 흰옷을 입는 것을 싫어했다. 상복(喪服)을 입는 것이라는 등 좋지 않은 쪽으로 해석하고, 흰옷 입는 것을 아예 법으로 금지시켰다. 일본은 강력하게 법과 언론을 동원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험하고 고생스러운 역경을 망각한 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한복보다는 서양식의 양장을 즐겨 입는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 영부인들은 대통령 취임식 날 흰색 한복을 입었다. 해외 순방길에도 어김없이 한복을 입었다. 한복 중에서도 흰색 한복은 맑고 높은 성품과 행실로, 탐욕이 없는 청렴결백을 시작하겠다는 국민과 무언의 약속이기 때문이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우리 옷이고, 고유의 문화이고,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상징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2022년 올해 대통령 취임식과 해외순방 길에 한복을 입지 않은 불상사가 발생했다. 5월 10일 제20대 정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날 김건희 여사는, 한복을 입지 않았다. 6월 28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취임 후 첫 해외 순방길에서도 한복을 입지 않았다. 하물며 우리나라 고유 의상에 대한 정체성은 없으면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연상케 하는 노란색 상의와 하늘색 치마를 입고 마드리드 마라비야스 시장 내, 한국 식료품점을 찾아 화제가 된 패션이 오히려 부끄러울 뿐이다. 전쟁중인 상대국 러시아의 지탄을 받은 것은 당연지사였다.

 

한복은 이 세상의 어떤 옷보다도 멋있고, 아름답고, 신비하고, 우아하고, 경이롭고, 품위 있고, 불가사의하다. 그래서 흰색 한복을 입은 영부인을 천의무봉이라고 말한다. 한복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장래의 문화적 발전을 위하여 현재 세대와 함께 연구하고 개발하고, 다음 세대에게 계승하고 더 나아가서는 인류 문화유산으로 상속해야 한다.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 취임식에도 순방길에도 흰색 원피스를 입었다. 그 옷이 한복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 다음은 역대 대통령과 한복을 입은 영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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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948~1960)/이승만 대통령과 프란체스카 여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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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60~1962)/윤보선 대통령과 공덕귀 여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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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1963~1979)/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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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79~1980)/최규하 대통령과 홍 기 여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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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1980~1988)/전두화 대통령과 이순자 여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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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988~1993)/노태후 대통령과 김옥숙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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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993~1998)/김영삼 대통령과 손명순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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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998~2003)/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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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003~2008)/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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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008~2013)/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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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013~2017)/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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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17~2022)/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