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쓴 글] 일본인의 저력/ 이훈우

이훈우 2018-11-28 (수) 08:54 5년전 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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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우/ 동경한국학교 교감,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일본 본부장이다>

 

11월 24일이다. 한국 지인에게서 첫눈이 온다는 기별이 왔다. 하늘에서 펑펑 서설이 내린다는 소식이다.

좋은 소식 앞에서 주책없이 2011년 3월 11일 그날이 떠오른다. 이곳 일본에서는  9.0이라는 엄청난 지진과 해일이 2만 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 큰일을 당하고서도 일본인은 질서 정연했다. 나는 일본인의 국민성을 접하고 놀랍다 못해 경악을 했다.

솔직히 한국과 비교해서 질서 정연하다는 말에 토를 달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과연 그 내면까지 질서 정연할까, 일본인들도 인간인데, 죽음 앞에서까지 초연하다는 것이 가능할까?
 
일본에 10년 넘게 살다보니 할 이야기가 많다. 먼저 일본인들은 질서정연하다. 여기서 질서 정연하다는 의미는 남을 먼저 배려한다는 뜻이다.

일본인의 힘은 교육에서 나온다. 일본에 오래 살다보니, 아들놈을 일본 소학교를 보냈다. 운동회에서 달리기를 하는데 놀랍게도 키 순서대로 달리는 것이었다. 공연을 할 때는 반드시 학급 전체를 무대에 올렸다.

내가 경험했던 한국의 학교와는 딴판이었다. 한국에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우수상, 최우수상, 특상, 하다못해 봉사상, 청소 잘하는 상, 일기 잘쓰는 상, 숙제 잘해오는 상까지 등장했다.

일본학교에서는 상장이라는 것을 눈을 씻고 봐도 찾아 볼 수 없다. 혼자 잘 난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정한 규칙 안에서 언행을 벗어나면 고쳐질 때까지 가르치고, 가르치고 또 가르친다.

적당한 타협이나, 포기란 없다. 한 두 사람의 잘 난 것을 인정하기보다는, 다함께 같이 가야함을 의무 교육 내내 반복해서 가르친다.

태어나면 가정교육에서부터 질서정연을 가르친다. 보육원, 유치원, 소학교, 중학교까지의 의무교육 기간을 거치면서, 쓰미마셍(죄송합니다)을 수 천 번, 수 만 번 반복해서 가르친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죽음보다 더 무섭게 교육 받아온 일본 사람들이다. 일본인의 저력은 목숨을 앗아간 죽음 앞에서도, 질서 정연한 생활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