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읽는 편지] 친구를 위한 기도/ 박인희

김인수 2018-11-28 (수) 09:23 5년전 1025  

주여!

쓸데없이

남의 얘기 하지 않게 하소서

친구의 아픔을

붕대로 싸매어 주지는 못할 망정

잘 모르면서도 아는 척

남에게까지 옮기지 않게 하여 주소서

어디론가

훌훌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면서도

속으론 철철 피를 흘리는 사람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는 사람

차마 울 수도 없는 사람

모든 것을 잊고 싶어하는 사람

사람에겐 그 어느 누구에게도

가슴 속 얘기털어 내 놓지 못하는 사람

가엾은 사람

어디하나

성한데 없이 찢기운 상처에 저마다

두 팔 벌려 위로 받고 싶어 하는사람들 아닙니까

우리는

말에서 뿜어 나오는 독으로

남을 찌르지 않게 하소서움추리고

기죽어 행여 남이 알까 두려워 떨고  있는

친구의 아픈  심장에 한 번 더

화살을 당기지 않게 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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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시인, 수필가>

​-인산(仁山)편지 중에서/ 김인수 시인. 육군훈련소 참모장 준장​


어제 두 가지 기쁜 소식을 접했습니다. 먼저 국제문학 문인협회에서 주관하는 제2회 한반도통일문학상 수상자로 제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지난 2014년 작가로 등단한 이후 처음으로 받는 문학상입니다. 그러니 기쁠 수밖에 없습니다.12월 8일, 서울에서 시상식이 열린다고 합니다. 군인으로서, 호국시인으로서 전쟁과 죽음을 노래하고, 분단의 아픔을 달래고, 통일과 번영을 꿈꾸는 한 부족한 시인에게 주는 과분한 격려입니다.이 자리를 빌어 저를 뽑아주신 국제문학 문인협회 회장님과 여러 심사위원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군인 작가로 살아가면서 더 충성하고, 더 잘하라는 격려로 겸허히 받아들입니다.남북관계와 국제정세가 급격하게 변해가는 요즘 들어 더더욱 평화를 갈구하게 됩니다. 군인으로서 전쟁이, 전투가 얼마나 참혹한 일인지를 잘 알기에 더더욱 평화를 원합니다.사람으로 사람을 죽이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사람으로 사람을 많이 죽일수록 영웅이 되는 모순이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다시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군인으로서, 작가로서 제가 늘 꿈꾸는 세상이 그런 세상입니다. 최악에 대비하여 늘 전투준비를 하는 군인이지만, 마음은 언제나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길을 찾아갑니다. 그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겠습니다.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은, 제가 속한 대한민국 국방예술협회에서 주관하는 건군 제 70주년 기념 시, 서, 화 에술인 특별초대전이 전쟁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어제 화려하게 개막식을 했습니다.

비록 저는 못 갔지만 마음으로 많은 축하를 보냈습니다.제가 선보인 작품은 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유월에 나는'이라는 작품입니다. 제가 쓴 시이지만 낭송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옵니다.

그 절절함이 지금도 제 마음을 진하게 울립니다.창피하거나 쑥스럽지 않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더 많은 눈물을 흘리고 싶습니다. 그 눈물로 그분들의 피를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 깊고 진한 울음의 강을 건너야만 비로소 정화가 될 수 있습니다.

세미책 공동대표이신 성명순 시인님도 같이 참여하고 계십니다.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군인을 사랑하시고, 나라를 지키는 사람들을 아껴 주시는 그 마음에 늘 감동입니다.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먹고 사는 군대이기에 언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나라를, 우리 국민을 안전하게 지킬 것을 늘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