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심 칼럼] 4차 산업혁명은 남북정상회담의 힘이다

오양심 2018-12-13 (목) 08:46 5년전 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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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양심 주간> 

 

 

‘넛지(nudge)’라는 영어단어가 있다. ‘팔꿈치로 툭 치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이다. 4차 산업 혁명은 팔을 잡아끄는 것처럼 강제와 지시에 의한 억압보다 팔꿈치로 툭 치는 것과 같은 부드러운 개입으로,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남북정상회담의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라는 글귀는 ‘넛지’이론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국 시카고 대학의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세일러(Richard H. Thaler)와 미국의 법률가인 캐스 선스타인(Cass R. Sunstein)이 공저한 ‘넛지(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는 책 제목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 남자화장실 소변기 한가운데에 파리를 그려 넣었더니, 사람들이 파리를 겨냥해서 소변을 보느라, 소변기 밖으로 나가는 오줌의 양이 80% 이상 줄어든 효과를 보았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세 차례나 열렸다. 첫 번째 4·27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다. 양 정상은 이 선언을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 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 설치, 이산가족 상봉 등을 천명했다. 5월 26일에는 두 번째 정상회담, 9월에는 세 번째 평양공동선언을 했다. 한반도의 전쟁 위험 제거, 비핵화 등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는 물론 철도, 도로 구축 등 남북경제협력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현재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금 남한에서는 북한에 퍼주기란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남한이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한은 인적교류보다는 물적 교류 확대 등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독의 무상에 가까운 동독 지원도 1990년 통일이 이뤄지던 그 당시까지 '퍼주기'란 비난에 직면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교통교류를 통한 동서독 국민 간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했다. 동서독이 통일 된 이후 곧바로 동독 지역의 교통인프라 수준 향상과 경제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4차 산업혁명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팔꿈치로 툭 치는, 또한 주위를 환기시키는 넛지를 활용하면 된다. 파리 모양의 스티커 한 장은 사람의 행동을 스스로 바꾸게 한다. 이에 주목한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탈러(Thaler)는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개념으로 넛지(Nudge)를 주장하고, 노벨상까지 수상했다. 주유소에서는 노즐하나가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있다.

‘넛지’는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발표한,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은 산업혁명이다. 지금 한반도를 벅찬 기대감으로 설레게 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이미 이루어졌고, 남북철도까지 연결된다면 남북교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유럽까지 동북아 물류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는 머지않아 평생소원인 기차여행으로, 가족과 함께 오순도순 지구 한 바퀴를 거뜬하게 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