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수필] “연두 빛 순천” 크레파스로 색칠하자

관리자 2020-04-14 (화) 03:39 3년전 667  

5ee1cadb415c13ee24ec30f96aac3f7b_1586803163_3404.png
 김용수. 참살이뉴스대표. 한세연 순천본부장

 

봄비가 내렸다. 산과 들이 온통 연두 빛이다. 하늘이 내려준 순천 땅, 그 땅위에서 연두 빛 그리움이 밀려온다. 잔뼈를 키우며 푸른 꿈을 꾸었었던 학창시절이 더욱 그립다. 낡고 해묵은 돌담과 연두 빛 가로수이파리가 피어나는 순천 길은 언제나 정겹다.

 

어제였다. 주르륵 주르륵 봄비내리는 순천 아랫 장은 총선유세장으로 질펀했다. 목이 쉰 채로 시민들에게 순천의 자존심을 호소하는 후보가 있는 반면 정부여당의 지원을 받으면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후보의 유세로 정치의 양면성을 보는 듯 했다. 총선의 열기가 뜨거운 만큼 후보들의 유세역시 달아오르고 있었다. 오직 승리만을 위한 연설이어서인지, 과격한 문구와 지켜질 수 없는 공약들이 난무했다.

 

그러나 후보들 나름대로 연두 빛 그리움은 있었다. 순천시민의 마음을 사기 위한 언약으로 생각되어지지만 연두 빛 순천을 그리려 하는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순천발전과 당을 위한 청사진들이 펼쳐졌다. 특히 해룡 출신의 소 후보는 민주당을 업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연설로 일관했다. 게다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지원공약까지 펼쳐졌다. 뜻있는 시민들의 눈살이 찌푸려지는가 하면 정부여당을 비방하는 말들이 회자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순천분구와 해룡을 떼어내고 전략공천을 계획한 장본인이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시민들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전해지는 민주당권모술수는 순천의 눈물이며 하늘눈물이다. 분노하고 경악한들 아무소용이 없는 술수를 어이하란 말인가? 물론 정부여당을 생각한 나머지 어쩔 수 없는 정책이었다고 하겠지만 왜? 그 대상이 순천이었는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다. 한마디로 순천시민을 무시했다는 처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반면 힘없는 무소속의 노 후보는 순천의 자존심을 찾겠다.’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민들 곁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겉으로는 차갑게 보이겠지만 속으로는 훈김이 감도는 정겨운 사람이었다. 그는 순정파다. 순수만을 그리는 사람이다. 때 묻지 않는 하얀 도화지에 연두 색 크레파스로 순천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다. 농민의 마음을 알고 흙 수저의 삶을 아는 서민의 아들이다. 병든 아내와 장애아들의 가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순천의 자존심을 찾겠다.”는 슬로건과 생태환경순천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면서 연두 빛 순천을 그리고 있다. 끊임없는 그의 소신, 소담스러우면서도 야무진 공약이 익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한 시민의 이야기다. 오늘처럼 봄비가 내리는 날은 학창시절이 그려진다고 했다. 그것은 푸른 꿈을 꾸었던 연두 빛 그리움이 밀려오면서 유년시절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그는 까까머리에 교복을 입고 매산 등을 오르내리던 날이 그립다고 했다. 그는 또 미술시간에 크레용과 크레파스를 사용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난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학창시절의 노 후보를 그려보는 추억을 더듬고 있다. 학창시절의 노 후보는 가난이 덕지덕지 묻어났지만 정이 많은 학생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친척집에서 학교를 다녔던 관계로 친우들을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집에도 데려오지도 못했던 서글픔도 간직하고 있을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친우들과의 우정은 돈독했으며 연두 빛 순천을 언제나 그렸었다고 한다. 하얀 도화지 위에 연두 색 크레파스로 순천을 색칠하는 생동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그랬었다. 그는 순천을 떠나 있으면서도 언제나 순천 땅을 그리워했다. 그래서 일까? 지금까지도 순천 땅을 떠나지 않고 연두 빛 순천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순천시민들은 무시당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 하물며 순천시민을 무시하는 행위를 보고서도 그대로 있을 수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을 생각한다면 정부여당에서 그런 술수를 부려서는 안 된다. 분구가 되는 순천지역구에서 해룡을 광양으로 떼어 주는 오류를 범해서도 안 된다. 더욱이 시민들이 선택해야할 경선후보선정을 낙하산으로 전략 공천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그것은 바로 민심을 져버린 역천이다. 순천은 역천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민심은 천심인 것이다.

 

봄 가뭄이 지속됐었다. 순천의 실정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봄비가 내렸다. 농민과 서민의 심정을 달래주는 봄비는 순천 땅을 스며들었다. 습기가 촉촉한 흙에서 연두 빛 새싹들이 살포시 얼굴을 내민다. 아마도 내일의 순천을 살찌우기 위한 몸부림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순천의 자존심을 되찾고 연두 빛 순천을 색칠하는 단비가 아닐까 싶다.

 

연두 빛은 어머니 품속처럼 아늑하다. 늘 그랬었다. 연두 빛으로 물드는 순천 땅은 아늑하면서도 편안함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순천 땅에 정부여당의 회오리바람이 불었다. 2개의 분구지역인 순천지역구를 찢어 나누고, 느닷없는 전략공천행위를 시도했다. 민심을 져버린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순천의 사전투표율은 35%로 매우 높았다. 아마도 순천자존심을 되찾으려는 유권자들의 심정이 묻어나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다수의 시민들은 사전투표로 순천의 주권을 되찾고, 격앙된 분노를 푸는 고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속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양 이틀간 순천시민들의 심정을 알아주는 봄비가 내렸다. 봄비는 연두 빛 순천을 그리는 추억담도 적셨다. 서민들 애환을 달래줄 무소속 노 후보도 적셨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흐르는 따스함과 참사랑도 적셨다. 어쩌면 정이든 순천, 정겨운 순천, 건강한 순천을 색칠하는 크레파스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