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 보니까 문이 아니었다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이었다 기쁠 때는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오고 수천 수 만 마리 새들이 날개짓하면서 놀았다 슬플 때는 바람이 일어나고 꽃이 떨어지고 동구 밖 성긴 별이 하나둘 사라지고 두견새 울음 끝에서 산도 멀어져갔다 그 산마루 모퉁이 길에 꽃상여가 하나 흔들리며 어농어농 지나갔다 해가 떨어지고 노을이 사라지고 땅거미가 모래톱에 당도하자마자 우수수 어둠이 쏟아져 내렸다 문을 닫고 나와서 보니 그것은 문이 아니었다 한바탕 꿈속이었다
▲이광희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