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심 칼럼] 문재인대통령과 김정은국무위원장이 만든 기절초풍할 다큐멘터리

오양심 2020-03-14 (토) 08:20 4년전 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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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양심 칼럼니스트

 

다큐멘터리는 실제로 있었던 어떤 사건을 사실적으로 담은 영상물이나 기록물이다. 허구가 아닌 현실을 다루면서, 허구적인 해석 대신 현실 그대로를 전달하는 영화이다. 아마 남북한 수장이 손을 잡고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면, 틀림없이 평화라는 꽃을 피워서, 이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 최초의 다큐멘터리는 1922년에 미국인이 제작했다. 로버트 조셉 플래허티가 감독 제작한 북극의 나누크(Nanook Of The North)’이다. 감독은 소수민족의 원시적인 삶과 사랑에 초점을 맞추어 바다코끼리, 바다표범, 여우 등의 사냥법과 낚시 법, 이글루를 만드는 방법과 유의사항 등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소수민족의 생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생활양식을 재현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만든 것이다. 이 다큐는 진실성의 논쟁과 외국문화를 환기시켰다는 시각적 감흥을 크게 불러일으켰다.

 

러시아에서는 19221925년까지, 지가 베르토프(Dziga Vertov)감독이, ‘키노 프라우다라는 제목으로 23편을 시리즈로 제작했다. 몽타주 기법, 저속·고속 촬영, 역회전 촬영, 정지화면, 장시간 촬영, 분리화면, 현미경 화면 등의 특수 편집기법을 총동원하여 관객에게 전달했다. 그의 대표작품은 모스크바를 무대로 만든 카메라를 든 사나이이다. 카메라의 눈이 인간의 눈보다 우수하다는 주장을 입증하는데 손색이 없었다.

 

영국에서는 1920년대 중반부터 약 300편의 다큐를 존 그리어슨이 만들었다. 기록영화 이론의 창시자인 그는 프랑스어 '도퀴망테르'(documentaire)다큐멘터리라는 용어로 처음 사용하여 다큐운동을 일으켰다. 영국생활, 정부기구,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서 다큐로 대중을 계몽했다. 그의 대표작은 유망어선이다. 뛰어난 기술로 북해의 청어잡이 어부들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하여 관객의 극찬을 받았다.

 

다큐멘터리의 전성기는 1960년대부터이다. 프랑스의 시네마 베리테와 미국의 다이렉트 시네마에서 쌍나발을 불었다. 텔레비전에서 뉴스와 다큐멘터리 운동이 활개를 쳤다. 가볍고 휴대가 간편하고 기동력 있는 장비로 만들어,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한 현실성과 직접성으로 인간 본성에 근접한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출신 마르셀 오필스의 슬픔과 동정’, 미국의 프레데릭 와이즈먼의 '티티컷 풍자극이 유명하다.

 

1968년에는 페르난도 솔라나스와 옥타비오 게티노가 만든 시련의 시간이 있다. 부정부패와 군대의 장기집권에 대항한 정치다큐이다. 프랑스의 클로드 란즈만의 쇼아에서는 홀로코스트 희생자와 가해자의 기억을 생생하게 기록하여, 장장 9시간 분량을 두 편으로 나누어 보여주었다. 비극적인 사건을 압도적으로 재현하는 대신, 인터뷰로 재구성한 것이다. 그 외에도 광부들의 파업을 신문기사처럼 기록한 것으로, 인간 존엄에 대하여 감동적이고, 생생한 묘사를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상영작품을 통해 비전과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꾸준하게 성장하여, 한국영화와 아시아영화의 편수가 증가했고, 국제경쟁과 아시아경쟁뿐만 아니라 글로벌 비전에 대한 수준도 높아졌다. 재능 있는 작가들을 발굴하여 세계와 아시아를 잇는 가교 역할도 한다. 특히 대중성이 강한 작품에서부터, 영화관이나 TV에서 접하기 힘든 북송선문제와 시리아 내전까지도 거침없이 다루는 다큐멘터리이다.

 

20199,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 평양국제영화축전이 남북한에서 동시에 열렸다. 제일동포 3세인 박영이와 김공철이 감독하여 남북한에서 일시에 선보인 작품은 사이사 무지개의 기적이다. 재일조선인과 조선학교의 어제와 오늘, 조선학교 폐쇄령과 반대투쟁, 명령철회라는 70년 역사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일본 정부의 조선학교 차별은 민족차별이고 정치탄압이라고, 재일조선인의 근본문제는 식민지배 역사의 청산 없이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부각시킨다.

 

이어서 우리말 우리글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려고 수많은 조선인이 죽어갔다고, 조선학교 폐쇄령 배후에는 미국 연합군 총사령부(GHQ)의 압박이 있었다고, 차분하고 잔잔한 것 같은 다큐는 관객을 앞에 놓고 처절하게 울부짖는다. 한일합방 때부터, 우리할아버지 할머니, 우리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우리들 가슴에서 100년 동안 묵어있던 썩은 설움을 한꺼번에 꺼이꺼이 토해놓는다. 또한 70년 동안 일본 땅에서 지켜온 우리들의 학교가, 내일은 어떻게 되느냐? 울음을 터트리면서 질문을 한다.

 

202035, KBS 1TV에서도 우리들의 학교다큐를 방영했다. 우리말 우리글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은, 남한과 북한의 문제가 아닌, 남북이 시급하게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해준다. 한일합방이 되기 전에 우리 모두는 조선인이었다. 한 부모 밑에서 나고 자란 한 핏줄 한 형제였다. 지금 일본의 조선학교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6,25전쟁으로 인해서 빚어진 우리겨레 우리민족의 비극이다. 현주소이다. 국적이 북한인 부모를 둔 자녀, 국적이 남한인 부모를 둔 자녀, 국적을 일본인으로 바꾼 부모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이다. 우리 모두는 국적은 달라도 뿌리가 같은 조선인이다.

 

문재인대통령이여, 김정은국무위원장이여! 이제 그만 강대국의 눈치를 보지 맙시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두 손을 맞잡아 보지 않으시렵니까? 일본의 조선학교에서부터 남북분단 이전의 원점 그리고 남북통일, 세계평화통일의 기점으로 삼아, 정보통신기술(IT)시대, 빛의 시대에 걸맞은, 기절초풍할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