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종려나무/ 정홍순

정홍순 2022-06-04 (토) 13:32 1년전 1221  

 

족히 십 수 년은 됐을 종려나무가

노인의 심기에 걸렸다

감꽃 떨어지고 있는 뒤뜰이

휑하다

그늘에 매여 있는 우리 집 발발이

꾸짖고 말려도 막무가내다

아깝다는 말에 멋대가리 없이

답례 보내는 노인은

허어 웃고 있다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소렴하는 노인 거드는데

발바닥이 섬뜩하다

신발 뚫고

대못 눈 부릅뜨고 있다

애통해야 하는 날

세워진 못으로

또렷한 곡 한마디 하늘에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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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희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