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심 칼럼] 우리말 우리글로 한글사랑 나라사랑 겨레사랑을 실천한 선각자들

오양심 2023-06-13 (화) 08:11 10개월전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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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양심/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이사장

 

올해는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신 지 577돌이 된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서 해방 후 한글사랑, 나라사랑, 겨레사랑을 실천하신 분들의, 허를 찌르는 한마디 말이, 한 줄의 글이, 언행일치 한 삶이 심금을 울리면서, 날카로운 가르침으로 급소를 찔러준다.

 

세종은 독서광이었다. 책에서 얻은 지혜와 지식이 풍부했다. 무지몽매한 백성을 생각하며 글자를 몰라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을 한탄했다. 우리글이 없어서 문맹인 나라에서 문명의 꽃을 피우기 위해, 문자를 발명하기로 결심했다. 자주, 애민, 실용 정신을 밤낮없이 발휘하여 한글 창제에 몰두한 세종은 눈병을 심하게 앓으면서도, 단 하루면 읽고 쓸 수 있다는 뜻의 아침글자 한글을 창제했다. 세계 언어학자들이 21세기 손 스마트 시대, 인공지능시대, 문화시대에 가장 알맞은, 배우기 쉽고 과학적인 글자라고 칭송하는 훈민정음(한글)은 인류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다.

 

고종은 조선 최고 지식인이었다. 1894년 갑오개혁을 추진했고, 그해 11월 개혁의 일환으로 국가 공문서를 한글로 작성하라는 칙령1호를 제정했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지 약 450년 만이었다. 공문식(公文式14)에는 "법률과 칙령은 모두 한글로 으뜸을 삼되 한문의 번역을 붙이며 혹은 국한문을 혼용할 수 있다(법률칙령 총이국문위본 한문부역 혹혼용국한문法律勅令 總以國文爲本 漢文附譯 或混用國漢文)."고 표명했다. 100여 년 전 처음으로 국가에서 한글을 나라 글자로 인정한 법령이 나온 것이다.

 

주시경은 조선시대 언어민족주의자였다.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른다고 말한 주시경은, 서당에서 한문을 배우다가 신학문에 눈을 떴다. 그 당시 한문 강독법은 한문 원문을 그대로 음독하여 달달 외우게 한 뒤, 우리말에 ''를 붙여 무슨 뜻인지 풀어 주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면 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한문을 학이시습지, 불역열호(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라고 우리말로 말한 뒤에,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와 같은 것이었다. 그때 주시경은 한문과 우리말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후, 한글연구를 하면서 '국어 강습소', '조선어 강습원' 등을 개설하여 인재양성에 힘썼다.

 

또한 주시경은, 1910년 초에는 한글학자들과 함께 언문이라 천시 받던 훈민정음을 큰글이라고 뜻하는 '한글'로 바꿔 썼다. 순한글 신문인 '독립신문'제작과 한글 교육, 후진 양성에 힘썼다. 국문 동식회라는 국어연구회를 만들어서 한글문법, 한글표기법, 한글 전용, 한글 띄어쓰기를 실천했다. '대한국어문법', '국어문전음학', '국문연구', '국어문법', '소리갈', '말의 소리' 등을 저술하여 표의주의 철자법 확립, 한자어 순화, 한글 풀어쓰기 등의 업적을 남겨서, '한글 맞춤법 통일안'의 기틀을 마련했다.

 

최현배는 한글학자였다. 열여섯 살에 주시경 선생을 만나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이래, 배달말 배달글 배달겨레 배달정신의 발전을 위해 살았다. 민족정신이 담겨 있는 우리 겨레의 말과 글을 지키는 것이 곧 민족을 살리는 길이며, 독립운동이라 생각하고 한글운동에 전념했다. 일제강점기 때는 나라를 빼앗긴 치욕 속에서도 우리민족이 다시 살아날 방법을 연구하면서, 한글은 목숨이라고 외쳤고, 조선어학회'의 주도 세력이 되어, 우리말과 글을 지켰다. 한글에 민족 정체성이 있다는 굳은 신념으로, 한글맞춤법통일안 마련, 표준말 정립, 우리말 사전 편찬 등에 심혈을 기울였다. 국어어법 바로세우기를 위해 일생을 바쳤다.

 

그렇다. 한글(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의 자주, 애민, 실용 정신으로 이 땅에 태어났다. 하지만 나라 문자로 자리매김 될 때까지 모진세월을 보내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갑오개혁을 추진한 고종이 한글로 공문서를 작성하라는 칙령을 내렸고, 여러 학자들이 한글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고, 우리말과 우리글의 전문적 이론 연구와 후진 양성으로 한글의 대중화와 근대화에 개척자 그리고 선각자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외국의 많은 언어학자들은, 한글의 우수성과 창조성, 과학성을 높이 평가했고,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체계적인 문자라고 평가했으며, 유네스코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지금 한글은 우리 겨레의 문화유산이자 인류문화유산이 되었다. 우리 모두는 우리말 우리글로 한글사랑 나라사랑 겨레사랑을 실천한 선각자들의 내리사랑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