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 칼럼] 미래교육의 핵심은 수학교육의 정상화

관리자 2022-02-07 (월) 06:43 2년전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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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형/ 이대형 인천교총 회장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수포자란 수학 포기자를 줄여서 쓴 말이다. 우리나라 공교육에서는 수학 포기자가 초등학교에서부터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교육 정상화는 간단명료하다. 우리나라 수학교육 현실과 선진국의 수학교육정책을 비교 분석한 다음, 해방 후 70년 이상 바뀌지 않은 우리나라의 천편일률적인 주입식 수학교과서를 개혁하면 된다.

 

서양에서는 고대부터 사상과 학문을 체계화하면서 자연철학과 수학을 탐구해왔다.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그리스의 대표 수학자인 플라톤의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없었다. 영국의 수학자인 뉴턴, 독일의 라이프니츠, 미국의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 프랑스 수학자인 데카르트, 파스칼, 프랑수아 비에트, 뷔퐁, 등은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을 이끌어냈고, 현재의 인공지능혁명의 선구자들이었다.

 

프랑스 수학교육정책을 살펴보면 2015년 중학교 수학 교육과정에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영역을 기존 수학내용 영역의 목록에 추가하여, 다른 수학내용 영역과 유기적으로 결합시켰다. 알고리즘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 방법, 명령어의 집합이다. 넓게는 사람 손으로 해결하는 것, 컴퓨터로 해결하는 것, 수학적인 것, 비수학적인 것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알고리즘은 영희가 철수에게 수학 숙제 다 했니?" 하고 물으면 철수는 ". 다 했어."라고 대답한다. 그 말속에는 수학 문제 풀기, 서술형 논술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사람은 그 말속에 포함되어 있는 의미까지 이해할 수 있지만 컴퓨터는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내용과, 처리 순서를 구체적으로 알려 주어야만 명령을 수행한다. 계획 단계라고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언어로 작성하여, 효율적이고 명확한 소프트웨어를 완성하는 것이다.

 

프로그래밍은 컴퓨터에 부여하는 명령을 만드는 작업이다. 수식이나 작업을 컴퓨터에 알맞도록 정리해서 순서를 정하고, 컴퓨터 특유의 명령코드로 고쳐 쓰는 작업의 총칭으로 기계어라고도 한다. 기계어에서는 틀리기 쉽고, 또한 틀린 곳을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등 작업하기가 곤란하므로, 인간이 외우기 쉬운 기호나 언어, 수식을 사용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을 컴퓨터 자체에 부담시켜, 능률을 향상시키는 방식이다.

 

프랑스 수학교육의 변화는 전통적인 수학교육 방식에서 탈피하여,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의 조화라는 새로운 형태의 수학 교육과정을 운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컴퓨터 발전으로 도래된 급격한 시대적 변화를 학교수학에 반영하는 것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교육을 더 깊이 살펴보면, 2018212, 프랑스 하원 의원에서 보고서를 발표했다. 프랑스 학생들의 낮아진 수학 성취도를 언급하고, 대응책을 마련한 '수학교육을 위한 21가지 조치'라는 보고서는, 프랑스 수학교육의 노력이 강화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교육정책의 기초교육으로 초등수학을 강화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읽기, 쓰기, 셈하기'를 확실히 배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매년 학기 초에 학생 개인 종합평가 시스템을 도입하여, 각 학생의 성적 향상을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한 후, 교사들에게 전달했다. 교수법 개선을 위해 디지털 기기와 알맞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면서, 학생들의 개인 학습을 강화하고, 연수교육까지 실시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개별지도와 진로지도 체제를 강화하여, 훨씬 개별화된 교육과정과 진로 상담을 학생에게 제공하기 위해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동양의 지식인들은 문과형 공부를 주로 했다. 성현의 말이나 행실을 적은 경전을 외우고 시문을 지었다. 수학과 기술공학은 낮은 신분인 중인의 일이었고, 최고 지식인은 수학을 도외시했다. 문제는 일본 수학이었다. 문제나 답을 외우는 방식으로 가르친 수학을, 우리나라가 근대교육 형성기와 일제의 식민통치를 거치면서, 인공지능시대가 도래된 지금까지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안타까운 실정일 뿐이다.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의 차세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된 지금, 세계 어느 나라든 학교공부에서 수학은 핵심과목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중대차한 시기에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학교에서는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에 진학한 수포자(수학포기자)들이 50%이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부터 70%를 웃도는 추세이다. 전체 학생의 30%만이 수학공부를 하고 있다. 고등학생 1학년이 되면 또 10%, 2학년이 되면 10%가 수학을 포기한다. 결국 전체 학생의 10%만이 수학공부를 하고 있다. 국제학력비교평가에서 학생들의 수학점수는 높지만, 수학에 대한 흥미나 자신감을 잃은 수포자의 정서는 거의 세계 꼴찌 수준이다.

 

우리나라 수학 교육과정에도 프랑스 교육처럼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영역을 도입하는 방안에 대하여 모색할 필요성이 적극 제기된다. 수학 개념을 학생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서술형 교과서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래야 교사가 학생 중심의 수업을 운영할 수 있다.

 

학생은 공식을 외워 문제만 푸는 공부에서 벗어나, 수학 개념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연결하여, 스스로 수학 개념을 설명할 줄 아는 상태가 될 것이다. 학생은 수학에 대한 내적 동기가 생겨나고, 수학시간이 즐거워지며 수학의 가치가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틀림없이 미래교육이 핵심인 수학교육의 정상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