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복숭아 먹고 싶어
복숭아가 어데 있노
과수원집에 쌀이나 보리 가져가면 준다고 하던데…
그 말이 떨어지기가 광으로 달려갔다
얼마 전 탈곡을 마친 포대자루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에게 들킬까봐
간이 오마조마했지만 냅다
둘러메고 달음박질을 쳤다
중대가리처럼 털도 나 있지 않은
맨들맨들한 것은 복숭아가 아니었다
꿀맛이었다
동생과 둘이서
스무 개 남짓 먹고 말았는데
천도복숭아 세 개를 먹고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동방삭이가 생각나서 할아버지보다 아버지보다
오래 살까봐 와락 겁이 났다
▲이광희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