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칼럼] 벚꽃 피어있는 가로수 길에서

관리자 2019-04-04 (목) 05:50 5년전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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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시인> 

 

 

벚꽃이 만발했다. 해묵은 나무일수록 더욱 선명하게 피어나는 벚꽃의 화려함이 덧보인다. 큰길이든 작은 길이든 가로수로 버티고 선 벚나무는 4월 들어 풍성한 꽃 잔치를 베풀고 있다. 거리마다 꽃놀이 차량과 상춘객들로 줄을 잇고 있다. 불꽃처럼 번져가는 벚꽃행렬에 도취되었는지, 상춘객들의 봄놀이가 극성이다. 그런 까닭인지, 도심거리를 끼고 도는 국도변 가로수 길은 유난히도 밝다.
 
예년보다 일주일이나 빠른 벚꽃향연으로 상춘객들의 발길도 따라붙고 있다. 진해군항제를 비롯해 부산으로, 사천으로 남해로, 하동으로, 구례로 순천으로, 보성으로 목포로, 남쪽지방은 가는 곳마다 벚꽃잔치다. 더욱이 대한민국 국도변 4월은 벚꽃이 만발해 길마다 밝은 빛을 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벚꽃에 얽힌 사연과 역사는 들추기가 겁이 난다. 수많은 사연이 서려있고 오랜 역사가 숨어있다. 실로 벚꽃은 우리나라 제주도가 원산지다. 제주도 토종 왕벗꽃으로 한국과 전 세계 학계에 보고, 인정 된 것이다.
 
다수의 일본인은 이런 사실도 모르면서 벚꽃이 일본열도에서만 자생한 ‘닉본국화,로 알고 있는 것이다. 어떤 연유에서 벚꽃을 자신들의 국화로 정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화려하게 피었다가 화려하게 지는 습성이 자신들의 정서에 적합했다는 풍문 설이 있다. 즉, 2차 세계대전 당시의 그들의 침략성을 상기해보면 ’가미가재‘식의 특공대전투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자층은 그것마저도 백제 계백장군의 얼과 5천결사대의 정신을 이어받았다는 설도 있다.
 
수수께끼 같은 벚나무의 행적은 또 하나가 숨어 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가로수 길이다. 대한민국 길마다 대다수의 가로수는 벚나무다. 특히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가는 곳마다 벚나무 가로수로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한 때는 배일감정에 사로잡혀 일본 놈이 심었다고 해서 베어내고 뽑아버렸던 벚나무의 수난도 있었다. 그것 역시 잘못된 인식인 듯싶다. 일제 강점기에도 벚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은 우리나라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성을 지닌 이순신장군의 업적이 있는 곳과 해군력을 상징하는 진해군항제를 비롯해 남해안도로변과 남쪽지방 곳곳에는 벚나무가 자생하고 있어 이충무공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나 싶다.
 
부산에서부터 마산, 진주, 사천, 여수, 순천, 목포까지 남쪽지방은 이순장군과 무관한곳은 없을 것이다. 아니 대한민국 한반도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참혹성을 겪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 당시에도 한산도를 비롯한 전적지에는 벚나무와 푸조나무, 느티나무 등이 심어져 있어 그 역사성도 심도 있게 논해보아야 할 것 같다.
 
특히 백의종군 길에 상존하고 있는 구례광의면사무소 옆 450년 된 느티나무 보호수와 낙안읍성 성곽 옆 푸조나무의 역사성은 이충무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지난해였다. 정유재란 역사연구위원으로 사천 선진리 성을 방문했었다. 그곳 도로변과 성 주변에는 벚나무가 군을 이루고 있어 벚꽃축제가 한창이었다. 사천읍에서 7km거리로 신진리 북쪽의 언덕에 위치한 성으로써 북, 남, 서, 3면은 바다에 임하고 동쪽의 1면만 육지라는 특이한 성이었다. 임진왜란 때 왜군 모리요시로가 축조한 성으로 이순신장군에 의해 격파되었던 전적지였다. 게다가 사천해전은 이충무공이 처음으로 거북선을 실전에 참여해 첫승을 거둔 해전이다.
 
언제나 벚꽃 피어 있는 가로수 길을 가노라면 화려하면서도 서글픔이 앞선다. 그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감정과 감흥은 영원히 지워질 수 없으며, 퇴색되는 그날까지도 벚꽃은 그립고 보고플 것이다.
 
벗 가락 벗 소리
꽃 피워 꽃향기
길 따라 길 그림
그 길가로 울려 퍼진 신진리 벚꽃 길에
토두락 토두락작 찰랑찰랑 찰라앙 소리
구슬프게 들려오다 질펀하게 울어 댄다
 
잘도 두들기는 북장구 소리
신세타령으로 이어지고
촌뜨기 각설이 노랫말은
욕반, 거짓말 반, 참말 반, 지껄이며
장사치로 짙어지는 허름한 춤사위다
 
떨떠름한 기분
풀어 재친 가시내각설이
쉰 목소리 늘이고 잘리는 엿가락이다
 
시꺼멓게 타들어간
벚나무 아랫도리 물기 마르고
사쿠라 꽃 지우고 벚꽃으로 피어 날 즈음
 
거북선 선뵈고 첫 승 올렸던 사천전투
자식 잃은 어미노래 처량한 신진리 성
귀 베인 소리
코 베인 소리
조명총 무덤소리 들리는 그날
울컥울컥 냉가슴 울분 토하고
식어버린 핏줄기 쫒아
피멍든 역사 짓이기고 있다

(필자의 ‘벗 가락 꽃향기’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