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우 수필] 코로나로 이런 일이(1)

오양심 2021-11-02 (화) 07:31 2년전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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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우일본본부장/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열나요, !’

 

아침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데 현관 자동감지기에 뜬 나의 온도를 보고 동료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한다.

 

농담하지 마세요! 아침부터 불길하게……,

 

말을 해놓고 재차 열을 쟀더니 38도가 넘었다. 모든 업무를 뒤로하고 병원으로 달려가 코로나 검사를 받는다. 다음 날 날아든 결과는 양성 확진이었다. 집과 직장만 오갔던 나로서는 억울하다.

 

왜 하필 나야!’

 

슬프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관할보건소에 연락을 한다. 병실이 확보되지 않고, 호텔도 여의치 않으니 집에서 열흘 동안 요양하라는 지시이다. 어차피 병원이 아니라면 차라리 집이 더 편할 것 같다.

 

이튿날부터 열이 더 올라가고 호흡도 가쁘다. 음식을 먹을 수가 없다. 보건소 담당 의사에게 연락해서 고통을 호소하지만 특별한 방법이 없다고 한다. 약을 처방받으면 격리 기간이 더 길어진다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말만 한다.

 

급기야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호흡까지 힘들어져서 다시 보건소 담당 의사에게 하소연을 한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무료 지원 비상식량과 산소 수치를 체크하는 기계를 보내준다. 하루에 한 번씩 체크를 해서 상황을 알려달라고 한다.

 

음식을 먹을 수도 없고, 열이 내리지 않는 상황에서, 산소 수치까지 80근방(일본의 경우 96이하면 입원 대상)에서 멈추고 있다고, 매일 보고를 하면서 대책을 호소한다. 하지만 참으라는 통보뿐이다. 곧 괜찮아질 거라는 말과 함께.

 

의사의 말이라 믿고 따를 수밖에 없다. 지옥 같은 10일이 지나간다. 하지만 몸은 호전되지 않고, 몸 상태는 더 나빠진다.

 

다음날 보건소로부터 이제 격리가 끝났고, 근로 업무를 지속해도 된다는 통보이다. 여전히 몸이 아픈데 이해가 안 된다. 쉬어야 할 근거가 없어졌으니 당장 출근을 해야 할 형편이라, 영양제라도 맞으려고 인근 개인 병원을 찾았다. 열 체크와 함께 산소 수치 등 간단한 진료를 하던 의사는

 

당신 지금 굉장히 위험한 상태이다. 영양제가 문제가 아니고, 보건소에 빨리 가야한다

 

고 한다. 부랴부랴 보건소로 전화를 해보니, 10일의 공식 격리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보건소와는 상관이 없고, 개인이 알아서 하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한다.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따진다. 10일 격리 중에 당신들이 한 번이라도 왕진을 왔냐? 몸 상태를 확인한 적이 있냐? 내가 아프다고 하소연을 했을 때, 약도 먹지 말고 참으라고만 하지 않았냐? 그런데 지금 이게 뭐냐? 개인 병원에서 당장 입원을 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따져 묻는다.

 

그때에야 병원을 소개해 줄 테니 가 보라는 것이다. 소개해준 병원에서는 밤 930분에 의사를 집으로 보낼 테니 대기하라고 한다. 기다려도 의사는 제 시간에 오지 않는다. 외국인이라서 부당한 대접을 하는 것인지 야속한 생각이 든다. 10시가 병원에서 넘어서야 전화가 온다.

 

병원 의사인데 몸 상태가 어떠세요?”

 

왕진 온다는 의사는 오지 않고 전화만 온다. 와서 보면 알지 않느냐?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대접하느냐? 악에 받쳐 아우성을 쳤더니, 내일 아침 1030분에 차를 보낼 테니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잠을 자는둥 마는둥 아침을 맞는다.

 

병원에서 보내준 차를 타고 체육복 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면회도 안 되고, 간호도 안 되니 가족은 따라올 필요가 없다고 해서 혼자 간다. 10여 분을 달려 지하주차장에 도착한다. 코로나 환자들이 드나드는 통로가 따로 있다. 일반인들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게 비밀 통로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그곳을 통해 6층까지 올라간다.

 

드디어 코로나 검사를 한다. 진찰 결과는 놀랍게도 양성이다. 의사도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코로나 균이 10일 동안 몸을 망쳐 놓은 상태라고, 이런 상황은 처음 겪어본다고 의사도 놀라워한다. 혈압이 300도까지 올라간다. 어느 때는 40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상황은 점점 악화된다.

 

밥을 먹을 수가 없다. 간호사들은 겹겹이 동여맨 방호복을 입은 채, 들리지도 않게 불안한 말을 주고받는다. 주사기를 통해 투여되는 약물이 몸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으로 새어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 몸에는 열 개도 넘는, 줄들이 주렁주렁 달린다. 날마다 채혈을 해 가고 폐 사진을 찍고 주사기를 통해 약물이 투여된다. 산소호흡기까지 채워진다. 급기야 걷지 못한 상황이 된다.

 

잠이 오지 않아서 TV를 시청한다. 아나운서가 내일부터는 병실 부족으로, 중증코로나 환자가 아니라면, 집에서 요양시키라는 스가총리의 발표가 있었다는 보도이다. 이런 우라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