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전생에서 있었던 일/ 여운일 시. 이광희 사진

여운일 2020-06-25 (목) 08:07 3년전 762  

 

 

가난한 내가

마음이 가난해진 내가, 저 세상으로

가버린 지인을 생각하며, 디지털 역에 갔다. 죽기 전에

한글로 세상을 들었다 놓았다가 하려고 갔다.

    

세상에나!

나와 똑같은

줄무늬 검정양복을 입고

올 칼라 와이셔츠를 입은 사람을 만났다.

 

우리는 단번에 전생을 캐물었다

나이를 물어보니 둘 다 나비 띠다.

첫째 아이는 나이가 똑 같고

둘째 아이는 이름이 똑 같다.

    

나는 결혼 선물로 예비신부에게

인감도장을 통째로 주었는데

그는 신부감 이마에 인감도장을

아예 찍어주었다고 했다.

 

우리는 전생에 절친이었고

나는 그 안에 그는 내 안에서

다시 만날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조곤조곤한 이야기를 모아놓고 있었다.

 

오늘은 한가위를 며칠 앞두고 있는 날이다.

우리 조상님들은 가야물 감야물 단원장사가배일

(加也勿 減夜勿 但願長似嘉俳日)이라는 말을 썼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뜻이다.

    

한글로 문화강국을 만들기 위해 만난

나는 일산으로 그는 잠실로 아쉬운 발길을

돌렸지만, 입이 비뚤어진 모기도 깊어가는 가을밤의

귀뚜라미도, 오늘밤은 좋아서 으앙으앙 아기처럼 울 것이다.

 

<여운일/ 시인, 한국어지도교수, 한글세계화운동연합 해외선교교육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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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전속사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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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전속사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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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전속사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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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전속사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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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전속사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