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읽는 편지] 선물/ 강인호

김인수 2018-10-04 (목) 08:38 5년전 1010  

 

내 너무 가난하여
그대에게 줄 것이 없네

헤진 마음 한 자락
곱게 다려 보내드리거니

아름다운 사람 만나
눈물 흘릴 일 있거든

접었던 마음 꺼내어
그대 손수건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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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2017년 독서실태조사>


<인산(人山)편지/ 김인수 시인. 육군훈련소 참모장 준장>
인문학 강의의 여진이 오래 이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오늘'이라는 날의 소중함, '지금'이라는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사유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늘 마음만 있었는데, 그래서 책을 생각할 때면 부담만 많았었는데 책을 읽는 것에 대한 생각을 달리 했고,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잡을 수 있다고 하십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한 분 한 분의 진심어린 말씀이 눈물겹습니다. 그 감동으로 인해 제가 더욱 감동받습니다. 부족한 저의 강의가 많은 분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친 것에 대해 저 역시 큰 보람이요, 영광입니다.

작가에게 있어 가장 큰 영광은 독자님들로부터 받는 호응입니다. 독자가 없는 작가는 의미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같이 나눌 수 있고,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독자가 있어야 비로소 작가다운 작가라 할 수 있습니다.

인산편지의 많은 독자님들 중에는 아직 제가 한 번도 뵙지 못한 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그래서 수년 째 온라인 상으로만 뵙는 독자님들은 여러 가지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십니다.

어제도 어느 독자님께서 답장을 보내시어 인산편지 가족들을 위한 인문학 강의는 언제 할 것인지 여쭤 보셨습니다. 구체적인 일정까지 말씀드릴 순 없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문을 보니 문체부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실태를 조사한 내용이 실렸습니다. 제목이 가히 충격적입니다. 2017년 국민독서실태 조사는 만 19세 이상 성인 6천 명과 초등학생(4학년 이상), 중·고등학생 3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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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과 학생의 독서장애요인>

'지난해 성인 40% 책 한 권도 안 읽어' 아무리 기사 내용을 자세히 읽어 보아도 믿기지 않습니다. 40%가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니요? 어쩌면 충격이 아니라 안도를 하는 분들도 있을 줄 압니다. "아! 나는 그 40% 안에 절대 들지 않는 사람이구나." 라고 말입니다. 아마도 인산편지 독자님들은 절대 그 40%에는 속하지 않을 분들임에 틀림없습니다.

지난 1년 간 일반 도서를 읽은 사람은 성인의 경우 59.9%, 학생은 91.7% 였다고 조사결과는 밝히고 있습니다. 성인 독서율은 지난 1994년 처음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책을 잘 읽지 않거나, 못하는 걸까요?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요인으로는 '시간이 없어서' 라는 응답이 성인 32.2%, 학생 29.1%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성인은 휴대전화 이용과 인터넷 게임을 하느라가 19.6%, 학생은 책 읽기가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가 21.1%로 나타났습니다.

저는 이 조사에서 학생들이 대답한 책 읽기가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라는 말에 주목합니다. 학생들이 왜 책을 읽기 싫을까요? 왜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을까요?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책을 읽는 것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방법이 주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제가 강의 시에 힘주어 강조한 "줄거리의 악몽에서 벗어나라."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지만 학교에 다닐 때 독후감을 쓰거나, 앞에 나가서 발표를 할 때는 늘 줄거리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줄거리에 대해 쓰거나 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 책을 읽은 것이 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책을 읽고 나서는 늘 "아, 나 그 책 읽었어. 읽어 봤어." 라는 공허한 만족감을 가지고 다른 많은 읽어보지 않은 친구들보다 우쭐한 마음, 우월하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마음은 아마 저만의 마음은 아닐 겁니다.

어제는 퇴근 후에 같이 근무하고 있는 동료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부대의 예산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입니다. 그 부서의 장이신 과장님은 저와 전에 같이 근무했던 전우로서, 다다음달이면 30년 이상 몸바쳐 온 군문을 떠날 분이십니다. 병역명문가로서 명예롭게 군 생활을 해오신 분이십니다. 함께 하고 있는 동료들도 모두 더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맡은 바 직책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습니다. 감사하게도 그분들은 그 자리를 '작가와의 대화'로 받아주셨습니다. 인산편지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 이를테면 언제부터 편지를 썼는지, 바쁜 시간들 속에서 언제 편지를 쓰는지, 잠은 도대체 얼마나 자는지... 등등 정말 작가와 독자와의 만남이었습니다. 귀한 시간을 함께 해준 우리 예산과 식구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분들과 함께 한 시간들 속에서 저는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생각했습니다. 남을 남이 아닌 나처럼 대하고자 하는 삶, 내가 아닌 남처럼 되고자 하는 삶이 바로 더불어 살아가는 삶입니다.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 순간 순간 깨달으며 살아가는 삶입니다.

저는 압니다. 지금 제게 주어지는 그 선물 같은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요. 날마다 대하는 수많은 훈련병 아들들, 훈련이 끝나면 야전으로 보내고, 다시 맞이하는 수많은 아들들...이 땅의 그 귀한 젊은이들이 내 인생에 있어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를요. 그래서 그들을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훈련장에 가는 것이 제가 하는 하루의 일과 중에서 가장 가슴이 뛰는 일이라는 것을요.

<인산편지 https://blog.naver.com/kma4488/221207556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