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수필] 악연도 인연이라면 어쩔 도리가 없다

관리자 2019-06-18 (화) 14:42 4년전 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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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시인, 한세연 순천본부장>

 

 

악연도 인연이라면 받아들여야한다는 그 말이 오늘따라 새롭다. 별난 인연들 중에서도 악연은 맺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어느 누구나 지니고 있다. 좋은 인연은 필연으로 이어가려하고, 나쁜 인연은 빨리 끊으려 하는 것이 우리들의 인생사가 아니던가?

 

그러나 인연은 그렇게 쉽게 마음과 뜻대로 되지를 않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악연을 멀리하고 뿌리치려 해도 뜻하지 않게 다가오고, 좋은 인연은 필연으로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하려해도 그것 또한 마음대로 되지를 않는다.

 

인생살이에 있어 묘하게 맺어진 인연들이 있다. 인간의 뜻과는 달리 맺어지는 연, 그 연은 불교경전 가운데 사물의 유래를 풀이하는 부분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인지, 시인묵객들은 因緣說(인연설)에 대해 고뇌를 하고 깊은 사색을 아니 할 수 없다. , 근본을 묶어서 도리를 말하고 있는 인연설에서,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들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표출할 것인가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연과 악연의 관계, 인연과 필연의 관계는 인간관계에 있어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풀어지지 않는 수수께끼로 여겨지고 있다.

 

가끔 사람들은 묘하게 얽혀 있는 인연설에 대해 긍정적이면서도 반문하는 어리석은 물음을 던지고 있다. 수수께끼 같은 삶, 그 삶 속에는 인연설이 존재하면서 때로는 악연으로 얽히다가 때로는 필연으로 얽혀가는 것이 인생살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한 예로 만해 한용운 시인은 인연설에 대한 시를 다음과 같이 썼으며, 역설적인 감정을 표현 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 사랑한다는 말은 안 합니다. /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 잊어버릴 수 없다는 말입니다. /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 그만큼 그 사람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 그러나 알 수 없는 표정은 이별의 시작입니다. /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한다는 증거요, /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 말고 / 잠시라도 함께 있을 수 있음을 기뻐하고 / 더 좋아해 주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 나만 애태운다 원망치 말고 / 애처롭기까지 한 사랑을 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라고 노래했었다.

 

또 어떤 사람은 세상의 인연이 다 번뇌라며 산으로 절로 돌아다니며 속세를 떠나 오묘한 정을 끊으려하고 인연에 대한 수도를 연마하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인연을 끊겠다는 사람일수록 그 마음속에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강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실지로 필자는 모든 인연을 끊고 산속생활을 한 적이 있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면서 처자식은 물론 부모형제간과 친우들, 그리고 지인들까지도 잊고서 지리산생활을 16개월 정도 했었다. 하지만 그 인연은 거기까지였다. 탱글탱글하고 뽀얀 피부로 살갑게 웃어 보이는 어린자식이 보고파지고 아내와 부모형제 그리고 친우, 지인들이 그리워지는 것은 인간의 본심을 속일 수는 없었다.

 

아마도 그 그리움에서 벗어나려고 하면서도 집착의 대상을 찾는 것이 인간이 견뎌야 할 고독의 본질인지도 모를 일이다. 어차피 잊지 못하고 그리움이 강해진다면 그대로를 인정하고 인연과 필연으로 생각함이 옳지 않을까 싶다.

 

인연은 참으로 오묘하고 재미있다. 아니, 놀랍고 무섭다. 자신의 뜻과는 무관한 인연이 허다하다. 맺고 싶다고 맺어지고, 끊겠다고 해서 끊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인연을 악연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이쁨도 미움도 나에게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남이 나를 미워한다고, 원망하기 이전에, 자신에게서, 미움을 찾아내는 마음의 눈을 가져야 한다.

 

스스로, 자신의 말과 행동, 그리고 마음을 가꾸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이쁨과, 귀여움이 사랑으로 이어지고 즐거운 인생살이가 될 것이다

 

어쨌든 인연을 악연으로 만드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며, 좋은 인연은 필연이 되게끔 노력함으로써 값진 생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