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심 한글칼럼] 휘호, 한글로 세계 문화강국을 만들자

오양심 2019-03-07 (목) 06:33 5년전 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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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양심/ 주간>

 

휘호나 휘필은 붓을 휘두른다는 뜻으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을 말한다. 친필 휘호는 선물 받는 사람에게 글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강력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친필 휘호는, 국민들에게 또한 세계 각국에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휘호 쓰기를 즐겼다. 하지만 한글로 쓴 휘호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는 위대한 문화유산 한글로 세계문화강국을 만들어야 한다.

김구(1876년~1949년)를 머릿속에 떠올리면 문화강국을 연상하게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원한 것은 그의 신념이었다.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말했던 김구는 살아생전 국가와 민족을 위해 끈기와 집념을 불태웠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오직 독립이라고 외쳤던 그는 국민에게 존경과 사랑을 독차지했다. 하지만 김구조차도 ‘홍익인간(弘益人間)’, ‘良心建國(양심건국)’이라는 한문 휘호를 썼다.


이승만(1875년~1965)은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이다. ‘무적해병<無敵海兵>’은 이승만대통령이 쓴 휘호이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일천 구백오십 일 년 팔월 전투에서, 세운 공을 치하하기 위해 해병대 본부에 수여했다. 일천구백육십년 일월 일일(동아일보)에는 ‘인유학식 연후 사상급언론 자연고명(人有學識 然後 思想及言論 自然高明)’이라는 신년휘호를 썼다. 사람은 학식이 있고 난 뒤에야, 사상과 언론이 자연스럽게 높고 밝아진다는 뜻이다.

박정희(1917년~1979)는 제5·6·7·8·9대 대통령이다. ‘혁명완수(革命完遂)’는 대통령 직무대행을 수행한 육십 이 년에 썼다. 일십 팔년 오 개월을 집권하는 동안 휘호를 적극 활용했다. 전국의 비석과 현판 등에 1200여점의 휘호를 남겼다. 국내외 외교 활동을 하는 동안 지필묵을 아예 갖고 다녔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은 신년휘호를 목표와 수단으로 활용했다. 새마을 운동이 본격화 될 때는 ‘근로애국(勤勞愛國)’‘복지경제(福地經濟)’‘국력배양(國力培養)이라는 휘호를 썼다.

김대중(1924~2009)은 제15대 대통령이다. ‘경세제민(經世濟民)’이라는 휘호를 썼다.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한다는 뜻의 휘호를 IMF 구제금융 사태 직후에 썼다. 그 다음에는 ‘양춘포덕택 만물생광휘(陽春布德澤 萬物生光輝)’라는 휘호를 썼다. 따뜻한 봄기운이 은덕과 혜택을 베풀어 모든 생물이 빛난다는 뜻이다. 그 후에는 ‘민주회복조국통일(民主回復祖國統一)’이라는 휘호를 썼다. 통일염원의 휘호였다.

노무현(1946~2009)은 제16대 대통령이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한글로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휘호를 썼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으면서 육로로 방북할 것을 소원하며 ‘평화를 다지는 길 번영으로 가는 길’이라는 한글휘호도 썼다. 문재인(1953년~ )대통령은 2017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에 참석한 뒤 '사람이 먼저다'라는 휘호를 한글로 아예 태권도복에 적는 획기적인 발상을 보여주었다.

휘호는 예술성보다는 정치성과 역사성 그리고 통치자의 통치철학과 성품을 반영한다. 정치가인 김구를 비롯한 역대 국가 수장들이, 위대한 문화유산인 한글을 홀대하고, 한문으로 휘호를 썼다는 과거사가 부끄럽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IT강국으로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경제대국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한류열풍도 불고 있다. 세계 속에 일파만파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대통령이 쓴 휘호역할이 크다. 문재인대통령은 한글휘호로 세계 문화강국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