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에 단추를 어떻게 끼우는 게 좋은가?

김우영 2021-03-21 (일) 23:07 3년전 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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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요정(妖精)들이

단발하려 옵니다.

 

자주 공단옷을 입은 고양이는 졸고 있는데

유리창으로 스며드는 프리즘의 채색(彩色)

면사(面紗)를 덮어줍니다

 

늙은 난로는 가맣게 죽은 담뱃불을 빨며

힘없이 쓰러졌습니다.

 

어항 속 금붕어는

용궁(龍宮)으로 고향으로

 

꿈을 나르고

젊은 이발사는 벌판에 서서

 

구름 같은 풀을 가위질할 때

소리 없는 너의 노래 그치지 마라.

 

벽화(壁畵) 속에 졸고 있는 종달이여.

   - 장서언 시인의 이발사의 봄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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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는 바야흐로 산야에는 꽃이 피고 종달새 우짖는 참 좋은 계절 춘삼월호시절(春三月好時節)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하여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답답하고 하다. 근래 대중가수가 부른 노래처럼 이렇다.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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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살아가면서 우선 순위에 고민할 때가 있다.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개인이나 단체를 위하여 발전과 화합이냐? 단죄를 통한 진일보냐?를 두고 나름데로 고민한다.

 

   이런 경우 꼭 이거다!’라는 정답은 없다. 이유는 각기 처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때는 마치 풍경화 화가가 작품을 그리는 이젤(Easel)을 앞에 두고 뒤로 물러나 그림의 전체적인 구도와 원근감(遠近感), 색채를 멀리서 나긋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과연 이 작품의 완결성을 어찌 매듭지어야 하는지?”

 

   따라서 우리는 지난 동서고금을 통하여 지성인들이 참고했다는 고사성어(故事成語)로 되돌아 갈 볼 필요가 있다. 고사성어란 고사에서 유래된 한자어 관용어를 말한다. '고사'란 유래가 있는 옛날의 일로 주로 역사적인 일을 가리키고, '성어'는 옛사람들이 만들어낸 관용어를 가리킨다.

 

   “어제를 알아야 오늘을 알고, 오늘을 알아야 내일을 아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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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유명한 중국의 고사 읍참마속(泣斬馬謖). 이 말은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벤다는 뜻이다. , 공정한 업무 처리와 법 적용을 위해 사사로운 정을 포기함을 가리킨다는 뜻이다.

 

   중국 삼국시대의 촉한의 지략가 제갈량(諸葛亮)이 위나라를 공격할 무렵의 일 이다. 공격을 받은 조예는 명장 사마의를 보내 방비토록 하였다. 사마의의 명성과 능력을 익히 알고 있던 제갈량은 누구를 보내 그를 막을 것인지 고민한다.

 

   이에 제갈량의 친구이자 참모인 마량의 아우 마속이 자신이 나아가 사마의의 군사를 방어하겠다고 자원한다. 마속 또한 뛰어난 장수였으나 사마의에 비해 부족하다고 여긴 제갈량은 주저하였다. 그러자 마속은 실패하면 목숨을 내놓겠다며 거듭 자원한다.

 

   결국 제갈량은 신중하게 처신할 것을 권유하며 전략을 내린다. 그러나 마속은 제갈량의 명령을 어기고 다른 전략을 세웠다가 대패하고 만다. 결국 제갈량은 눈물을 머금으며 마속의 목을 벨 수 밖에 없었다. 엄격한 군율이 살아 있음을 전군에 알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야 앞으로의 일이 성공하기에 !

 

   따라서 어떤 사안 앞에 발전과 화합을 위할 것인지? 그 사안의 문제점을 발췌하여 단죄하여 훗날 난마(亂麻)처럼 얽힐 실타래를 풀어 정리해야 할지 생각이 깊어질 것이다.

 

   이런 경우는 개인이면 자신의 결단이 필요하겠지만, 단체라면 당연히 그 책임자가 결단하면 된다.

 

   그 결단이 옳았다면 지장(智將)의 몫이요, 옳치 않았다면 졸장(卒將)의 몫이 될 것이다.

 

   일반적인 사회학자나 심리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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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 낀 첫 단추는 다시 끼워야 나머지 단추도 잘 끼운다. 그대로 끼울 경우 전체가 흐트러진다.”

 

   “가능하다면 단추는 끼우는 곳과 끼움을 받는 곳이 질서있게 순서있게 잘 끼우는 게 더욱 좋겠지. 생각 같아서는!”

 

   문득 스무살 젊은시절 서울에서 문학활동할 때 만났던 충청도 동향 부여 출신이며 전 문화부장관이었던 정한모 시인의 시 無量寺에서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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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돋은 반달이 나뭇가지 위에 뜨니

 

山寺의 저녁종이 울리기 시작하니

 

달 그림자 아른아른 찬이슬에 젖는데

 

뜰에 찬 서늘한 기운 창 틈으로 스미네

- 정한모 시인의 無量寺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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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우영 작가,문학평론가

한글세계화운동연합 대전본부장

아프리카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렘 외교대학 한국어학과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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