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민, 시] 하늘 나그네/한글로 세계문화강국만들기 1기

관리자 2020-02-21 (금) 06:51 4년전 746  

 

 

복의 근원을 찾아 진리의 빛을 찾아

한 육십여 년 높은 곳을 향해 달렸다.

행복의 통로가 되어 나눠주고 싶어서였다.

 

갈등과 방황은 친구가 되어주었고

노을이 질 때까지 한 솥밥을 먹었지만

영혼을 불 밝히는 길은 낙엽이 가르쳐 주었다.

 

가을이 되면 내가 나를 만날 수 있고

혼자서 외로워야 내면도 볼 수 있다고

아득히 낮은 곳에서 모국어로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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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희

 

복은 평안하고 기쁜 것이다. 성경에서는 하나님의 은혜와 선물로 일컫는다. 복의 근원은 하나님이며 가장 큰 복은 하나님이 자신이라고 가르친다(16:2; 33:12).

 

1연에서 시인은 복의 근원과 진리의 빛을 말하고 있다. 이것은 수평적인 사고가 아니라 수직적인 사고이다. 신앙의 주체는 하나님의 선택과 부르심이다. 둘째는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다.

시인은 나그네이며, 방랑자이며, 순례자이며, 수도자이다. 외로우니까 사람을 그리워하고, 내가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복의 근원과 진리의 빛을 찾아다닌다. 시인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통로이며, 생명의 에너지이다. 눈에 보이는 현상이고, 눈에 보이지 않은 본질이다. 하나님의 말씀이다. 그래서 하나님을 닮고자 하는 시인은, 광야에서 진리를 찾아내어, 하늘의 길, 수직적인 길의 통로가 되고 싶어 한다.

 

2연에서 시인은 수평적인 삶을 갈아가면서 갈등하고 방황한다.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한 시인은 어느새 노을 앞에 서 있다. 노을은 해가 질 무렵에 햇빛에 물들어 잠깐 붉게 보이다가 사라지는 현상이다. 시에서는 노을을 인생의 종착지를 향하여 가고 있는 삶을 말한다. ‘갈등과 방황과 함께 노을이 질 때까지 한 솥밥을 먹었다고 고백한다. ‘영혼을 불 밝히는 길낙엽이 가르쳐 주었다고 표현한다. 낙엽은 이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현상이고 본질이다.

 

3연에서 시인은 가을이 되면 내가 나를 만날 수 있고/ 혼자서 외로워야 내면도 볼 수 있다고 적고 있다. 공자가 말한 불혹(40)은 세상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이다. 지천명(50)은 하늘이 내린 명()을 아는 나이이다. 이순(60)은 인생에 경륜이 쌓여서 옮은 사려와 판단을 하는 나이이다.

 

왜 살아야 하는지, 누구를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어떻게 인생을 마무리 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현상과 본질을 알아야, 그리고 인생이 무르익어야, 자신의 외면은 물론 내면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삶이라고 시인은 고백한다. ‘아득히 낮은 곳에서 모국어로 말해주었다는 마지막 구절에서, 시인은 특히 모국어를 사랑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이 땅에서 거친 날개옷을 입고, 평생 동안 하늘을 우러르는 하늘 나그네이다.

 

<한글로 세계문화강국만들기. 오양심 시인, 前 건국대 통합논술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