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우 수필] 코로나로 이런 일이(2)

오양심 2021-11-02 (화) 07:33 2년전 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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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우일본본부장/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코로나를 치료하는 병원에 와서 알게 된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 코로나 양성 환자의 치료 시스템은 정해져 있다. 5일간 일정으로 약물을 투여하여 치료하고, 2일 동안 상황을 살펴서 7일 만에 퇴원을 시키는 시스템이다. 워낙 시스템과 메뉴얼을 중요시하는 일본이라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이 시스템에 따라 치료를 받는다. 5일의 치료가 끝나면 통상적으로 완치된다.

 

나는 치료 4일에 접어들어서도 열이 떨어지지 않고 호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밥을 먹을 수가 없다. 아침마다 채혈 후 약물이 투여된다. 두 시간마다 간호사가 와서 몸 상태를 체크한다. 추가적인 치료나 조치는 취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잠을 잘 수가 없다. 어쩌다 잠이 들어서 깨어나면 시계는 20분도 지나지 않았고, 시간의 흐름이 멈춘 상태이다. 잠을 잘 수 없는 고통이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 내가 생각해 왔던 지옥 그 자체이다. 눈물이 난다. 이대로 죽는다는 생각이 엄습해온다. 죽음을 생각하니 지금까지의 일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어릴 때 기억이 신기하게도 모두 스크린 되어 지나간다. 그 때 이렇게 했어야만 했는데. 왜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했을까? 왜 그 사람은 나를 괴롭혔을까? 나는 그 사람을 왜 미워했을까? 무엇이 나로 하여금 포기하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 , ? 후회와 반성, 원망과 미움과 억울함도 지나가고 지나간다. 이대로 죽는 건가, 다시 한번 삶을 부여받을 수는 없는 건가?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오지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 땜질하듯 살아온 인생이 후회스럽다. 하루하루 소중했던 인생을 무의미하게 허비한 것이 억울하다. 이렇게 쉽게 생이 끝날 수 있다는 사실을 왜 진즉 몰랐을까! 차라리 베풀면서 살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왜 하필이면 나지? 내가 진정 죽을 정도로 잘 못만을 저지르며 살아온 건가? 풀어야 할 은원도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 어쩌지! 온통 내면이 복잡하다.

 

치료 5일째이다. 새벽 2시에 간호사가 와서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등을 두드려준다. 내가 애처롭게 보였나 보다. 나 외에 한방을 쓰는 5명의 환자들은 한 시간이 멀다하고 간호사들을 찾고 괴롭힌다. 나는 5일이 지나는 동안 한 번도 간호사를 부른 적이 없다. 혼자 참으며 견디고 있다. 2시간마다 간호사가 와서 상태를 살피곤 한다. 지금은 고열로 땀 범벅이 된 나를 애처롭게 내려다본다. 서러움이 밀려온다. 등을 돌리고 눈물을 삼킨다. 죽음이 이런 것인가!

 

나에게는 주치의가 두 명 배치되고, 간호사도 두 명 배치되어 있다. 간호조무사가 한 명 더 배치되어 있다. 한 사람의 환자에게 5명 이상의 인원이 배치되다 보니 의료진도 피로가 겹치고 지치는 것 같다. 지금까지의 간호사들과 의사들은 나에게 불신과 미움만 심어주었는데, 오늘은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내가 다시 살 수만 있다면 꼭 찾아뵈어야겠다는 생각이다.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눈물을 삼키며 다시 한번 잠을 청해본다.

 

5일의 치료가 끝났다. 전혀 차도가 없다. 오히려 12리터의 산소를 공급하던 것을 5리터로 올리는 상황이다. 호흡기를 떼면 바로 죽는 수준이다. 의사가 상담을 한다. 본인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며, 최근 10일 코스의 코로나 치료 방법이 새롭게 연구된 것이 있는데, 이 방법으로 추가 치료를 해 보지 않겠냐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선택은 없다.

 

설명서를 대충 읽고 동의서에 사인한다. 2일 동안 휴식을 취하고 다시 10일간의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설명을 듣는 동안 많은 생각에 잠긴다. 처음 코로나가 걸려 집에서 격리된 10일 동안 이미 많은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다. 그 결과 몰골은 지금 말이 아니다. 몸무게는 무려 25킬로가 빠져있는 상태이다. 치료를 받는다고 한들 앞으로 살아갈 일에 자신이 없다. 차라리 산소호흡기를 떼 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