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호 칼럼] 불면증은 치료할 수 있을까?

장서호 2019-10-27 (일) 18:47 4년전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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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호/ 한국전통궁중의학연구원 원장

 

불면증은 밤에 잠을 잤는데도 불충분하다고 느끼는 증상이다. 심리적 원인에 의하여 정신 증상이나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두통, 가슴 두근거림의 신경증, 기분이 언짢은 우울증이나, 몸이 흥분했을 때 생긴다. 일이 바빠서 잠을 못 자는 건 불면증이 아니다. 잠이 들기 어렵거나, 자다가 자주 깬다든지, 잠을 충분히 잤는데 계속 졸린 경우가 불면증이다.

 

불면증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적응성 불면증이다. 영화 인썸니아2002년에 제작된 미국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범죄 추리 영화이다. 알 파치노, 로빈 월리엄스, 힐러리 스웽크, 마우라 티어니 등이 출연했다. 평범한 인간의 가면을 쓴 살인마 추리 소설가, 찌들고 타락한 형사, 타락한 형사를 경찰의 전설로 존경하는 경찰 초년병 등은 춥고, 음습하고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알래스카에서 서로의 심장에 총을 정조준 한다. 이 영화의 주연은 사람이 아니라 백야. 낮과 밤의 경계를 허무는 백야는 인간의 몸과 정신을 파괴한다. ‘자야 한다는 의식 속에서도 환한 밤에 노출된 인간의 생체 리듬과 정신의 시곗바늘이 궤도를 이탈하여 불면증을 유발시킨다.

 

또 다른 한국영화 불면증2014년에 제작한 정준수 감독의 에니메이션이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으로 잠을 못 이루는 남자가 있다. 그 남자는 그녀를 잊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와 관련된 물건들을 모두 버린다. 물건을 버린 뒤에야 비로소 남자는 잠이 든다. 하지만 잠시뿐, 그녀의 기억은 자꾸만 그를 찾아와서, 잠을 못 이루게 하여 불면증에 시달리게 한다.

 

약물 또는 알코올에 의존하는 불면증이 있다. 수면장애를 일으키는 약물은 커피, , 소프트드링크, 강장음료 등의 카페인이다. 각성제, 흥분제, 강심제, 이뇨제 등으로 만들어져 있다. 각성제는 피로를 덜어주고 정신을 각성시켜주므로 야간운전자나 수험생이 많이 이용한다. 카페인은 조산된 신생아의 수면 중 무호흡증과 불규칙적인 심장박동을 치료하는 용도로 활용되며 편두통이나 심장병 등에도 쓰인다. 장시간 복용할 경우 짜증, 불안, 신경과민, 불면증, 두통, 심장 떨림, 위궤양 등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수반한다.

 

하지 불안 증후군의 불면증도 있다. 잠들기 전에 발목과 무릎 사이의 종아리 부분이 불쾌해진 증상이다. 다리가 저리거나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느낌, 근질근질하거나 쿡쿡 쑤시는 느낌, 옥죄거나 타는 듯한 느낌,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잠이 들었다 해도 금방 깨게 된다. 기분이 빨리 들뜨거나 가라앉는다. 이유 없이 불안을 느끼거나 불안의 정도가 지나쳐서 불면증으로 찾아온다.

 

내과적 질환으로 시달리는 불면증도 있다. 연골 손상 등 관절의 파괴가 일어나 기능의 장애를 초래하는 류마치스 관절염에 걸리면 통증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린다. 호흡곤란, 기침, 거친 숨소리 등의 증상이 반복적, 발작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인 천식이 있는 경우에도, 기침을 하느라 잠을 자지 못한다. 갑상선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갑상선 중독증을 일으키는 체중 감소·발한, 식욕항진, 미열, 설사, 손가락이 떨리는 등의 증상이 있을 때도 불면증에 시달린다.

 

동의보감에는 잠을 못자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적혀있다. 첫째 중병을 앓고 몸이 허약해졌을 때, 또한 양기가 쇠약한 늙은이는 잠을 자지 못한다는 것이다. 동의보감 '신형'문에 정과 혈이 약해지면 몸에 있는 일곱 구멍, 곧 두 눈, 두 귀, 두 콧구멍, 입 등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고 적혀있다. 울 때에 눈물이 나지 않고 오히려 웃을 때 눈물이 흐른다. 늘 걸쭉한 콧물이 많이 나오고 귀에서는 늘 매미 우는 소리가 들린다. 음식을 먹을 때 입이 마르며, 잘 때에 침을 흘린다. 오줌을 찔끔거리며 매우 굳거나 묽은 똥을 싼다. 낮에는 졸음이 많고 밤에는 누워도 정신이 또렷하며 잠이 오지 않는다는 노인 보양법이다.

 

노인이 아니라면 불면증은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잘못된 습관 때문에 생긴 증상이므로, 수면 습관을 수정하고, 수면 위생을 잘 지키면 된다. 낮잠을 피하고, 매일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따뜻한 물로 목욕한다. 수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카페인을 피한다. 병원을 찾아가서 의사와 상담을 하는 것도 불면증을 치료하는 좋은 방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