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칼럼] 순천시 노인일터는 힐링이다

오양심 2018-12-18 (화) 11:59 5년전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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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시인.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순천본부장> 


 

“구구팔팔”은 참으로 좋은 숫자가 아닐 수 없다. 구십 구세까지 팔팔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됐는지, 확실히는 모르겠다. 그러나 100세 시대를 넘보는 현 사회 속에서 꼭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구구팔팔”이라는 숫자는 노인들의 가슴속에만 각인되는 말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흐르는 세월을 거스를 수 없듯, 생의 무상함을 어찌할 것인가! 어느 누구라도 늙어짐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60세가 넘어지면 나이가 하나하나 더해질수록 쓸쓸하고 외롭다. 특히 일자리를 잃어버린 사람은 그 쓸쓸함과 고독감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노령화로 치닫고 있는 사회구조에서 노인일자리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지고 있다. 아마도 금전보다는 힐링을 수반하는 일터를 만들어 노인건강과 생계에 도움을 주려는 정책인성 싶다. 물론 생계에 급급한 노인층도 있겠지만 자신의 힐링을 위해 일터를 찾는 노인들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여러 가지 노인복지정책을 펴고 있다.

만 65세 이상 노인들은 정부가 펼치는 보조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사회참여 활동을 할 수 있다. 더욱이 건강개선과 함께 사회적 관계 증진 및 소득보충 등 노후생활에 필요한 일자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실지로 힐링도시로 널리 알려진 순천시 노인일자리 현황을 살펴보면 2,340명이라는 노인들이 힐링 일터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즉, 순천시청 12개과, 노인회 6개 사업, 시니어클럽 15개 사업, 린제 노인복지센터 1개 사업, 조례노인복지센터 1개 사업, 순천ywca 3개 사업 등이다.

공익활동 류형 별로 보면 노노케어, 노노교육강사, 지역아동센터, 도우미읍면동, 환경정비, 공원깔끄미, 경로당 돌보미, 노인회관관리, 시험감독관, 경비원, 버스승강장, 드라마촬영장 환경정비, 도서관도우미,  두부 , 김치 판매, 뻥튀기, 누룽지 소포장, 택배 등이다.

순천시, 김청수 노인복지과장은 “순천시의 노인일자리는 힐링 도시답게 생계비를 마련하면서 건강까지 챙기는 힐링 일터로 1석2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특히 날마다 따르릉 안부 콜 사업은 고독사 예방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가끔 필자는 우리인생의 황혼을 곱게 물든 저녁노을빛과 가을단풍 빛으로 비유할 때가 있다. 하루를 불태운 태양을 등지고 하늘가를 선홍빛으로 물들이는 노을빛, 그 빛의 황홀함을 감당키 어려워 눈물을 글썽일 때가 있다. 게다가 연두 빛 어린새싹부터 왕성한 녹색이파리를 지나 가을빛에 붉디붉게 타는 단풍잎은 마치 인생의 황혼녘을 연상케 한다.

무엇보다도 순천만의 저녁노을과 가을단풍의 풍광은 고향 떠난 실향민을 비롯해 고향을 그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서글프게 한다. 이방인처럼 살아온 지난날의 서글픔이 울컥울컥 치미는 가하면 타향살이의 적절함과 고독감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전남 순천시 순천만국가정원 와온 마을에서 바라본 해넘이를 간략한 낙서로 그려본다.

 놀 타는 臥溫 뒷산자락
 황돌이는 아직도 누워
 먼 산을 바라보고 있다
 산위로 펼쳐진 노을빛에 취했을까
 하늘아래 날아든 붉새 떼에 놀랐을까
 검게 타버린 갯벌 속으로
 붉은 핏덩이로 파고드는 햇덩이
 하루를 내동댕이치고 훌러덩 훌렁
 밤이슬 맞이하는 황순이를 넘보고 있다
 놀 타는 와온 앞산자락
 갯벌 휘적거리는 황혼빛 따라가면
 갯벌나라 삶에 빠져있는 그 정이 되살아나 
흐릿하고도 아련한 기억마저 선명 해진다
 검붉게 타는 놀빛은
 꽃게 다리 붉게 물들이고
 쪼아대는 철새부리 물들이고
 고동, 꼬막, 짱둥어 물들이고
 질펀하게 펼쳐진 어머니 삶 물들이고
 먹이 사슬고리로 둥글둥글 엮고 엮는다
 쉼을 모르고
 멈춤도 잃어버린 와온 놀
 갯벌 밭 헤집는 황순이 꼬드켜
 누워있는 황돌이 일으키고 있다


(김용수의 ‘놀 타는 臥溫’ 전문)

저녁노을처럼 자신의 마지막을 이렇게 선홍빛으로 물들이며 떠날 수 있다면, 가을단풍처럼 자신의 마지막을 붉디붉게 물들이며 떠날 수 있다면, 그마저도 아름답고 황홀한 소풍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노사연의 노랫말처럼 우리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고 곱디고운 색깔로 물들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