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심 칼럼]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사전, 순우리말로 지은 말모이를 본받고 이어가야

오양심 2022-12-05 (월) 12:29 1년전 1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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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양심/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이사장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은, ‘말모이’사전 즉 ‘말책’이다. 말과 글을 모은 책이라는 뜻이다. 우리말과 글을 전문적 이론 연구와 후진 양성으로, 또한 한국어와 한글의 대중화와 근대화에 개척자 역할을 한, 개화기의 국어학자 주시경이, 1910년 지은 이름이, 순우리말 ‘말모이’ 한글사전이다. 

 

'말모이' 원고 집필은 학술단체인 조선광문회 주관으로 했다. 한글학자 주시경, 그의 제자 김두봉, 이규영, 권덕규가 참여했다. 주시경은 제자들과 함께 조선 광문회에서, 한글을 통해 민족의 얼을 살려 나라의 주권을 회복하려는 의도로, 집필에 매진했다. 하지만 1914년 주시경이 세상을 떠난 후, 집필이 중단되어 '말모이' 순우리말 사전 편찬을 끝내지 못했다. 

 

주시경의 제자였던 국어학자 김두봉이, 1922년 ‘국어 문법서’를 만들었다. 스승인 주시경의 ‘국어문법’을 바탕으로 ‘자신이 쓴 ’조선말본‘을 증보했다. 품사를 ‘씨’라 하여 9품사로 나누었고, 문(文)을 ‘월’이라는 성분으로 나누었으며, 대명사를 문법적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세부 사항에 많은 차이가 있어서 1916년에서야 간행했다.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조선어학회(한글학회 전신)에서 약 13년(1929∼1942년)동안 작성한, 사전 원고의 필사본 교정지 총 14책이다. (사)한글학회(8책), 독립기념관(5책), 개인(1책) 등, 3개 소장처에 분산되어 있다. 

 

‘말모이’는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의 증거물로 일본 경찰에 압수되었다가, 1945년 9월 8일 경성역(지금의 서울역) 조선통운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1957년 한글학회에서 편찬한, 우리말의 역사성과 현실성을 반영한, ‘큰 사전’(6권)이 완성되는 계기가 되었다. 

 

'말모이 원고'(국가등록문화재 제523호)와 ‘조선말 큰사전 원고’(국가등록문화재 제524-1호, 524-2호)는, 식민지배 상황 속에서 독립을 준비했던 뚜렷한 증거물이다. 언어생활의 변천을 알려주는 생생한 자료이고, 국어의 정립이 우리 민족의 힘으로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실체이다. 한국문화사와 독립운동사의 중요한 자료라는 점에서, 대표성 그리고 상징성이 있는 문화재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사전 '말모이' 원고와, 일제강점기 조선어학회가 사전을 만들려고 작성한, '조선말 큰사전 원고(朝鮮말 큰사전 原稿)가, 2020년 12월 22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등재되었다. 

 

한글학자 최현배는, 말을 간직하는 곳간이라는 뜻의 ‘말광’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그 외에도 말을 모아 간직한다는 ‘씨알이’, 말이 거울이 되는 구실을 하는 말거울’이라는 책도 있다. 순 우리말 한국어, 순 우리글 한글의 주요 기능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말모이’처럼, 우리 모두는 순우리말을 써야 한다. 선조들이 물려주신 순우리말을, 본받지도 이어오지도 못하고 있어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하루빨리 순우리말이 무엇인지 공부하고, 연구 개발하여, 후손들에게 남겨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