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일어나거라
해가 중천에 떴다
사십년 전
하늘로 올라가신
어머니가 꿈결에 찾아오셔서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산도 희고 강도 희고
꿈꾸는 내 영혼도 하얗게 흰
섣달 그믐날 막차를 타고 새벽녘에
대문을 들어선 것이 화근이었다
아니다 한글보급을 한답시고
소문만 무성하게 앞세워놓고 누구랑
어떻게 이 세상을 이롭게 할 것인지
눈물로 베갯머리를 적시다가 잠을 설친 때문이었다.
새날 새아침
마당에 나와 보니
상서로운 어머니 질책이
머리위에서 온통 한글로 눈부시다
딸아!
걱정하지 마라
발길 닿는 대로
모두가 네 편이란다
▲이광희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