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우 수필] 코로나로 이런 일이(3)

오양심 2021-11-02 (화) 07:34 2년전 726  

 f6dbbb55d3faad265550ca5d12d4a227_1635806073_97.jpg 

이훈우일본본부장/ 한글세계화운동연합

 

10일간의 치료가 다시 시작된다. 이번 치료는 주사를 통한 약물 투여가 아니라, 하루에 두 번 약을 먹는 방식이다. 매일 이곳저곳 숨어있는 혈관을 찾아가며 주사 바늘을 꽂는 아픔을 견디지 않아서 좋다. 다행히 나에게 맞는 치료법이었는지 치료 이틀째부터 호흡이 호전된다. 소량이지만 밥을 먹을 수도 있다.

 

여유가 생기면서 머릿속이 맑아진다. 세상에 대한 미움과 원망과 억울함이 사라지고 아쉬움마저 사라지자 머릿속이 텅 빈 상태가 된다. 이대로 홀가분하게 생을 마무리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마음이 편하다. 더 바랄 것이 없어지니까, 하느님이 정해주는 대로 따라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또 하루가 간다. 밥도 먹었고, 잠도 편하게 잤다. 치료가 잘 되어 다시 생을 이어가게 해 달라는 간절함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그렇게 된다면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다. 살 수 있는 기간이 100년도 채 안 되는데,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해 주고,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싶다. 여행도 마음껏 다니지 못했던 아쉬움은 든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투쟁적인 삶 속에서 돌아보지 못했던 일들이 많다.

 

오늘도 잠자리가 편하다. 새로운 6일이 지나면서 산소치료도 2리터로 줄어든다. 주치의가 나를 보고 기적의 사나이라고 하면서 이대로라면 10일 치료 후에 퇴원이 가능할 것 같다는 희망을 준다. 간사하게도 갑자기 살고 싶은 욕심이 강하게 생긴다. 어떻게든 살게만 해 준다면 지금까지의 잘못을 모두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하느님께 다짐하며 기도한다. 나 자신에게 이기적이고 간사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혹시라도 하느님이 허락해주신다면 잘살아보겠다는 다짐을 또 해 본다.

 

몸과 마음의 평안을 찾아가며 10일간의 치료가 끝난다. 수치상의 건강은 모두 정상이다. 입원 21일이 되는 날, 주치의가 퇴원이 가능한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다. 바로 퇴원을 하겠다고 대답한다. 의사는 기적이라고 한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나는 삶을 연장받았고, 많은 것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의 체력은 엉망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올라 걷기가 힘들다. 목소리가 변해서 풍선 바람 빠진 소리가 난다. 웬일로 정신은 더 맑고 밝다. 코로나로 힘들었지만, 코로나로 새로운 삶을 찾게 되어 기쁘다.

 

그랬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하느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새로운 삶과 미래도 꿈꾸었다. 하느님! 제가 이 땅에 무슨 할 일이 남아 있어서 살려주신 겁니까? 수없이 자문자답했다. 어찌 되었든 하느님은 나에게 다시 살아 볼 기회를 주신 것이다. 빨리 몸이 완쾌되어 일상생활이 가능하기를 기대하며, 지금의 생각과 다짐이 변함없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