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문/ 김민지 시. 이광희 사진

오양심 2020-02-05 (수) 10:30 4년전 770  

 

 

진실의 문

 

진실의 문 앞에서

현실은 힘없이 무너진다

세상의 벽을 부수며

진실은 문 너머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걸까

왜 항상 닿지 않는 저 곳에서

내 숨의 근원과 연결되어

나를 어서 오라고 재촉만 하는걸까

 

 

착하고 아름답게만 살고 싶었어요.

혼자 놀고 삐치다가 신경을 곤두세워

가끔씩 나를 무너뜨릴 때가 있었어요.

 

문을 활짝 열고 자연으로 나가보았어요.

모든 것들이 비스듬하게 기대고 있었어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나 봐요.

 

콩 꽃은 담장에 기대어 피어나고

퉁명스러운 담벼락은 꽃향기에 설레고

벌 나비도 하나 둘씩 날아왔어요.

 

내 숨의 근원을 찾아냈어요.

내안을 가꾸어서 꽃피울 거예요.

새해부터 나의 봄이 시작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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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희

 

진실은 거짓이 없고 참된 것을 말한다. 성경에는 여호와의 말씀은 정직하며 그가 행하시는 일은 다 진실하시도다(시편33:4)’라고 적혀있다. 진실은 본질적으로는 하나님의 성품으로 영원히 변치 않고 확실하여 신뢰할 수 있음을 뜻한다.

 

특별히 인간과 맺은 약속을 이행하시는 하나님의 성품은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자세이기도 하다(18:21; 24:14; 51:6)고 적혀있다.

 

1연에서 시인은 착하고 진실하게 사는 것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다. 신앙인으로 살아가면서 성경말씀에 순종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진실하게 살아가는데 한계가 있다.

 

2연에서 삶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직시하며, 진실의 문을 열고 자연으로 나간다. 하늘과 땅 사이 천지간을 살피고 있다. 모든 것들이, 한쪽으로 조금 기울어져 있는 모습들을 발견한다.

 

3연에서 시인은 콩 꽃은 담장에, 퉁명스러운 담벼락도 꽃에 기대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벌 나비도 꽃에 기대기 위해 곧 날아올 것이라고 상상한다.

 

4연에서 숨의 근원이 반듯하지 않은, 비스듬한 것이라고 단정한다. 사람 인()의 한자가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처럼, 시인은 자신을 꽃피워서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겠다고 한다.

 

새해부터 힘찬 봄의 클랙슨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사람끼리 기대고 의지하는 게 사람다운 사회가 아닐까 싶다.

 

시인이 말하듯이 비스듬하게 받치고 것들에게서, 봄처럼 따스하고 신선하한 언어가 재탄생된다. 우리는 이 시()에서 자본화되어 있는 이기적인 세태 속에서, 비스듬한 존재의 절실함을 깨달을 수가 있는 것이다.

 

<전, 건국대학교 통합논술 주임교수, 시인 오양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