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읽는 편지] 고독하다는 것은/ 이정하

김인수 2018-11-25 (일) 04:43 5년전 823  


싶을 때 날 수 있는 새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피고 싶을 때 필 수 있는 꽃들은

또 얼마나 행복한가.

고독하다는 것은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내 마음을 고스란히 비워

당신을 맞이할 준비가

다 되어 있다는

그래서 당신이 사무치게 그립고,

어서 오기만을 기다린다는 그런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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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시인, 수필가>

​-인산(仁山)편지 중에서/ 김인수 시인. 육군훈련소 참모장 준장​

오늘은 올 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고 합니다.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졌습니다. 집을 나서니 정말 춥습니다. 이제 겨울입니다. 우리 식구님들 모두 추운 날씨에 옷 따뜻하게 입으시고 감기 조심하시길 빕니다.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늘 마음속에 뿌듯함이 생겨납니다.

제게 주어진 하루, 이 소중한 시간을 결코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기쁨과 감사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무엇보다도 저를 둘러싼 자연과 같이 호흡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했음에 감사합니다.

부족하나마 제가 가지고 있는 말로, 글로, 행동으로 나누고 베풀었음이 또한 감사합니다.올해 초부터 약 1년여 간 저는 정병육성의 요람인 이곳 연무대에서 수많은 훈련병 아들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들과 늘 함께 하기를 원했고, 시간만 있으면 훈련장으로 찾아가 격려도 하면서 정을 나누었습니다.매 주 목요일 아침이 되면 전후방 각지로 떠나는 아들들을 격려하기 위해 신연무대역을 찾곤 했습니다.

누군가 제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굳이 안 오셔도 되는데 왜 매 주 신연무대역에 오시느냐?"라고 말입니다.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곳에 오면 내가 행복하기에 온다." 정말입니다.

이 땅의 그 어느 곳에 처해 있든지 다 행복하지만, 저는 신연무대역에서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떠나가는 우리 아들들을 직접 만나고, 격려하고, 환송하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이곳을 거쳐 간 아들들이 멋진 젊은이로, 멋진 군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들을 보내곤 했습니다. 이렇게 날마다의 삶을 수많은 훈련병 아들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로 채워갈 수 있음이 행복합니다.

이 일은 세상의 그 어느 것하고도 바꿀 수 없는 저만의 소중한 특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