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호 칼럼] 오미와 감칠맛의 불문가지

장서호 2020-03-13 (금) 10:18 4년전 791  


 

  610792ab6e97e78122fbc73014de08e7_1584062288_1729.png
 장서호/ 한국전통궁중의학연구원 원장

 

오미(五味)는 다섯 가지 맛을 말한다. 단맛, 쓴맛, 신맛, 짠맛, 매운맛이다. 옛사람들은 한약의 맛을 본 후에, 약효를 적었다. 동의보감에는 단맛을 가진 약은 자양하고 완화시키는 작용이 있으며, 쓴맛을 가진 약은 열을 내리고 수습을 몰아내는 작용이 있다고 적었다. 신맛을 가진 약은 상처를 아물게 하는 수렴작용이 있고, 짠맛을 가진 약은 굳은 것을 유연하게 하고 마른 것을 촉촉하게 하는 작용이 있고, 매운맛을 가진 약은 땀을 나게 하여 발산시키고 기의 순환을 촉진하는 작용이 있다고 기록했다.

 

또한 동의보감 오미약성(五味藥性)의 해설 편을 살펴보면, 단맛이 지나치면 심기(心氣)로 숨이 차지고 가슴이 그득해지며 몸이 꺼멓게 되고, 신기(腎氣)가 고르지 못하게 된다고 적혀있다. 쓴맛이 지나치면 비기가 습윤하지 못하고 위기(胃氣)가 세지고, 신맛이 지나치면 간기가 넘처 나고 비기(脾氣)가 끊어지고, 짠맛이 지나치면 굵은 뼈의 기운이 약해지고, 힘살이 캥기며 심기(心氣)가 억눌린다고 적혀있다. 매운맛이 지나치면 힘줄과 혈맥이 상하거나 늘어지고 정신이 혼미해 진다고 기록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단맛은 비위(脾胃), 쓴맛을 심(), 신맛은 간(), 짠맛은 신(), 매운맛은 폐()에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신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기침, 가래, 천식 등 폐 건강과 변비, 설사 등 대장이 약하다. 오미자는 짙은 붉은 빛깔이다. 단맛·신맛·쓴맛·짠맛·매운맛을 느낄 수 있어 오미자라고 한다. 오미자차는 심장을 강하게 하고 혈압을 내리며 면역력을 높여 준다. 진해·거담 작용이 있어서 기침이나 갈증 등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말린 열매를 찬물에 담가 붉게 우러난 물에 꿀·설탕을 넣어 음료로 마시거나 화채나 녹말편을 만들어서 먹기도 한다. ·대추·미삼을 함께 넣고 끓여 차를 만들거나 술을 담아 먹어도 효과가 있다.

 

단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위장과 비장이 약하다.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비만의 위험이 높다. 몸의 독을 풀어주고 위장과 비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감초차가 도움이 된다. 감초를 넣어서 끓인 약차이다. 장을 조절하여 대사를 원할 하게 하고, 신경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위궤양 신경증에 효과적이며 통증과 경련을 완화시키는 효능이 있다. 감초를 구워서 사용하면 소화기능이 활발해져서 식욕을 높여주고, 변이 묽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저절로 가슴이 뛰는 증상도 치료한다. 또한 날것으로 쓰면 감기로 목이 붓거나, 편도와 인후에 염증이 심한 것을 가라앉혀주기도 한다. 다만 헛배가 불러오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주의할 점은 오래 복용하면 신장에 부담을 주기도 한다.

 

쓴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신장이나 방광이 약하다. 손발이 자주 붓고 피로감을 빨리 느낀다. 우슬은 비름과의 뿌리이다. ‘우슬차는 뼈와 근육은 물론이고 간장과 신장에 도움이 된다. 생것을 쓰면 어혈과 종기를 없애고, 솥에 쪄서 쓰면, 간과 신을 보호하고 근육과 골격도 튼튼하게 한다. 이뇨작용, 혈당강하작용, 간 기능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짠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심장이 약하고 혈관질환을 앓기 쉽다. '연자육차가 도움이 된다. 연자육은 수련과의 연꽃의 씨로, 종피를 벗겨 말린 것을 말한다. 연자육은 비위를 돕고 정신과 기운 돋우며, 오랫동안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는다. 가슴이 마구 뛰는 불면증에도 좋다. 연자육자를 복용하면, 배고프지 않고 수명이 길어진다고 하여 예로부터 널리 애용하던 보약재이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간이나 담낭이 약해서 만성피로나 빈혈에 약하다. 당귀차는 당귀의 뿌리를 넣어서 끓인 약차이다. 기혈이 무너졌을 때 심신의 안정을 도와준다. 여성의 냉증이나 혈색불량, 산전산후의 회복, 월경불순, 자궁 발육부진, 빈혈에 효과고 있다. 자주 복용하면 손발이 찬 증상도 개선시킨다. 당귀를 삶은 물은 여성의 피부를 희게 해준다.

 

다섯 가지 기본 맛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면 감칠맛이 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맛이다. 식욕을 돋우는 좋은 맛이고, 마음을 끌어당기며 혀에 치솟는 맛이다. 식품으로는 감, 다시마, 미역, 버섯, 멸치, 젓갈, 조개, 홍합, 씨간장 등이 있다.

 

씨 간장은 매년 햇간장을 만들 때 넣는 묵은 간장이다. 역사가 오래된 종가 집에는 수십, 수백 년을 전해오는 간장이다. 한 예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 나온 만찬 음식에는, 담양 장흥 고씨 양진재 종가에서 공수한 360년 된 씨 간장을 사용했다. 간장을 담그다 보면 간장독 바닥에(주로 씨간장) 소금 결정이 덩어리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을 간장소금이라 한다. 오랜 세월이 만드는 것으로, 가격으로는 매길 수가 없는 감칠맛을 낸다. 그 외에도 감칠맛 나는 식품이 많다. 미역, 다시마, 젓갈, 멸치, 홍합 등이다.

 

감칠맛이 풍부한 재료로 미원도 있다. 대상주식회사의 글루탐산나트륨 조미료 상표이다. 삼성 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은 생전 못한 것이 세 가지가 있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자식들을 서울대에 보내지 못한 것, 삼성계열 중앙일보가 동아일보를 이기지 못한 것, 제일제당이 생산하던 조미료 미풍이, 대상그룹에서 생산한 미원을 능가하지 못한 것이었다. 미원과 미풍은 반세기 동안 라이벌 식품이었다. 미원은 호남을 대표하고 미풍은 영남을 대표하는 지역 색깔이었다. 미원은 국민 모두가 아는 감칠맛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칠맛을 내는 최고의 불문가지(不問可知)는 어머니 손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