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심 칼럼] 역사를 대변한 글쓰기의 힘

오양심 2019-08-16 (금) 10:43 4년전 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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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양심/ 칼럼니스트>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라는 옛말이 있다. 글을 쓰는데 반드시 필요한 삼다(三多)로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많이 읽으면 지식을 얻어서 세계를 깊이 있게 분석할 수 있다. 많이 쓰면 생각과 사고를 표현하는 문장력이 생긴다. 많이 생각하면 이론과 현상을 조직해 내는 구성력이 연마된다. 글쓰기를 날마다 실행에 옮기면 후대에 길이 빛나는 역사가 된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서양 명언이 있다. 1871년에 발표된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마지막 수업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쟁 중이었지만 프랑스 소년 프란츠는 공부보다는 놀기를 좋아한다. 학교에 갔는데 교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교실 뒷자리에는 마을사람들도 앉아 있다. 프러시아 병사의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자, 아멜 선생은 국어를 굳건히 지키면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깨우쳐 준다. 오늘은 프랑스어 마지막 수업이며, 내일부터는 독일어를 배워야 한다고 칠판에 프랑스 만세!’라고 쓴다. 모국어를 빼앗긴 프랑스 국민들의 슬픔과 고통 그리고 애국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일기는 날마다 겪은 일이나 생각 그리고 느낌을 적은 개인의 기록이다. 하지만 먼 훗날에는 국가의 역사, 세계의 역사가 되기도 한다. 백범일지는 김구가 중국 상하이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1929년에 쓴 일기이다. 상하 두 편으로 적혀있는 상편에는, 김인과 김신 두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적고 있다. 하편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한인 애국단의 활동과 해방을 맞이할 때까지 이어진 독립운동을 기록하고 있다.

 

백범일지에서 김구의 소원 중에는, “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고 하느님이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오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하면, 나는 또 우리나라의 독립이오할 것이요,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셋째 번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를 높여서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 독립이오하고 대답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우리나라의 완전한 자주독립과 통일 국가를 바라는 김구의 애국심을,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 절절하게 느낄 수가 있다.

 

글을 써서 유명하게 된 사람을 예로 들면 단연 마키아벨리(1469.5.3~1527.6.21)이다.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한 그는 시대의 염원인 이탈리아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평생을 걸었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는 장군이 아니었다. 과학자도 아니었다. 직접 군대를 이끌고 적을 무찌를 수도 없었다. 다만 자신이 공부한 인문학에서 글쓰기로 대포를 만들어 통일의 걸림돌이 되는 낡은 사상과 관습을 부숴버리기로 결심했다.

 

대통령은 특히 새롭게 군주의 자리에 오른 국가의 최고 통치자는, 나라를 지키는 일에 곧이곧대로 미덕을 지키기는 어려움을 명심해야 한다. 나라를 지키려면 때로는 배신을 해야 하고, 때로는 잔인해져야 한다. 인간성을 포기해야 할 때도, 신앙심조차 잠시 잊어버려야 할 때도 있다. 그러므로 군주에게는 운명과 상황이 달라지면 그에 맞게 적절히 달라지는 임기응변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면 착해져라. 하지만 필요할 때는 주저 없이 사악해져라. 군주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 나라를 지키는 일이고, 나라를 번영시키는 일이다. 그래야 국민에게 칭송 받게 되며, 위대한 군주로 추앙 받게 된다.”고 적고 있다. 마키아벨리가 꿰뚫어본 시대적인 정치의 본질인 것이었다.

 

글쓰기의 본질은 시대적인 목적달성이다. 알퐁스 도데는 민감한 감수성, 섬세한 기질 때문에 시정(詩情)이 넘치는 유연한 문체로 불행한 사람들의 일상을 대변했다. 김구는 오직 독립의 길을 걸었다. 암살을 당하는 불운을 겪었지만 귀감이 되는 그가 쓴 일기는 수시로 애국심을 불러일으킨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읽히고, 해석되고, 반박되고, 숭배되고 있는 세계의 명작이다. 나의 일상을 적은 글쓰기는 역사를 대변해 주는 영원무궁한 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