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서 나를 찾는다] 사랑의 고통/ D. H. 로렌스

오양심 2018-10-04 (목) 09:29 5년전 858  

 

그대를 사랑하는 고통을

나는 도저히 견디지 못할 거예요  
걸으면서도 그대를 두려워해요


그대 서 있는 그곳에서
어둠이 시작되고

그대가 나를 쳐다볼 때
그 눈으로 어스름 밤이 다가와요


오!

태양 속에 머무는 그림자를
난 여태껏 본 적이 없어요  
그대를 사랑하는 고통을 나는
도저히 견디지 못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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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新山) 오양심/ 시인. 前건국대학교 통합논술 주임교수>
사랑의 고통은 살수도 죽을 수도 없는, 어찌할 수 없는 처지에서 생기는 듯하다. 그래서 사랑의 고통은 치열하다.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고통이야말로 막을 도리가 없다. 가슴 한가운데서 불길보다 더 맹렬하게 치솟아 오른다.

그림을 그려도, 음악을 들어도, 여행을 떠나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그리움을 뿌리칠 수가 없다. 사랑하는 일은 서툴고 낯설고 아픈 일이다. 다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보다 부디 덜 아프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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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로렌스(David Herbert Lawrence. 1885.9.11 ~ 1930.3.2.)는 영국의 시인이고, 소설가이고, 비평가이다.

영국 노팅엄셔주(州)의 탄광촌 이스트우드 출생했다. 조부의 대(代)부터 광부였던 아버지와, 조선기사 딸로 교사를 지낸 중류계급 출신인 어머니와의 계급 차에서 오는 계속적인 불화가, 어린 시절의 그의 성격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교양 없는 주정뱅이 아버지와 격렬하게 대립하였던 어머니가 모든 애정을 그에게 쏟은 일이 사춘기 때 그의 여성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사정들이 뒷날 그의 문학에 흐르는 주제의 한 원형을 이루었다.

데이비드 로렌스는 노팅엄대학 사범부를 졸업한 후 1909년부터 3년간 런던 교외 크로이든의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1910년 12월에 어머니를 여의고 1912년 봄에는 노팅엄대학 시절의 은사 E.위클리의 부인이며 6세나 연상인 프리다와 사랑에 빠졌다. 둘이서 독일 ·이탈리아 등을 전전하다가 1913년 <아들과 연인 Sons and Lovers>을 썼다. 1914년에 영국으로 돌아와 프리다와 정식으로 결혼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아내가 적국인이라는 이유와 그 밖의 이유로 박해를 받아 전쟁과 사람들의 광기(狂氣)를 저주하면서 영국 각지를 유랑하였다. 1915년에는 <무지개 The Rainbow>를 발표하였는데 성(性) 묘사가 문제되어 곧 발매금지를 당하였다. 다음해에 완성하여 1920년에 예약 한정판으로 낸 <사랑하는 여인들 Women in Love>에서 더 철저히 파헤쳤다.

대전이 종결된 뒤 1919년 11월 이후 세계 각처를 방랑하였다. <아론의 지팡이 Aaron’s Rod 1922), 캥거루 Kangaroo 1923), 날개 있는 뱀 The Plumed Serpent 1926) 등의 장편을 썼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은 그의 성철학(性哲學)을 펼친 작품이다. 외설시비로 오랜 재판을 겪은 후 미국에서는 1959년에, 영국에서는 1960년에야 비로소 완본 출판이 허용되었다. 이 밖에도 많은 중편 및 단편소설, 시집, 여행기, 평론집, 서간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