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복숭아에 대한 생각/ 이훈우 [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오양심 2023-02-01 (수) 10:10 1년전 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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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먹고 싶어

복숭아가 어데 있노

과수원집에 쌀이나 보리 가져가면 준다고 하던데

그 말이 떨어지기가 광으로 달려갔다

얼마 전 탈곡을 마친 포대자루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에게 들킬까봐

간이 오마조마했지만 냅다

둘러메고 달음박질을 쳤다

중대가리처럼 털도 나 있지 않은

맨들맨들한 것은 복숭아가 아니었다

꿀맛이었다

 

동생과 둘이서

스무 개 남짓 먹고 말았는데

천도복숭아 세 개를 먹고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동방삭이가 생각나서 할아버지보다 아버지보다

오래 살까봐 와락 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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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