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읽는 편지] 겨울나무/ 차창룡

김인수 2018-11-12 (월) 10:23 5년전 983  

 

단순해지면 강해지는구나
꽃도 버리고 이파리도 버리고 열매도 버리고

밥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고

벌거숭이로
꽃눈과 잎눈을 꼭 다물면

바람이 날씬한 가지 사이를
그냥 지나가는구나

눈이 이불이어서
남은 바람도 막아 주는구나


머리는 땅에 처박고
다리는 하늘로 치켜들고

동상에 걸린 채로
햇살을 고드름으로 만드는


저 확고부동하고

단순한 명상의 자세 앞에
겨울도 마침내 주눅이 들어
겨울도 마침내 희망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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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시인, 수필가>


-인산(仁山)편지 중에서/ 김인수 시인. 육군훈련소 참모장 준장​

오랜 시간 동안 군 생활을 하면서 늘어나는 것 중의 하나가 이사 횟수입니다. 저처럼 30년 넘게 군 생활을 하는 장교들은 대부분 20번 넘게 이사를 합니다. 또 전국 팔도 방방곡곡을 다니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지휘관 보직을 제외하고 대부분 직책의 임기가 1년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2년 넘게 임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1년에서 2년 사이에 보직을 바꾸고, 불과 2~3년 만에 부대를 옮깁니다.

지금은 포장이사 업체가 많아 비교적 이사가 수월합니다. 하지만 제가 초급장교 시절에만 해도 이사를 하는 게 가장 큰 일이었습니다. 일일이 짐을 다 포장을 해야 하고 옮겨야 했으니 말입니다.

저 같은 경우만 해도 신혼 초에 집을 옮기다가 오디오 장식장을 떨어뜨려 박살이 난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이사는 군인들에게는 물과 물고기 같은 수어지교(水魚之交)로 삶의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이사를 할 때 이사업체가 가장 꺼려하는 집이 책이 많은 집입니다. 책은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그만큼 더 힘들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저는, 제 집은 이사업체가 별로 좋아하지 않고, 이사를 할 때면 추가적인 댓가를 지불해야 할 정도입니다.

이번에도 짐 정리를 하면서 많은 책을 정리했습니다. 작가이다 보니 제가 아끼는 책들도 많고, 집필활동에 참고해야 할 책들도 많습니다. 그런 책들을 제외하고는 이번 기회에 많은 책들을 세미책의 이름으로 기증을 하고자 합니다.

강경희 문학평론가님은 1,500권이나 되는 책을 기증하셨고, 김형철 교수님은 200~300권의 책을 보내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렸다시피 조성제 대표이사님, 임진빈 대표이사님, 이준성 대표님, 서성채 작가님, 조문교 선생님 등 많은 분들이 앞다투어 많은 책을 보내주셨습니다.

또한 지난번에 부대를 방문하셨던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기업의 비상계획관 모임(농비회)에 이어 이번에는 대전과기대 혜천교회에서 바자회를 통해 얻은 수익금 중 일백만원을 세미책에 기부하셨습니다.

코칭전문가 이숙현 대표님은 자비를 들여 '세미책'의 상표등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세미책 모임을 정식 법인화하는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성명순 공동대표님께서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실 예정입니다.

세미책은 이제 단순한 모임으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단체로 성장할 겁니다. 나와 우리를 넘어 이 세상을 모두 아우르는 모임, 그래서 세상의 미래를 바꿀 책 읽기입니다.

함께 하시는 모든 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SNS를 하면서 제게도 많은 친구가 있습니다. 페친, 밴친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는 분들입니다. 나이와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마음을 나누는 귀한 분들입니다.

특별히 저와 매일 매일 글을 나누며 살아가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의 꾸준함에 늘 감동받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친구분들 중에는 답장을 달지 못해 미안해서 방문하지 못하겠다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한 번 잘 생각해 보십시오. 본질은 인산편지를 읽는 것입니다. 인산편지를 통해 자연, 세상, 사람을 사랑하며 사유하고 성찰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답장을 다는 일은 부차적인 일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입니다. 이것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전에는 답장을 열심히 보내시던 분들이 지금은 아예 들어오지도 않는 분도 계십니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인산편지를 보시는 것도, 보시지 않는 것도 개인의 자유이나 본질이 아닌 것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 나머지 본질까지 잃어버린 듯해 아쉽습니다. 이 기회에 부담 없이 들어오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사랑하는 인산편지 가족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