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사람의 손이 이렇게 따뜻한 줄 몰랐다네 손을 잡으면 모든 게 살아나고 네 곁에 있으면 춤이 나왔다노래가 나왔다너를 통과하면 나는 빛이 되고그 빛 속에서 우주가 되었다네 손을 잡으면 상처인 줄 모르고 네 곁에 있으면 낭떠러지인 줄도 몰랐다 왜 물이 되어 흘러가야 하는지도 몰랐다   너와 함께 바다에 이르기 전에는<오양심 제6시집 '뻔득재 불춤'중에서>                      …
 호맹이를 들고 텃밭에 앉아있으니 내가 걸어온 길이 보인다가족에게 성실하지 못했던 내 죄가 보인다   삼베고쟁이 밑으로 무슨 대가리 튀어나오듯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고추를 보고 있어도 탐스럽게 열려있는 가지를 보고 있어도 뜨겁게 내려쬐는 뙤약볕에서도 넋 놓고 살아온 내 죄가 훤히 보인다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태(胎)를 버리고 산을 강을 바다를 버리고 장돌뱅이처럼 어디를 헤매다가 뭐땀새 거동이 불편한 채 돌아왔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도 허락도 소용없이 다시 국경을 넘나들면…
    호박 한 구덩이 심어 놓은 울타리에   바람이 머물다 갑니다. 구름이 머물다 갑니다.   내가 사랑했던 것들이 머물다 간 곳을 바라봅니다.   ▲이광희 作      
 타고난 기질이 외골수여서 한글 두자밖에 친구가 없다.   나라 밖에 나가서 내 친구를 소개하면 열이면 열 아름답다고 신비롭다고 야단법석이다.   내나라 내 땅에서는 한글을 우습게보고 아예 안면 몰수하는 일이 잦아 속상하다   지하주차장부터 외래어 투성이고지상으로 올라갈수록 더 가관이다.   눈 씻고 찾아봐도 재대로 입 달린 사람이 없다   국민이여, 나라님이여! 한글을 국보 특호로 만들어서 싹 다 우리나라 글로……,   숨이 턱턱 막혀 도심…
 가지 말았어야하는 길을 가고 말았다만나지 말았어야하는 그를 만나고 말았다​울컥그리움이 차오르는쇼스타코비치 왈츠2번  
 족히 십 수 년은 됐을 종려나무가노인의 심기에 걸렸다감꽃 떨어지고 있는 뒤뜰이휑하다그늘에 매여 있는 우리 집 발발이꾸짖고 말려도 막무가내다아깝다는 말에 멋대가리 없이 답례 보내는 노인은 허어 웃고 있다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소렴하는 노인 거드는데발바닥이 섬뜩하다신발 뚫고 대못 눈 부릅뜨고 있다애통해야 하는 날세워진 못으로또렷한 곡 한마디 하늘에 바친다                 ▲이광희 사진     …
   시 한줄건지려고 길을 나섰다배를 타고 가다가포구에 내려서 섬을 만났다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꽃을 피워놓은신비로운 잎을 틔워놓은 그가 대견해서살며시 다가가 꼬옥 안아준다.봄이 올 때까지 힘들었다고 외로웠다고가슴 속에 묻어둔 정한(情恨)허물없이 털어놓는다​파전에 막걸리라도 한잔 하면서한 사흘 묵고 갔으면 한다그의 눈물이 나의 기다림 같은   ▲이광희 作           
 웃음꽃 눈물꽃이 각시꽃 신랑꽃이 사무친 그리움으로 천지간 피었는데 봄마다 잉잉거리던 벌 나비가 안 온다.   강물을 건너가고 산천을 넘어가서 일일이 놈들에게 까닭을 물었더니 환골을 탈퇴하려고 좌망에 들어갔단다.    ▲이광희 作
 만물이 소생하면 가슴이 설레었어요집안에서 넋 놓고 있지를 못 했어요 봄을 타서 해 질 때까지 쏘다녔어요몸에서 새순이 파릇파릇 돋아났지요   숨 가쁘게 힘든 고개를 넘어섰을 때 연둣빛 삶이 지地천天에서 빛났어요  ▲이광희 作  
 어머니가 먼 길을 떠나신 그해 우리 막내는 겨우 열한 살이었다. 아버지가 뒤주에 갇혀 죽던 그해 왕궁의 정조도 열한 살에 불과했다.   어릴 때 엄마를 잃은 우리 막내는 얼마나 눈앞이 캄캄했을까 뒤주에서 아버지를 꺼내달라고 눈물로 간청한 손자가 안쓰러워 영조대왕은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을까   그 어린것들을 생각하면 그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한없이 가슴이 미어져서 반나절 사색에 잠기다가 반나절 책속에 파묻혀 있다    ▲이광희 作  
 유네스코 갯벌 순천만에서 신안 갯벌 만나러1004대교 타고 안좌도로 간다굽이굽이 연두 봄 산해찰부리고 있는 벚꽃이 꽃을 날리고 있다  보라색 섬   꿈틀거리며 목교가 걷는다꿀풀 도라지 꺾어들고걸어서 목포까지도이젠 너끈히 갈 수 있겠다   보라해 섬   끝까지 믿고 함께 할 사랑박지도 비구니 반월도 비구의 노둣길흐릿흐릿 전설 이루는 섬돌망태기 지고 갯벌에 하나로 설 수 있던보랏빛    보랏빛 그 섬에 봄 묻었다     
    내가 힘들 때마다 외로울 때마다 바다를 찾아갔습니다. 바다는 말없이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오늘도 바다가 보고 싶어서 그의 얼굴을 보려고 정겨운 목소리를 들으려고 서둘러서 바다로 나갔습니다.   말이 없어도 보고만 있어도 서로 그냥 좋습니다. 내가 청춘이 아니듯이 나이배기 바다를 만나서 행복합니다.  ▲조선희 作       
 버드나무는 가늘고 날카롭다바람이 그렇다   색동옷 입은 강아지방정맞게 깔깔거리며 뒤쫓아 뛰어간다   하얗게 자란 버섯약이라 믿고 도려 갔다해룡천 버드나무길이 그렇다   첫눈 내리고 얼기 시작한 길   얼음위에 돌이 앉아있다동면하는 돌   버드나무 묵언 정진하다돌 깨어나는 날새길 파랗게 열어줄 것이다 ▲이광희 作 
    길가다가 도둑놈가시를 만났다   막무가내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진다육두문자를 섞어서 냅다 걷어찬다.마빡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엉덩방아를 찧으며 나가떨어지면서 매몰차게 살지 마! 한다.   그 옆에서 두상 밑쪽에만 둥글게 털이 남은 어느 도인처럼 생긴 민들레가 시간은 가고 몰골도 바뀌더라고 성내지마라고 한다.   흘러가는 강물도넘실넘실 흐르면서 한마디 거든다.슬픔이 순간을 힘들게 해도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가더라고 현재의 질곡을 즐기라고 한다.   젊…
 당신이 나의 신부인 것은 이 세상 어떤 신부보다 어여뻐서가 아니에요향기로워서가 아니에요   당신이 나의 신부인 것은 이 세상 어떤 신부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무궁화 꽃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당신이 나의 신부인 것은 당신이 좋아하는 벚꽃이 이미 내 가슴속에 들어와 피어있기 때문이에요   ▲구말모(한글세계화운동연합 일본회장)와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