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꾸는 꿈/ 이훈우
오양심
2023-07-19 (수) 08:50
9개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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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국에서 꽃을 만났다 밤꽃을 만났다 밤나무 숲이 무성하게 향기를 풀어 놓는다 냄새가 지독하다 막무가내 코를 찌른다 나도 살기 위해서 기를 쓰며 발버둥 쳤다 오래 좌절하고 방황도 했다 밤꽃 못지않게 남의 코를 찌르기도 했다. 나름대로 독한 냄새도 풍겨 보았다 오늘은 웬일로 발 딛는 곳마다 마뜩찮다 수십 년 타국을 떠돌면서 단단한 밤 한 톨 맺지 못하더라도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태(胎)로 돌아가기 위해서 내 몸에 밤송이 같은 가시를 돋게 하여 끝까지 독해져야겠다. <이훈우/ 동경한국학교 교감/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일본 본부장> ▲오윤 作(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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