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심 칼럼] 대통령님, 외국어 간판을 한글로 바꿔주세요

오양심 2023-02-06 (월) 14:19 1년전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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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양심/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이사장

한글은 우리나라 글이다. 조선전기 제4대 세종대왕이,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의 훈민정음을 창제하여 반포한, 우리나라 고유문자이다. 정보통신기술 시대를 위해 600여 년 전에 우리나라가 만들어낸, 문자체계의 혁명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이다. 글로벌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외국어로 된 간판을 한글로 신속하게 바꿔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새해 신년사에서, 지금의 위기와 도전은,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묻고 있다고 했다. 자유는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연대는 우리에게 더 큰 미래를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산업화에 성공하고,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람에 투자하고 사람을 양성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을 경제선진국, 문화선진국, 관광선진국으로 만들겠다고 우리말 한국어로 호언장담했다.

 

그렇다. 선진국을 만들기 위한 그 중심에는 우리글 한글이 있고, 우리말 한국어가 있다. 국민이 있고 국가수장이 있고, 국가가 있다. 조상님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문화유산 한글이,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으로 창제된 때는 1443년이고, 창제자는 조선 제4대 세종임금이다. 1446년에 한글(훈민정음)의 자음과 모음이 28자라는 것 등을 세종실록에 기록하여, 세상에 널리 퍼뜨려 온전하게 알게 한 것은, 1446년에 간행된 종합해설서인 훈민정음에서부터이다.

 

훈민정음 서문에는 "우리나라 말이 중국말과 달라서, 한자와는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이런 까닭에 어진 백성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그 뜻을 담아서 나타내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라. 내가 이것을 딱하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어 내놓으니,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깨우쳐 날로 씀에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고 적혀있다.

 

한글이 세계 학계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맥콜리 교수(미국 시카고 대학의 저명 언어학자)의 서평에서부터였다. 그는 미국언어학회의 잡지 언어(Language)’"포스가 최상급형을 쓴 것은 정확하다. 한글이 벨의 '보이는 음성'(1867)이란 책에서 제시한 아이디어보다 4백년 이상 앞섰다."고 적은 것이, 세계 언어학계에 한글의 과학성과 독창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1985년 샘슨 교수는 문자 체계라는 책에서 한글은 세계 문자사에서 유례가 없는 독립된 문자라고 구분했다. ‘한국은 작지만 언어학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나라'라고, 13세기에는 세계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들어서 인쇄술이 발달된 나라, 15세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한글이라는 문자를 만들었다고 소개하며, 세계 속에서 문자사와 문자론으로 새로운 장을 열었다.

 

주시경 선생은, 이승만 정부 때, 한글의 가로 풀어쓰기로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읽고 쓰기에 쉽다는 이유로 가로쓰기를 주장했지만, 한글의 기계화에 염두를 둔 타자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타자기는 영어 알파벳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모아쓰기를 하는 우리 글자에는 알맞지 않았다. 하지만 가로쓰기의 개혁은, 오랫동안 음절 단위로 모아쓰기를 해오던, 한글 표기법의 관습을 깨뜨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한글을 세계통로로 만든 것은 갑오개혁이었다. 조선 시대에 암클’, ‘아랫글이라 불리며 무시당한 훈민정음(한글), 그때 비로소 공식적인 나라 글자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한글이 언문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천대를 받고 있을 때, 기독교는 한글로 만든 성경을 들고, ‘세계복음이라는 이름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한글을 전파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기생충', '오징어 게임', 방탄소년단(BTS) K-콘텐츠의 인기확산도, 세계적 이슈로 부각되었다.

 

6, 25전쟁 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다. 그때부터 우리사회의 분위기는 미묘했다. 가장 나다운 것, 가장 우리다운 것, 가장 한국적인 것을 잊어버리고, 남의 것을 선호했다. 인류역사에 있어서 자유는 주체성과 정체성이 뚜렷해야 한다. 한국경제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의 길을 걷고 있고, 지구촌 식구들은 한국문화를 배우고 싶어 한국에 오고 싶어한다. 하지만 우리는 자유도 연대도 정체불명의 말로만 무성할 뿐, 한국적인 것을 보여 줄 준비가 부족하다.

 

불행한 일은, 외국인이 한국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관광명소인 명동거리를 걷으면서부터 기절초풍하고 만다는 것이다. 한국전통문화는 찾아볼 수가 없고, 커피숍,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백화점, 옷가게, 화장품가게 같은 건물과 간판이름이, 온통 영어로 표기되어 있어서이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관광명소라고 소개하기에는 낯 뜨겁기 짝이 없다.

 

외국어 간판은 부끄럽게도 우리나라 전역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외국어 간판을 한글로 바꾸는 일은, 자유와 연대의 시민의식에 달려있다. 국가 수장이 도어스테핑이라는 영어사대주의에서 하루아침에 벗어난 것처럼, 정부는 외국어 간판을 시대에 맞는 한글 간판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대통령과 국민이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