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호 건강칼럼] 미병의 독보적인 처방전

장서호 2019-08-23 (금) 07:53 4년전 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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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호/ 한국전통궁중의학 연구원장>

 

호멩이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적은 힘으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일에 쓸데없이 많은 힘을 들인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일을 미리 처리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큰 낭패를 본다는 뚯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방치하면 대형굴삭기로도 막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병이 되지는 않았지만, 진행되고 있는 상태가 미병이다. 동의보감에는 미병(未病)의 독보적인 처방전이 있다.

 

동의보감을 살펴보면, 우리 몸은 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정을 단련하고(鍊精 연정), 기를 단련하며(鍊氣 연기), 신을 단련하는 데(鍊神 연신) 힘써야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 남녀 교접 시에 나오는 남자의 정액이다. ()는 호흡할 때 나오고 들어가는 숨이다. ()은 평상시에 느끼는 감정이다. 정을 지나치게 쓰면 정이 모조리 말라 버리게 되고, 기를 지나치게 쓰면 기가 끊어지게 되고, 신을 지나치게 쓰면 신이 다 없어져서 수명이 줄어든다.

 

()의 수련은 한밤중 자시에 하면 좋다. 1130분부터 다음날 새벽 130분까지 의자에 앉아 양 손바닥을 비빈다. 뜨거워지면, 배꼽 부위를 감싸 덮고, 정신을 신장에 집중시킨다. 오랫동안 연습하면 몸의 근원이 되는, 기운이 왕성해진다.

 

()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모은다. 잠자리를 따뜻하게 하여, 베개를 약 8cm 높이로 벤다. 몸을 바르게 하고 누워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신 다음, 참을 수 있을 때까지 멈춘다. 코끝에 휴지를 붙여놓았을 때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숨을 내쉰다. 300번 반복해서 호흡하면 귀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이 없으며, 마음에는 생각이 없어진다.

 

()은 심신을 맑게 하는 것이다. 수명이 늘어나는 정신을 편안하게 가다듬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이 욕심을 멀리하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욕심, 노여움, 어리석음의 세 가지 독(, , )이 사라진다. 삼독을 없애기 위해서는 바른 견해, 바른 생각, 바른말, 바른 행동, 바른생활, 바른 노력, 바른 인식, 바른 정신의 팔정도(八正道)를 수행해야 한다.

 

마음의 병은 용천혈을 자극해주면 된다. 발바닥 중심의 주름이 만나는 꼭짓점에 위치해 있다. 몸에서 열이 발작하는 것은 심화(마음의 병)가 위로 타올라가고, 신수(腎水)는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열이 발작하면 양손으로 양발의 족심을 마찰한다. 그런 다음 두 발을 마주 비빈다. 수십, 수백 번 마찰하여 몸에서 땀이 나와 흐를 때까지 비빈다. 답답한 속이 일시에 평온해 짐을 느낄 수가 있다. 신경성으로 얼굴이 붉어질 때도 용천혈을 자극해 주면 효과가 있다.

 

특히 여자들은 월경불순에 주의해야 한다. 생리가 수적으로 적어지면 희발 월경이라 하고, 수적으로 많아지면 빈발 월경이라고 한다. 희발 월경의 원인으로는 무배란 또는 배란장애 등이 원인일 수 있다. 빈발월경의 경우 자궁 외 임신이나 유산 등 임신과 관계가 있거나, 자궁근종 등 기질적 병변이 생길 수 있다. 과소월경은 월경 양이 지나치게 적은 경우로 무배란성 월경, 자궁발육부진, 자궁위축, 자궁내막유착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월경불순이 심할 경우에는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아야 한다.

 

미병을 잘 다스려야 우리 몸이 산다. 뚜렷하게 병이 없어도, 불편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몸의 고통치료와 마음의 고통치료는 우리 몸을 자연 상태로 되돌려 주는 것이다. 동의보감을 쓴 허준은, 세계 질병사 연구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2009년에는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세계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는 환자를 치료할 때, 가장 신중하게 다룬 부분이, 몸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마음이라고 적고 있다. 몸의 고통에 다가가는 생각이라고 적고 있다. 한국전통궁중의학서 동의보감을 계승하여, 시대에 맞게 연구 발전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