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우 칼럼] 이훈우의 아스퍼거 –1

이훈우 2020-04-13 (월) 13:23 4년전 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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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훈우/ 일본동경한국학교 교감,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일본본부장

 

집배원 아저씨가 편지를 20호실로 가지고 갔을 때 그 아이는 그를 향해 주저하지 않고 다가섰다. 그 가족들이 최근에 이사를 왔기 때문에 집배원은 새로운 거주자들의 이름이나 생각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집배원이 인사를 하기도 전에 갑자기 그 아이는

“‘델틱스(Deltics)’ 좋아요?”

라고 물었다.

 

집배원은 무엇에 관하여 묻는 것인지 잘 이해하지 못해서 어리둥절하며 혹시 새로운 초콜릿의 이름일까?’ 아니면 ‘TV 프로그램의 제목일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아이는

 

그것은 가장 강력한 디젤엔진 열차예요. ‘킹스크로스230분 열차이구 요. ‘델틱스(Deltics)’의 사진도 나는 27장이나 가지고 있어요.”

 

라고 말했다. 집배원은 무슨 내용의 이야기인지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기분이 안정됐지만, 그 날 그 때 왜 자신이 그 이야기를 계속 듣고만 있어야해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여자 아이는 별로 유명하지도 않는 그 기관차의 성능에 대하여 계속 수다를 떨었다. 그 아이는 상대가 그 열차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무관심했고, 집배원이 아직 배달 일이 남아 있다고 넌지시 신호를 보내는 대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참다못해 집배원이 그 장황한 이야기를 차단하고 갑자기 그 아이에게

안녕! 잘 있어.”

라는 인사를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결국 집배원은 그 여자 아이로부터 지독하고도 퉁명스러운 폭언을 들어야 했다. 갑자기 태도가 바뀐 아이를 보면서 어떻게 열차에 관하여 그렇게도 많이 알고 있을까? 어떻게 해서 내가 열차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확신을 하고 있었을까? 나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도 않고 어떻게 말을 계속할 수 있을까? 다른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한 마디도 하지 않을까? 마치 살아있는 백과사전 같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집배원은 말했다.

 

이 가상의 장면은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와의 전형적인 만남을 표현하고 있다. 사회적 능력이 없고, 상호 이야기를 교환하는 능력이 부족하며, 특정한 제재에 강한 호기심을 갖고 있는 등은 이 증후군의 핵심적 특징인 것이다.

 

이 증후군의 아이가 정말로 친구가 없고 학교에서 어떻게 고립되어 있는가에 대해서는 그 다음 배달이 있을 때 부모가 집배원에게 이야기 해 줄지도 모른다. 그들은 주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상황이나 태도, 말이나 몸짓, 표현으로부터 전해지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틀린 것은 아닌데 사람을 곤혹스럽게 하는 언행을 하기가 일쑤이다. 예를 들어 십대의 젊은이들이 슈퍼마켓의 계산대에 줄지어 있을 때 제일 앞에 선 여성에게 느닷없이

키가 참 크네요!”

라고 큰 목소리로 말해 버린다.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어머니가 당황하며 낮은 목소리로 주의를 주자, 그 아이는

그렇지만 정말로 키가 큰 사람이잖아요!”

라고 더 크게 소리를 지른다. 처음의 발언에 대해서 어머니가 표현했던 당황함을 그 아이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키 큰 여자의 기분이 어떨까에 대해서는 전혀 무관심한 것이다. 그는 단지 키에 관해서 정확한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왜 자신이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할 뿐이다.

 

성장기 중에는 차량이나 동물, 과학 등 특별한 흥미의 대상에 강하게 끌려들어가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러한 흥미의 대상은 곧바로 바뀌기도 하지만 아이의 자유 시간이나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영어 속담에 고양이가 너 혀를 먹었니?(충격 등으로 말을 못하고 있는 상태를 표현)’라고 하는 관용적 표현이 있는데, 이 증후군의 아이는 정말로 자신의 혀를 고양이가 먹었는지를 묻는 것으로 글자 그대로의 이해를 했다는(의역을 하지 않고 직역을 함) 일화(episode)도 있다. 또한 과정에만 너무 집착하거나 핵심에서 벗어난 중요하지도 않은 것에 대해 밑도 끝도 없이 계속 말하는 경우도 있다.

 

그 때는 마치 백과사전(만물박사) 인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학교에서 교사는 이 아이의 능력의 치우침(unbalance)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과거의 경험에 관한 것을 매우 잘 기억하고 있거나, 특수한 흥미(관심)에 대단 집중력을 발휘하거나, 독창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많은 아이들이 교실에서 흥미롭게 행하는 활동에는 의욕이나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특별한 영역에서 특이한 학습 능력의 장애가 있다는 평가 결과가 나오거나, 동작이 서툴게 보여 지는 경우 등이 나타난다. 교실내나 운동장(校庭)에서는 아이들과의 교류활동에서 뒤떨어져서 다른 아이들로부터 핀잔을 듣거나 놀림을 당하는 경향이 있어 교사들로부터 걱정을 듣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도 보통의 아이들과 별로 다르지 않고 지적인 능력 또한 정상이지만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유에 의해서 또래 집단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면 부모와 교사는 쌍방이 그 아이에 대해서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로나 윙(Lorna Wing)’은 그에 대한 논문을 1981년에 발표했다. 그녀는 베니스(Viennese)’ 태생의 소아과 의사로 한스 아스퍼거(Hans Asperger)’가 처음으로 말한 다양한 능력과 행동의 특성과 상당히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과 성인들의 집단에 대해 기술했다. ‘한스 아스퍼거(Hans Asperger)’에 의해 간행된 박사 논문에서 사회적, 언어적, 인지적 능력이 놀랄 정도로 이상한 4명의 소년에 대해 기술을 하였다. 여기서 그는 자신이 정신 장애의 한 형태라고 간주한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자폐적 정신질환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흥미 있는 것은 그가 자폐적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시기에 동일한 베니스(Viennese)’ 출신의 의사 레오 카너(Leo Kanner)’가 그와는 별개로 자폐증 어린이에 대해 미국에서 논문을 발표했다.

 

그 후 많은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의 비슷한 증후의 패턴을 자주 기술하며 동일한 용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스 아스퍼거(Hans Asperger)’의 기술은 구미에서는 그 후 30년간 완전히 무시되었었다. 그러나 자폐적 정신질환 아이들의 진찰과 치료는 계속되었다. 그는 이러한 아이들의 치료 병동을 출범시키고 주임간호사 시스터 빅토리네(Sister Viktorine)’와 함께 언어 요법이나 연극, 체육을 포함한 초창기의 교육적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러나 비극적인 일을 당하고 말았다. 그는 전쟁이 거의 끝나갈 무렵 연합군 측의 병동(病棟) 폭격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한스 아스퍼거(Hans Asperger)’는 계속해서 소아과 의사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았으며 그의 프로그램은 계속 실천되고 있었다(프리스(Frith) 1991).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이름을 썼던 증후군은 그 후에 드디어 국제적인 인지를 받게 되었다. 이는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레오 카너(Leo Kanner)’한스 아스퍼거(Hans Asperger)’ 두 사람 모두 사회적 상호 작용의 부족함, 의사교환 능력의 부족함, 특별한 흥미에의 몰두 등을 특징으로 하는 사람들을 그려냈다. ‘레오 카너(Leo Kanner)’는 자폐증보다 중증의 사람들을 다루었고, 그에 비해 한스 아스퍼거(Hans Asperger)’는 경증의 보다 능력이 높은 사람들을 다루었다. 그런데 그 후에 레오 카너(Leo Kanner)’의 업적이 우리들의 자폐증 이론을 지배하게 되었고 그 진단 기준도 사람들에게 반응성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심각한 수준의 언어 장애를 시사하는 것으로 굳어지게 되어, 말이 없고 고립된 전형적인 자폐증 어린이의 이미지가 완성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로나 윙(Lorna Wing)’은 전형적인 자폐증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일부의 아이들 중에는 능숙하게 이야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