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누가 운다/ 오양심 시. 이광희 그림

오양심 2021-11-09 (화) 08:23 2년전 1911  

 

 

무심한 야밤에 누가 운다.

초가을 귀뚜라미보다 처절하게 운다.

목소리가 쉬어서 안 나올 때까지 운다.

교통사고로 사지가 성치 않은

내가 울고 싶은데

가슴이 절절한 루게릭병이

나보다 먼저 와서 운다.

그 울음 속에서

멍석에 말린 나락냄새가 보인다.

사지가 뻣뻣하게 굳은 채 하얀 손수건을

흔드는 갈대 목소리가 들린다.

 

통성명도 못해본 사이

이웃한 병실을 들여다

보지도 못한 그 사이에

울고 갈 일이 무엇이던가?

 

이제 누가 나대신

울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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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