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호 칼럼] 건망증은 극복할 수 있다.

장서호 2019-10-31 (목) 08:40 4년전 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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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호/ 한국전통궁중의학연구원 원장

 

건망증은 기억장애이다. 기억이 나지 않거나, 잊어버리는 정도가 심한 상태를 말한다. 일을 시작해 놓고 끝을 맺지 못하고, 말을 할 때에도 처음에 한 말과 나중에 한 말을 곧장 잊어버린다.

 

건망증 때문에 벌어진 헤프닝은 많다. 어디서 본 듯한 것 같은데, 오랫동안 사귀었던 전 남자친구를 못 알아 봤다. 손에 열쇠를 든 채 자동차 앞에서 찾느라고 안절부절 못했다. 스마트 폰을 손에 들고 있으면서, 가방 속을 뒤지고, 주머니를 뒤지고 있는데 손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신발이 없어져서 한참 찾았는데 시장 봐온 물건과 함께 냉장고에 넣어져있었다. 다리미질을 하다가, 전화벨이 울려서 전화기 대신 다리미를 들었다는 등이다. 중년 이후의 직장인이나 주부들은 가슴이 뜨끔해질 것이다. 자신에게도 빈번한 일이기 때문이다. 건망증이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하여 혹시 치매가 아닌가?’ 하는 걱정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건망증은 치매가 아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건망증은 정신이 약해져서 생긴다. 인체의 기()와 혈()이 순조롭게 운행되지 않아서 생기기도 한다. 가슴이 벌렁거리면서 불안하고, 무서운 사람이 당장 잡으러 오는 것처럼 생각되는 정서적 심리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가난하게 사는 것을 섭섭하게 생각하면서 부자가 되는 소원을 이루지 못하여 생기기도 한다. 불안증이나 우울증으로 심각한 스트레스가 유발되면 일시적인 기억 저하가 나타난다.

 

건망증의 종류는 다양하다. 조금밖에 시간이 경과하지 않았는데도 금방 잊어버리는 전진성건망증(前進性健忘症)이 있다. 열병이나 정신착란 같은 경우에 외상을 입었거나 졸도하였거니 머리에 전기충격을 받았을 때 나타나는 역행건망증이 있다. 불안, 초조, 우울, 만성 스트레스 등의 정신적인 면으로 나타나는 히스테리아적 건망증이 있다.

 

동의보감 내경편에 건망증은 오장 중에서 심장에 해당하는 불안신경증이라고 적혀있다. 가슴이 벌렁거리면서 몹시 뛰는 증상, 간질이라 할 수 있는 전간(癲癎), 조울증이라 할 수 있는 전광(癲狂), 예전에 귀하게 살다가 현재에는 천하게 살게 되어 생긴 무기력증이라 할 수 있는 탈영(脫營),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생긴 실정(失精) 등에 포함한다. 기쁨, 성냄, 근심, 깊은 생각, 슬픔, 놀람, 무서움 등의 감정 상태가 지나치면 오장을 해쳐, 건망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건망증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편이 좋다. 기억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나도 이제 늙었구나하며 비관적인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 지나치게 뇌를 혹사한 경우에는 휴식이 필요하다. 반면에 술과 담배는 줄여야 한다. 뇌세포와는 상극이기 때문이다. 독서, 바둑, 영화관람, 화초 가꾸기 등 지적인 자극을 주는 것도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산책, 자전거타기 같은 규칙적인 운동은 뇌혈류를 개선하여 뇌세포가 활발해지기 때문에, 건망증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뇌 건강의 영양소는 오메가3 지방산이다.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으로 인체 안에서 세포를 보호한다. 세포의 구조를 유지시키고, 원활한 신진대사를 돕기 때문이다. 견과류, 아보카도, 생선기름, 계란노른자 등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도 건망증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