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 스님 칼럼] 행복

오양심 2020-08-11 (화) 09:05 3년전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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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스님/ 제주 대원사 주지

 

행복은 만인의 화두다.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이 행복이냐 물어보면 잘 대답하지 못한다. 무엇이 행복인가는 저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고, 또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잘 생각해 보지 않아서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너무나 좋고 기쁜 상태, 만족한 상태일 때 행복하다고 한다. 그래서 행복을 단순히 정의하자면 그냥 기쁘고 만족한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스스로는 이렇게 기쁘고 만족한 상태를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행복을 찾는다고 하지만 행복 그 자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실은 행복감을 가져오는 조건을 추구한다.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되고 싶은 것이 되거나, 갖고 싶은 것 등을 가졌을 때 기쁨과 만족감을 느낀다. 또 그런 것들을 성취하는데 필요한 돈이나 지위,건강, 외모, 지식 등을 또한 간절히 갈구한다.

 

이렇게 행복 자체가 아닌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조건을 추구하기 때문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끼는 행복감은 여러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첫째 행복의 지속 시간이 너무나 짧다. 즉 그 때 뿐이다. 둘째 행복의 조건을 얻어야 되는데 행복의 조건은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치열한 경쟁과 투쟁이 있을 수밖에 없고, 나의 행복은 곧 다른 누군가가 불행해 지는 원인이 된다.셋째 우리는 부정적 감정 처리에 너무나 취약하다. 아무리 좋은 일이 많다 해도 한 가지 나를 힘들게 하는 일이 생기면 마음은 온통 그 부정적인 일에 지배당한다.

 

넷째 사람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의 외모뿐만 아니라 가치관, 사고 습관, 행동 양식 등이 다르다 보니 서로 잘 한다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주로 가까운 사람 사이에서 서로 상처를 주는 일이 더 많이 생긴다. 다섯째 내 자신이나 외부 조건이 내 의지대로만 되지는 않는다.생각이나 감정, 느낌, 생존에 필요한 몸의 기초 작용들, 태어남, 늙음, 죽음 등 나와 관련된 많은 것들이 실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 때의 조건과 상황에 의해 작용할 때가 더 많다.

 

마지막으로 인간은 원래 불만족의 존재라는 것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어떤 상태를 원한다. 아무튼 이러한 여러 이유들 때문에 현실에서 지속적으로 행복해지기란 꿈같은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는 결코 행복해지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행복이 꼭 조건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많은 행복의 조건을 가졌음에도 불행하다 여기며, 어떤 사람들은 아주 적은 행복의 조건을 가졌는데도 큰 행복감을 느낀다.

 

우리는 또한 스스로 행복할 수 있다. 사실 그러한 방법을 배우고 연습하는 것이 명상의 역할이기도 하다. 명상에서는 절제,집중, 통찰이라는 방법을 통해 우선 자신을 이해하게 하고, 그 이해를 토대로 괴로운 마음에는 반응하지 않는 유익하고 긍정적인 마음들이 일어나도록 하여 스스로 행복해 지도록 한다. 요즘 행복을 연구하는 학문도 생겨났다고 한다. 여러 좋은 이론들이 연구될 것이라 기대되는데 결국 명상이라는 근본적 처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