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호 칼럼] 인류를 휩쓴 전염병과 신종바이러스의 위력

장서호 2020-04-15 (수) 08:08 4년전 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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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호/ 한국전통궁중의학연구원 원장

세계는 지금 코로나19 전염병의 위협을 받고 있다. 공포의 도가니 속에서 사망자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지구 한쪽에서는 수백만 명이 전염병에 걸렸다고 하고, 또 한쪽에서는 수십 만 명이 사망했다고, 연일 매스커뮤니케이션에서 떠들고 있다. 신종바이러스의 위력 앞에서 인간은 속수무책(束手無策)당하고 있을 뿐이다.

전염병은 염병(染病)이다. 병원체가 사람이나 동물에 침입하여 증식한다. 전파력이 높아 예방 및 관리가 강조되는 질병이다. 전염병에 걸리면 고통을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생명을 잃게 되는 질환으로 사회에서 큰 혼란을 일으킨다. 예로부터 인류는 전염병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 그 병으로부터 해방되고자 노력해 왔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전염병은 문둥병이다. 악질 또한 한센병이라고도 한다. 한센병은 인도의 기원전 600년경에 작성된 고문서에서 발견되었다. 1873년에는 노르웨이의 한센에 의해 최초로 발견이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학계에서 한센병의 원인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1879년 독일의 나이셀에 의하여 한센의 발견이 공식 인정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문둥병이 ‘향약구급방(우리나라 최초 의방서)’에 악창으로 기록되어 있다. 1924~1939년에는 5,000~14,000명을 치료 관리했다. 조선시대에는 100명 정도 수용 진료했다. 지금도 소록도에는 한센병 환자의 수용소가 있다.

천연두는 두창, 포창이라고도 하는 마마 병이다. 기원전 1160년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 5세가 천연두로 사망한 것이 이 병의 첫 사례로 기록되어 있다. 영양 부족 또는 영양장애로 생겨난 전염병은, 온 몸에 고열과 발진으로 나타난다. 치료가 되어도 흉터가 남거나 실명 등 후유증이 심각하다.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가 1796년 '종두법'이라 불리는 '우두접종법'을 발견하기 전까지 천연두의 치사율은 90%까지 치솟았다. 세계적으로 5억 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 때 유행했다. 6·25전쟁 중에는 4만 여명의 천연두 환자가 발생했다. 종두를 수입하여 예방한 1960년 이후에 모두 사라졌다.

말라리아는 모기에 감염되는 전염병으로 학질이다. 우간다 내에서 서식하는 42종의 모기 중 12종이 말라리아를 전염시킨다. 치사율이 가장 높은 건 열대열 말라리아다.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게 물리면,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2주 또는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오한, 발열, 발한의 전형적인 감염 증상이 나타난다. 두통이나 구역을 동반하며, 땀을 많이 흘린 뒤 열이 내려가고 다시 발열의 증상이 나타난다. 아프리카에서는 매30초당 한 명의 어린이가 말라리아로 숨진다. 전 세계적으로는 한해 약 200만 명의 아이가 사망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고려시대에 종기가 유행했다. 종기는 피부 감염을 일으키는 병원균이다. 발열이나 오한, 몸살과 같은 전신 증상이 동반된다. 초기에는 붉은 결절로 시작하여 점차 커지면서 통증이 심해지고 고름이 잡힌다(화농). 후기에는 손가락으로 가볍게 눌러도 움푹 패일 정도로 물렁물렁해지고, 완전히 곪으면 고름이 터져 배출된다. 2~3주 후에 흉터나 색소 침착을 남기면서 치유가 된다. 임질도 유행했다. ‘향약구급방’에 충혜왕은 호색가로 많은 여자와 관계를 가졌으며, 그와 관계를 맺었던 여인들에게 임질이 생겼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에는 두창·홍역·콜레라가 전염되었다. 콜레라는 급성 설사증상이다. 중증의 탈수가 빠르게 진행되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전염성 감염 질환으로, 분변, 구토물로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감염된다. 오염된 손으로 음식을 조리하거나 식사할 때에 감염될 수 있다. 날것이나 덜 익은 해산물이 감염원이 되는 경우도 있다. 위산 분비에 문제가 있는 환자나 위절제술을 받은 사람은 더 적은 수의 균으로도 감염된다.

흑사병은 1910년에 발생했다. 쥐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페스트균이 옮겨져 발생하는 급성 열성 감염병으로 페스트이이다. 아시아에서 전파된 페스트는 유럽 전역을 초토화 했다. 이탈리아 피사에서 하루 500여명, 오스트리아 빈에서 하루 600여명, 프랑스 파리에서 하루 800여명이 사망했다. 24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페스트는 유럽 인구의 3분의 1의 목숨을 앗아갔다. 일부 유럽인들은 "물을 오염시킨다"는 이유로, 유대인을 흑사병의 원인으로 지목하여, 수천 명을 고문하거나 화형에 처했다.

스페인독감은 천구백일십팔년에 발생했다. 인류 최대의 재앙으로 알려진 스페인 독감은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2500만~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미군들이 귀환하면서, 한 달 만에 2만 4000명이 사망했고, 총 50만 명의 미국인이 사망했다. 영국에서만 15만 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740만 명이 감염되었으며, 14만 명이 사망했다.

에이즈는 1981년에 최초로 세상에 알려졌다. 체내의 면역기능이 저하되어 사망에까지 이르는 전염병이다. 에이즈에 걸리게 되면 몸의 면역체계가 망가져 치명적인 감염이나 악성종양이 나타난다. 에이즈는 감염된 사람과 성 접촉을 했을 때,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혈액을 수혈했을 때, 감염된 사람과 주사바늘을 공동으로 사용했을 때만 전염된다. 임산부가 이미 감염된 경우에는 신생아에게 전염된다. 세계적으로 2500만 여명이 사망했다.

신종인플루엔자는 2009년에 발생했다. 생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변이 과정을 거쳐 생성된 새로운 호흡기질환으로, 세계에서 백여 명이 사망했다. 2002년에는 사스가 발생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한 호흡기 감염증으로, 팔백여명이 사망했다. 에볼라바이러스는 유행성출혈열 질환으로 만여 명이 사망했다. 메르스는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2015년에 전 세계를 강타했다. 우리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환자가 많이 발생한 국가라는 오명을 남겼다.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했다. 감염자의 비말(침방울)이 호흡기나 눈·코·입의 점막으로 침투되어 전염되는 호흡기질환이다. 약 14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37.5도)및 기침이나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 또는 폐렴으로 나타난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의 정치와 경제 등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다. 현재 220여 개 국에서 200만여 명이 속수무책 감염되었고,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신종 코로나가 창궐한 배경은 지구 온난화이다. 한국의 올겨울은 기상 관측 112년 만에 가장 따뜻했다. 미국우주항공국(NASA)과 미국해양대기청(NOAA)은 2019년이 1880년 지구 기온을 관측한 이래 두 번째로 온도가 높은 해라고 발표했다. 겨울철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 전염병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기후변화는 사람들이 숨 쉬는 공기, 먹는 음식, 마시는 물에 영향을 미친다. 전염병의 매개체도 기후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금 전 세계인은 방송과 신문 등의 대중 매체를 예의주시하며, 하루빨리 코로나19의 공포가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