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심 칼럼] 누가 한글을 부끄러워 하는가?

오양심 2022-10-14 (금) 13:18 1년전 1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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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양심/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이사장 

 

576돌 한글날이다. “한글을 세계 으뜸어로 만든다. 한글로 지구촌 문맹을 퇴치한다. 한글로 세계문화강국을 만든다. 한국 전통문화를 지구촌에 보급한다”는 비전을 가슴에 품어 안고, 세계 각국을 넘나들고 있다. 중국어와 일본어를 배우는 사람보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더 많다.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가 급증하여, 민간단체로는 감당하기가 버겁다. 

 

시대는 변해서 우리나라는 지금 경제선진국 10위에 진입해 있다. 한국어로 의식주를 원하는 인류문화의 변화무쌍으로, 세계 경제선진국 5위도 바라보고 있다. 한글세계화로 경제선진국 1위도 꿈 꿀 수 있는 한글문화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지금 윤석열 정부는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을 시작으로, 영어 사대주의에 빠져서, 한국어 사용을 부끄러워 하고 있다. 

 

한글이 무엇이며, 한글날이 어떤 날인가? 세종대왕이 우리 고유의 문자, 이 세상에서 가장 배우기 쉽고 익히기 쉬운 한글(훈민정음)을 창제하여, 세상에 펴낸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우리나라의 국경일이다. 

 

한글날을 처음 제정한 것은 우리가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말과 글을 빼앗긴 일제강점기, 그러니까 한글이 반포된 지 480년이 되던 1926년의 일이었다. 조선어연구회, 곧 오늘의 한글학회가 음력 9월 29일(양력으로 11월 4일)을 가갸날이라 정하고, 서울 식도원에서 처음으로 기념식을 거행한 일이, 한글날의 시초였다. 

 

그 후 1928년 9월 19일에 ‘가갸날’은, ‘한글날’로 개칭되었다. 광복 후에는 양력 10월 9일을 한글날로 확정했다. 1997년 10월에는, 세종어제 서문과 한글의 제작 원리가 담긴, 훈민정음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록되었다. 그 후 2006년부터 한글날은 국경일로 지정되었다. 

 

개화기의 한글학자 힌샘 주시경은,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린다’고 우리말 우리글을 사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외솔 최현배는, 한글의 대중화와 근대화에 개척자 역할을 했다. 조선어학회를 창립하고 '한글맞춤법통일안'을 제정했다. 왜정시대를 살아가면서, 민족말살정책의 수난을 겪으면서도 교과서 행정의 기틀을 잡았다. 

 

백범 김구는, 오직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로 인류가 즐겁고 사이좋게 살도록 하자고 강조하면서, ‘눈 오는 벌판을 걸을 때 어지럽게 걷지 마라, 오늘 걸어간 이 발자국들이 뒤따라오는 사람에게 이정표가 된다’고 우리 모두에게 좌우명 삼기를 당부했다. 

 

그랬다. 우리 조상님들은, 하나같이 우리말 우리글을 사랑하셨다. 우리문화를 사랑하기를 원하셨다. 짧고 좁고 보잘 것 없는 소견은 버리고, 홍익인간 정신의 큰 사명에 눈을 떠서, 저마다 마음을 갈고, 마음을 닦고, 마음의 힘을 길러서, 인류와 함께 행복하기를 원하고 바라셨다. 

 

박정희 대통령은, 한자병용이 필요하다는 반발도 물리치고, 한글전용정책을 펼쳤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글의 정보화, 세계화를 추진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문재인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아예 한국어로 연설했고, 2021년에는 한글세계화에 890억 원을 쏟아 부었다. 2022년에는 920억 원의 예산도 책정했다. 

 

세계 각국에서는 정보통신시대에 맞는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고 있고, 국제기구에서는 한국어를 세계 공용어로 채택할 날을 숨고르기 하고 있다. 

 

문제는 한글날이 생긴 576년 역사의 날에, 가장 불행한 일이 생기고 말았다. 모국어에 열등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한글과 한국어를 멸시하여 폄훼하고 있다, 한글사용을 부끄러워 하고 있는 것이다. 

 

2022년 한글날 행사에, 윤석열 대통령은 모습을 비치지 않았다. 영어를 잘해서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임명했다는 어불성설(語不成說) 괴변은 난무했으나, 국가수장의 경축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비가 내리는 10월 9일, 용산 한글박물관에서 열린 한글날 행사는, 초라하다 못해 볼썽사납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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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6돌 한글날(2022년 10월 9일) 오전 10시, 용산 한글박물관 잔디마당에서 열린, 한글날 국가행사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