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대나무야 오래 서 있거라/ 문기주 시

오양심 2021-07-17 (토) 07:01 2년전 1709  

 

대밭에 가면

한해 한 해 인생을

곧고 바르게 살아온 너를 만난다

걸어온 길이 부끄럽지는 않으나

외모에서 풍기는 향기조차 훤칠하지만

마디 마디마다 옹이가 박혀있어서

목울대에 울음이 가득 차 있어서

나를 보는 듯이 안쓰러워서

시간이 날 때마다 소박한 마음으로

너를 찾아오는 것이다.

네 앞에 서 있으면

생각이 옹졸하여 서둘러

분개한 일들이 무안해질 때가 있다.

 

대나무야! 이유는 불문이다.

너는 나고 나는 너니까

귀하고 소중하니까

그 자리에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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