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어서와, 한글은 처음이지?

신락균 2020-12-23 (수) 10:07 3년전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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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리아뉴스=신락균기자] 이 책은,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뜻을 기리기 위해, 한글문학이라는 매개체로 지난 2020109일 한글날,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일본본부(이훈우 본부장)에서, ‘1회 세계한글글쓰기대회를 비대면으로 열어서 엮은 수상작품집입니다.

 

책속에는 한글을 만나고 나서부터 기쁘고 슬펐던, 그리고 울고 웃었던 우여곡절이 들어 있습니다.

 

세계 청소년에게는 모국어로 민족의식을 일깨워주고, 내국민에게는 재외동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 엮었습니다.

 

한글세계화운동연합은 세계 방방곳곳을 찾아다니며, 한글 글쓰기, 한국어 말하기, 한국어 노래 부르기, 한국 요리대전, 한글과 태권도, 한국아리랑선녀대전, 한국전통문화대전을 열고 있습니다

 

77억 지구촌 식구들과 함께 한글이야기로 행복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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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운문)

누구나 처음에는 어려워요
가나다라마바 사랑해  
별  
산과 고슴도치    
오늘 우린     
선물 같은 한글  
우리 엄마    
ㄱㄴㄷ 한글 동물원   
안녕 내 동생     
한글이 좋아요    
한류야 훨훨 날아라   

수필(산문)

나의 언어와 정체성 
신조어와 한글에 대한 나의 생각 
곱고 바른 우리말을 사용하자    
잘못 표기한 한글로 담임선생님 경찰선생님이 되다 
한글이 맺어준 인연           
한국이야기 속의 효도    
한국어가 최고인 이유 
소중한 한글의 올바른 쓰임새 
한국과 나를 이어주는 한글이라는 연결고리 
나의 이름  
나의 삶                     
일본에서 피어난 한글 사랑   
나의 인생과 한글           
한글의 위대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현시대의 한글의 위상  
나의 꿈을 찾아준 한글     
어서 와, 한글은 처음이지?    
자랑스러운 한글            
한글과의 첫 만남 
나에게는 당연한 언어 코리아어 

작품소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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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라니노

한글이 좋아요 / 동경한국학원(일본) 

ㄱ은 꼬부랑 할머니 허리 같고
ㄴ은 누워 있는 하트 같은데…
ㄷ은 장바구니 같아.
ㄹ은 낙타 등같이 꼬불꼬불
ㅁ은 창문을 닮았어.
ㅂ은 알약 같은데 위가 없어.
ㅅ은 산처럼 뾰족
ㅇ은 공같이 동글동글

-생략

참 재미있어
그래서 좋아
너 나랑 친구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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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한글이 맺어준 인연/ 아르헨티나 토요한국학교


“걱정하지 마. 지금은 친구들이 영어와 스페인어를 잘하는 게 부럽겠지만, 머지않아 너는 영어와 스페인어, 그리고 한국어까지 잘하게 될 거야.”

만 5살 때 이민을 나와 처음으로 유치원에 가던 날 부모님께서는 이런 말로 나를 격려해 주셨다. 하지만 코스타리카라는 중미의 나라에서 한국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은 나에게 큰 자부심이 될 일이 아니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널리 알려지기 전이었고, 당장 나에게 중요한 것은 유치원에 가서 친구들과 친해지는 것뿐이었기 때문이다.

코스타리카는 작지만 아름다웠고, 여유롭고 친절한 사람들의 나라였다. 맑은 공기에 푸른 나무들이 넘쳐났으며, 저 멀리 산들에 걸린 구름이 참 아름다운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떨리는 첫 등교 날, 이런 것들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엄마가 머리를 단정하게 빗겨주셨고 전날 미리 준비해둔 교복을 입었다. 차를 타고 유치원에 가는 동안 내 안에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했다.

선생님들은 정말 친절하셨다. 스페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날 위해 큰 몸짓으로 최대한 이해를 도왔고,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배려해주셨다. 덕분에 친구들은 웃으며 다가와 주었고, 블록을 쌓거나 놀이터에 나갈 때면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다. 하지만 밖에서 열심히 뛰어놀다 들어와 동그란 책상에 모여앉아 있으면, 나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생략

글로리는 내가 유치원에 간 첫날부터 처음 보는 외국인 친구가 신기한 듯 항상 나를 따라다니며 이해는 하지 못했지만 말을 걸어 주었다. 또 수업 시간에는 늘 달려와 나의 옆자리에 앉았고 쉬는 시간에는 함께 그네를 탔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스페인어를 못 하면 글로리가 한국어를 하게 하면 되잖아?’ 그때부터 나는 글로리에게 차근차근 한글 단어들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이건 지우개야. 따라 해봐, 지 우 개.”

글로리는 금세 한국어 단어들을 습득하기 시작했고 선생님의 지도에도 우왕좌왕하는 나를 보면 옆에서 ‘종이, 종이. 가방, 종이.’라며 어눌한 한국어로 나에게 설명해주었다. 어느새 글로리는 자신이 더 적극적으로 나에게 한국 단어들을 물어봤고 등교 길에 만나면 멀리서부터 달려오며 한국말로 ‘안녕!’ 하고 인사해주었다.

또한 당시에 한글로 된 나의 이름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글로리는 같은 반 아이들 사이에서 나의 이름을 가장 정확히 발음할 줄 아는 것에 대해 은근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이렇게 나에게 한글은 재미있는 소통의 수단이 되어 있었다.

단짝이 된 우리의 엄마들도 서로 친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글로리의 엄마는 글로리가 집에서 어느 순간 이상한 단어들을 사용해 가끔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며 굉장히 재미있어했다. 더불어 글로리의 집에서는 글로리의 한글 사용이 항상 화젯거리이자 이야깃거리가 되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우리는 친하게 지냈고, 우리는 가끔 글로리네 가족을 초대해 집에서 한국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다. 학교에 도시락으로 김밥을 싸가는 날이면 글로리는 누구보다 반가워했고, 나로 인해 한국이란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된 글로리네 가족은 한글과 한국의 문화에 대한 호감을 키우게 되었다.

나는 글로리 덕분에 처음 코스타리카에서 적응하는 데에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줄로만 알았던 한글은 나에게 매우 소중한 친구를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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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호

나의 언어와 정체성/ 코리아국제학원 

나와 한글의 만남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태어나서부터 중국어랑 한자밖에 몰랐다. 한글과 코리아어는 물론 한국이란 나라가 있다는 자체도 몰랐다. 엄마가 가끔 친척이랑 친구들이 올 때 내가 모르는 말로 대화를 했다. 그러면 나는 엄마한테,

“방금 무슨 말로 대화 한 거야?”

라고 물어본다.

엄마는 조선말이라고 대답한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조선말’이라는 단어를 들어봤고 가끔 친척들 모임에서 외계어같은 조선말을 듣고는 했다.

그러다가 나는 연길의 조선족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고 그 중에서도 기본인 자음과 모음을 배웠다. 이제까지 중국어만 해왔던 나한테는 너무나 큰 시련이었다. 갑자기 본적도 없는 글자를 외우라하니까 너무 힘들었다. 나는 한글이 너무 어려워서 배우기 싫었다. 하지만 엄마의 한마디가 나의 인생을 바꿨다.

“넌 조선족이니까 조선말을 배워야 한다.”

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때 그냥 듣고 넘겼지만 몇 년이 지난 후에 깨달았다. 어쨌든 나는 포기하지 않고 한글을 계속 배워나갔다. 소학교시절에는 다른 과목은 다 성적이 괜찮았지만 조선어문의 성적만 낮았다. 조선어문이란 조선족 학교에만 있는 과목인데 쉽게 말하면 조선말이다.

중국어는 기말시험에 100점이나 맞았지만 조선어문의 성적은 형편없었다. 그렇게 나는 성적향상을 위해 한글을 열심히 공부했다. 그 결과 기말시험 때 성적이 대폭 상승했다.

나는 그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서 한글을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 성적은 좋았지만 실제로 친구와 대화할 때는 조선말보다는 중국말을 많이 썼다. 아무래도 오직 성적만을 위해서 공부한 언어이기도 하고 한글이나 조선말에 대한 애착이 없어서 많이 안 썼던 것 같다.

나는 조선족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민족개념에 대해 잘 모른 탓에 자기를 그냥 중국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뭔가 허무한 느낌이었다. 나는 조선말, 한글을 배워도 쓸모가 없는 줄 알았다.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이 중국말을 더 많이 쓰니까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단단히 잘못된 착각이었다.

나는 중국에서 4학년까지 마치고 한국 서울에 왔다. 나는 조선말을 할 줄 알아서 애들이랑 친해질 수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표준어를 잘 못해서 조금 힘들었다. 내가 배운 조선말에는 함경도 사투리가 많이 들어가서 소통이 안 될 때도 가끔 있었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이랑 공부보다 노는 시간을 많이 가지기로 했고 나는 결국 표준어도 잘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그때 처음 자발적으로 한글과 한국어를 공부를 한 것 같다. 아무래도 애들이랑 중국말로 얘기할 일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는 역시 같은 민족이라는 것이다. 나는 연길에서 생활하면서 한글로 된 간판을 아주 많이 봤다. 한국은 당연히 그렇다. 똑같이 한글을 쓰고 풍습도 비슷하다. 사람들이 흥도 많았다.

특히 야구장에 갔을 때 관객들이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느꼈다. 또한 나의 본관이 강원도란 사실을 한국에 와서 처음 알았다. 그리고 나는 다시금 깨달았다. 나는 조선족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한국의 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선조가 조선 사람이란 증거이다. 나는 한국에서 나의 정체성에 대해 잘 알게 되었고 한글에 대한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엄마의 권유로 일본에 오게 되었다. 나는 일본에서 한글을 볼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한글을 볼 수 있었고 한글을 배울 수도 있었다. 여기서 재일코리안 친구들도 많이 만났다. 재일코리안 친구들은 조선족이랑 비슷한 점이 많았다.

재일코리안은 일본어를 더 잘하고 조선족도 중국어를 더 잘한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이랑 친해지기 위해서 한글보다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 입학하여 첫 1년은 일본어 수업이 중심이었기 때문에 코리아어 수업은 들을 수 없었다.

1년 뒤에 드디어 코리아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었고 그때는 정말 해방된 느낌이었다. ʻ드디어 한글 공부를 할 수 있구나.ʼ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한글이 그리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나는 아마도 모르는 사이에 한글에 대한 애착이 생겼던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중국, 한국과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한글을 좋아하게 되었고 나의 정체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는 조선족이고 한글을 좋아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서와, 한글은 처음이지?
- 제1회 세계한글글쓰기대전 작품집 -
 

초판 인쇄/2020년 12월 1일
초판 발행/2020년 12월 1일
발행인/오양심
발행처/한글세계화운동연합일본본부(日本 東京 新宿/ 이훈우)

표지 사진/이광희
본문 그림(삽화)/이훈우


값/원(비매품)

이 작품집은 제1회한글글쓰기대전 후원단체의 후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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