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어떤 스승/ 문기주
관리자
2021-09-01 (수) 07:45
2년전
2214
눈 오는 날 겨울 산을 오른다 잠자리 날개보다 가벼운 것들도 어께 위에 쌓이면 등을 휘게 하는가? 고집스럽게 꼿꼿하던 독야청청 푸른 솔이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없던 아름드리 소나무가 가지 끝에 사뿐 내려앉은 저 작은 눈발들을 못 이기고 비명소리를 지르며 목을 꺾고 만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뒷목을 만진다. 한 오십여 년 자리 잡은 오만과 편견이 통증도 없이 딱딱하게 굳어져 있다. 눈감고도 보이는 맵짠 길들이 얼음장 밑을 흘러가면서 한수 가르쳐 준다. 작고 사랑스러운 조약돌을 만든 것은 돈이 아니고 명예도 아니라고 부드럽게 쓰다듬어준 물결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