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신가요/ 오양심 [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오양심
2023-01-16 (월) 06:47
1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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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선비셨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먼동이 트기도 전에 책상 앞에 앉아서 붓을 들었다 게으르기 짝이 없는 나는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귀신에 홀려 오대양 육대주를 싸돌아다니는 일에 시간을 물 쓰듯이 쓰고 있다 모음 열자 자음 열네 자로 만들어진 살아서 움직이는 그분에게 나도 모르게 끌려 다니면서 하루에 한번은 아니더라도 이틀에 한번 열흘에 한번이라도 책상 앞에 앉아서 나를 들여다보면서 아버지처럼 마음을 갈고 닦아야 하는데 그래야 사람값을 하면서 가족을 건사할 수 있는 것을 단 한 푼의 품삯도 없이 국경만 넘나드는 한글
▲이광희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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