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한다 /오양심 [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오양심 2023-01-24 (화) 09:09 1년전 946  

  

멀리서 보면

모양이 성글고

빛깔이 미미해서

쓸쓸하기 짝이 없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눈썹이 듬성듬성 빠진 것처럼

미모까지 적막하여 스산하고 을씨년스러운

 

생김새가

쩨쩨하다보니

비가와도 바람이 불어도

있는 듯 없는 듯 기척이 없었던

 

말없이 우주의 순환을 따르다가

광대무변한 죽음에 이르러서야

붉고 어여쁜 눈꽃을 피워낸

나의 인생 같기도 한 산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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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