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심 칼럼] 100세 시대의 최고봉은 글쓰기

오양심 2020-08-19 (수) 13:23 3년전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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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양심/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이사장

 

아는 것이 힘이다는 명언을 남긴 사람은 영국 고전경험론의 창시자인 프란시스 베이컨(1561.1.22.~1626.4.9.)이다. 베이컨은 독서는 풍성한 사람을 만들고, 토론은 준비된 사람을 만들고, 글쓰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고도 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최측근으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던 베이컨은, 지식과 학문에 대한 글쓰기로, 후손의 미래를 풍부하게 했다.

 

베이컨은 평생을 살아가면서 다방면을 경험한 선구자이다.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베이컨은 하원의원으로 활동했다. 버킹험 공작이 되었고, 국왕의 옥새를 관리하는 옥새상서 관직에 올랐다. 대법관에 취임했으며, 베룰람 남작(Baron Verulam)의 작위를 받는 등 여러 직업에 종사했다. 하지만 뇌물수수와 관련된 형사사건에 연관되면서 직업을 접었다.

 

베이컨이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들어간 후, 공동 저술한 책은 대개혁이다. 책의 첫머리에서, 나는 모든 지식을 내 영역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신기관><학문의 진보><숲속의 숲><선구자> 등을, 다른 사람이 함께 참여하게 하여, 관찰하고, 기록한 가치를 일람표로 작성했다. 지적생활의 즐거움을 찬양하기보다는, 지식이 실생활에 미치는 결과를 공유하는 일을 중요시했다. 베이컨은 자신이 겪은 우여곡절(迂餘曲折)은 글쓰기를 위한 방편이자 수단이었다고, 직업의 최고봉은 글쓰기였다고 했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단맛 쓴맛 매운맛을 잘 정리한 귀감이 되는 글쓰기는, 천대 만대 후손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현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베이컨처럼 여러 직업을 가져야 한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100세 시대가 눈앞에 있고, 60세 즈음이면 정년을 맞는다. 은퇴한 뒤 편안한 노후를 즐기던 시대도 지났다. 2의 인생을 만족스럽게 영위하기 위하여 제2의 직업을 찾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2의 직업을 찾는 경우는 은퇴를 앞둔 세대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더 나은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은 점차 늘고 있지만 우리나라 고용시장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취업준비로만 시간을 보낼 수 없다보니, 자신의 특성과 가치관을 살려 직장을 택하기보다는, 빠른 취업이 가능한 길을 택하기 일쑤여서, 이직도 전직도 늘어나고 있다.

 

이 험난한 생존경쟁 속에서 예나 지금이나 내리사랑은 변함이 없다. 의사 아버지는 의사 자식을 만들기를 원했다.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2.15.~1642.1.8)의 아버지도 여느 아버지와 다르지 않았다. 아들을 의사로 만들 생각이었다. 갈릴레오도 처음에는 아버지의 뜻에 따랐다. 하지만 자신이 수학과 천문학에 탁월한 재능이 있음을 깨닫고, 아버지를 설득하여 수학자의 길을 걸었다. 수학자가 된 갈릴레오는 2,000년 동안이나 유럽사회를 지배했던 천동설을 뒤엎은 위대한 인물이 되었다.

영국의 찰스다윈(1809.2.12.~1882.4.19)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자식에게는 조부 때부터 내려온 의사라는 직업을 물려주고 싶어 했다. 찰스 다윈은 아버지 뜻에 따라 형의 뒤를 이어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형과는 달리 빈틈이 많았다. 수술하는 장면을 보고 뛰쳐나오는 회수가 빈번했다. 기껏해야 딱정벌레나 잡는 놈이라고 역정을 내는 아버지를 뒤로하고 신과대학에 진학했다. 다행스럽게도 그곳에서 지질학과 식물학의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생물학에 대한 재능을 발견했다. 끝내 찰스 다윈은 생물의 진화를 밝힌 <종의 기원>을 썼다.

 

100세 시대, 인공지능시대가 도래되었다. 700만 년 전 침팬지 계통과 갈라선 전 인류의 인구는 1억 명을 넘지 못했다. 예수가 태어난 해를 원년으로 한, 서기가 시작될 무렵에는 인구가 2억 명이 되었다.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120여년에 걸쳐 10억 명에서 20억 명을 돌파했다. 1960년경에는 30억여 명이었으나, 현재는 76억 명에 달하고 있다. 700만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은 인구수가, 불과 200년 사이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세상이 빠르게 급변하고 있다. 인공지능시대에는 10번 이상의 직업은 가져야 한다. 어제의 직업이 오늘에는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 세대의 경험과 지혜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미래형 재능을 발굴하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몇 년 안에 또한 몇 십 년 안에 현재 직업 절반이 사라진다는 예측이다. 또한 수백 개의 신종 직업이 생성된다는 예측도 있다. 인간이 한평생을 살아가려면 곡절이 많다.

 

우리는 평생 동안 책을 읽는 것, 토론하는 것, 글을 쓰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더 멋지게 더 신나게 더 처절하게 더 아프게 살아가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깊이 있고 의미 있는 인생의 참맛을 정리한 글쓰기는, 예나 지금이나, 후대에게 물려줄 시대의 최고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